스크린·무대·드라마 잇단 행보
‘취사병 전설이 되다’, 5월 11일 공개 예정
최근 대중이 기억하는 박지훈은 눈물 어린 눈망울로 비극적인 운명을 짊어졌던 왕, 이홍위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섬세한 감정선의 정점을 찍으며 ‘단종 오빠’라는 애칭을 얻었다. 영화는 개봉 31일째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현재 1628만 명이 그를 스크린에서 만났다. 역대 박스오피스 2위 성적이다.
ⓒYY엔터테인먼트
박지훈은 이제 배우로서 누린 최고의 찬사를 뒤로하고,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이번에는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와 짙은 기름 냄새가 배어 있는 군대 취사장이라는, 극과 극의 현장이다.
4월 29일 공개된 싱글 앨범 ‘리플렉트’(RE:FLECT)는 2023년 ‘블랭크 오어 블랙’(Blank or Black) 이후 3년 만의 음악 작업이다. 앨범명처럼 지나온 시간과 감정을 다시 마주하고 현재의 자신을 비추는 과정을 담았다. 타인의 삶을 해석하고 투영해온 배우의 시간에서, 자신의 내면을 직접 발화하는 가수의 시간으로 회귀한 셈이다.
타이틀곡 ‘보디엘스’(Bodyelse)’를 중심으로 몽환적인 신시사이저와 기타 리프가 교차하고, ‘워터컬러’(Watercolor)와 ‘아이 캔트 홀드 유어 핸드 애니모어’(I can’t hold your hand anymore)는 청량과 잔향이라는 상반된 결을 나누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힌다. 전작에서 정적인 연기로 꾹꾹 눌러 담아왔던 에너지는 무대 위에서 비트와 퍼포먼스로 화려하게 치환된다.
ⓒ티빙
같은 시기, 또 한 번의 변주가 기다리고 있다. 5월 11일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 그는 이등병 강성재로 돌아온다.
원작 웹툰을 기반으로 한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라는 장르는 낯설지만, 캐릭터는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 흙수저 출신으로 생존을 위해 몸을 부딪치며 살아온 인물로 총 대신 식칼을 들고 군대를 버텨내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전작의 이홍위가 주어진 운명을 견뎌야 했던 인물이라면, 강성재는 총 대신 식칼을 잡고 척박한 환경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능동적인 캐릭터다.
박지훈은 이번 역할을 위해 촬영 전부터 요리 학원을 다니며 칼질 실력을 연마하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작품의 독특한 설정인 퀘스트 수행, 가상 존재 가디언과의 호흡 역시 기대 요소다. 박지훈은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한 정교한 시선 처리와 세밀한 표정 변화를 통해, 평범한 이등병이 ‘전설의 취사병’으로 레벨업하는 과정을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단종 오빠’를 넘어, 깡다구 있는 성장을 상징하는 ‘깡성재’라는 수식어로 불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YY엔터테인먼트
사실 배우에게 작품의 공개 시기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제작 지연이나 편성 일정 등 복합적인 외부 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한 시기에 드라마와 음반이 동시에 쏟아지는 상황은 아티스트에게 찾아온 ‘기분 좋은 우연’ 혹은 ‘하늘이 점지해준 기회’에 가깝다.
하지만 이 행운이 온전한 결실로 맺어지는 건 박지훈이 쉼 없이 갈고닦아온 성실함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다. 공교롭게 맞물린 공개 일정은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쏟아부었던 노력을 대중에게 일시에 증명해 보이는 시기가 됐다.
곤룡포를 벗고 군복 위에 조리복을 걸치고, 마이크를 잡은 박지훈. 치열한 준비와 운명적인 타이밍이 만나 만들어낸, 박지훈의 가장 찬란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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