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공소청 법안에 경찰·공수처 우려…법조계 시선은?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2.04 14:31  수정 2026.02.04 14:31

중수청 수사 9대 범죄, 경찰과 대부분 중첩…경찰 "국민 혼란 야기할 수 있어"

공수처 "불필요한 경쟁 없애기 위해서는 수사 범위에 대해 조정 필요"

법조계 "수사 범위 겹치는 데서 오는 수사 지연 및 혼란 등 부작용 만만치 않을 것"

"검찰청법만 폐지하고 공수처법 전면 개정하지 않으면 혼란 일 것"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법 입법예고안과 관련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중수청 직무 범위가) 경찰과 지나치게 중복돼 어느 수사기관이 어떤 범죄를 관할하는지 알기도 어렵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역시 수사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현 상황을 보면 입법이 먼저 촘촘히 마련되기도 전에 중수청, 공소청 기구가 출범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만큼 문제가 있다"며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경찰 수사 범위와 겹치는 데에서 오는 수사 지연, 혼란 등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이 수사하는 9대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마약·내란 및 외환·사이버 등으로, 경찰과 대부분 중첩된다. 이에 대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지난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혼란과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중수청이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수사 우선권'을 가진 데에 대해서도 "경찰과 중수청 간 '사건 핑퐁'과 수사 지연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 대행은 이같은 의견을 담은 문건을 소관 부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도 3일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기관의 (수사) 범위에 대해서 명확하게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연관 부처에서 중수청·공소청 법안 관련 의견을 요청해 와서 냈다"며 "(수사기관 사이의) 불필요한 경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수사) 범위에 대해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중수청 법안을 보시면 수사 범위가 공수처 그리고 공소청 소속 공무원, 경찰공무원으로 수사 대상을 정한다. 반면 중수청 소속 공무원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고 했다.


이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려면 일단 공수처 의견으로는 경찰법과 공수처법에 3급 이상은 공수처가, 4급 이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또 "공소청법과 관련해서는 공수처의 경우 공수처법에 없는 규정은 검찰청법을 준용하는데, 공소청법이 제정되고 검찰청법이 없어지면 준용할 수 없게 된다"면서 "또 공소청의 경우 명확하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데 저희는 같이 하기에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데일리안 DB

법조계 전문가들은 경찰과 공수처의 의견이 대체로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의견이 조직 이기주의로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현 상황을 보면 입법이 먼저 촘촘히 마련되기도 전에 중수청, 공소청 기구가 출범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만큼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심지어 공수처법 상당 부분이 폐지될 검찰청법을 준용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입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에 더해 중수청·공소청까지 설치될 경우 입법 미비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고 또한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경찰 수사 범위와 겹치는 데에서 오는 수사지연, 혼란 등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이로인한 피해는 전부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중수청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동일 선상의 수사기관이라면 경찰청장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공수처의 의견도 타당해 보인다. 공수처법이 검찰청법을 준용하고 있는데, 검찰청법만 폐지하고 공수처법을 전면 개정하지 않으면 일대 혼란이 일 것이다. 중수청 소속 공무원(수사)에 대해서도 공수처의 지적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두 기관의 의견 중 검찰청법이 폐지됨에 따라 준용해야 하는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건 일견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 기관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 조직 이기주의로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용하고 무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기관들로서는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게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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