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완화의료에서의 임종돌봄’ 강의
“아이가 살아있는 ‘삶’이 ‘시간’이 되도록 돕는 게 치료 목표”
ⓒ데일리안 AI 포토그래피
아이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누가, 언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임종을 둘러싼 결정과 소통은 소아청소년 환아와 가족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의료의 한 축으로 꼽힌다.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강좌 ‘소아청소년완화의료에서의 임종돌봄’에서는 중증 질환을 앓는 소아청소년 환아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의료 현장의 고민과 실천이 공유됐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중증질환으로 치료 중인 만 24세 이하의 소아청소년 환아와 가족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신체적·정서적 어려움과 삶의 고민에 함께하며 동행하는 의료 서비스다. 단순히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전 과정에서 환아와 가족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 목적을 둔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이연희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필요성과 임종기 돌봄의 의미를 의료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병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완화의료가 필요한 24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는 연간 약 1300명으로 추산된다. 또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만 20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아 3만6808명 중 34%인 1만2515명이 중증 만성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의 경과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진단 시점부터 치료와 완화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아이의 생존 시간을 연장하는 것에만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살아 있는 시간이 ‘삶’이 되도록 돕는 것이 치료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10일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 ‘솔솔바람’ 프로그램실 축복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소아청소년완화의료팀 이름은 ‘솔솔바람’이다. 서울성모병원은 2020년 보건복지부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전담팀 솔솔바람을 출범시켰다. 솔솔바람팀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비롯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0여 년 경력의 전문간호사, 전담 사회복지사, 원목자, 미술·음악치료사,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 병원의 가장 큰 강점은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과 성직자들이 환아와 가족에게 지속적인 정신적·영적 지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임종기 환아에게는 이러한 정신적, 영적 돌봄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성인의 경우 말기암 환자를 중심으로 한 호스피스 인식이 강하지만,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완화’에 더 초점을 맞춰 진단 초기부터 돌봄이 시작된다”며 “놀이, 미술·음악치료 등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춘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호스피스에 대한 오해도 짚었다. 이 교수는 “호스피스는 죽기 직전에 가는 곳이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삶’을 위한 공간”이라며 “근본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통증과 증상을 조절하고, 도움이 되는 의료적 검사와 치료는 끝까지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임종 결정 과정에서 아이의 직접적인 참여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4년 스웨덴에서 암으로 사망한 자녀를 둔 부모 42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눈 가족의 73%는 후회가 없다고 응답했다. 또 청소년의 75%는 임종 결정에 대해 논의하기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임종 과정에서 아이와 가족 간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은 심리적 안정을 돕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임종에 가까운 아이를 돌보는 일은 매우 친밀한 경험으로, 깊은 슬픔과 함께 큰 선물을 동반하는 특권이기도 하다”며 “의료진이 이 과정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고, 서두르지 않으며 진심 어린 돌봄을 제공할 때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솔바람팀은 호스피스를 경험하는 아이들을 끝까지 정성껏 돌보고 있다”며 “반복되는 치료 과정 속에서 지친 환아와 가족에게 희망의 향기를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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