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비전옥스·BOE 참전
SK·삼성·LG, 中 추격 따돌리고 시장 선점 속도
SKC자회사 앱솔릭스의 반도체 유리기판.ⓒSKC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유리기판'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SK·LG 등 국내 기업들이 상용화를 앞두고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주도권 다툼이 격화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3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꼽히는 비전옥스(Visionox)는 올해부터 유리기판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비전옥스는 지난해 말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 구축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최대 패널 기업인 BOE 역시 지난해부터 유리기판 사업을 준비해왔으며, 현재는 기술 검증과 양산 가능성 검토를 거쳐 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계열의 유기 소재 기판을 유리로 대체한 차세대 패키징 솔루션이다. 표면이 평탄하고 열팽창률이 낮아 미세 회로 구현에 유리하며, 고집적 반도체에서 요구되는 신호 안정성과 전력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패키징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고성능컴퓨팅(HPC) 칩,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등 고부가 제품군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실제로 삼성전자, AMD, 인텔, 브로드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주요 반도체 기업과 빅테크들이 유리기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패키징 기술이 단순한 후공정을 넘어 칩 성능과 전력 효율,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다.
국내에서는 SKC,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이 사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SKC는 올해 유리기판 양산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양산용 샘플 생산에 착수해 고객사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AMD, 인텔, 아마존 등과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사업을 점검하고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는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손잡고 유리기판 핵심 소재인 '글라스 코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을 연내 추진 중이다. 세종사업장에는 이미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으며, 지난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해 검증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이노텍 역시 구미공장에 유리기판 시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공동으로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오는 2028년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유리기판 강도 향상을 위해 유리 정밀가공 전문업체 유티아이(UTI)와 연구개발 협력을 체결하며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인텔, TSMC, 일본 라피더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 역시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다만 대부분 기업이 2027~2030년을 양산 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어, 상용화에 먼저 성공하는 기업이 향후 유리기판 공급망과 차세대 패키징 생태계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수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 속도다. 반도체 업계에서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유리기판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이미 널리 쓰여온 소재다.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든 중국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업체로서 관련 기술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 완성도와 고객사 확보에서 얼마나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차세대 패키징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큰 기술"이라며 "초기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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