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부재' 반복되는 '분란'…이번엔 '격노' 김용범 책임론 부상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1.20 00:00  수정 2025.11.20 10:18

"지나간 일"…'격노'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

국민의힘 "화 내는 것 부적절…金 경질해야"

민주당도 조심하는데…공직기강 해이 도마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도중 언쟁을 이어가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를 때마다 논란을 일으킨 여당은 이번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강경 발언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돌발 변수는 예상치 못하게 대통령실에서 발생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야당의 부동산 대책 관련 지적 과정에서 자녀가 언급되자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김 실장의 태도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범 실장은 19일 유튜버 김어준 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지나간 일이다. 국회는 참 어렵다"며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더 해야겠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야당은 이번 사태를 단순하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김 실장은 자녀의 갭투자(전·월세 끼고 주택 매수) 의혹이 사실이 아님에도 추궁이 이어지자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핵심 참모가 주변 만류에도 고성을 지르며 국회에서 논쟁하는 모습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이 대통령이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대통령 리더십'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여당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김 실장의 부인에도 계속 자녀 의혹을 추궁하자, 감정이 터뜨린 것이라고 두둔한다. 실제 김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갭투자 의혹을 먼저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김 실장 자녀가 아닌 김 실장 본인의 갭투자를 언급하면서, 김 실장 자녀는 전세를 살고 있는 반면 대다수 청년은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전세자금 지원 예산이 삭감돼 월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따님과 가족을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딸이 전세를 살 수 있는 것이 든든한 게 아버지(김 실장) 마음 아니냐"라면서 "모든 부모도 내 자녀가 전세 살아서 집 살 수 있는 주거 사다리에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국민을 가족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가족을 엮어서 말할 수 있느냐"라고 반발했고, 김 의원은 "엮는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때부터 김 실장은 화를 내면서 반발하기 시작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김 실장의 손을 잡고 만류했지만, 김 실장은 "가만있으라"면서 손을 거칠게 뿌리치는 모습이 그대로 생중계됐다. 김병기 운영위원장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여기가 정책실장 화내는 곳이냐"라고 지적하자 사태는 일단락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국회 문화가 익숙하지 않고 자녀가 언급됨에 따라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하지만, 정치권에선 대통령실 핵심 참모가 질의 과정에서 격분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지적하는 부분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회에 출석한 정부 위원이 어제(18일) 정도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태도 자체는 잘못됐고 질책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김 의원이 시간과 장소에 맞지 않은 질문을 했기 때문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지만, 앞으로 국회에서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한 발 더 나가 김 실장의 태도는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것은 야당에 대한 현재 대통령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불만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누가 질의하든 대통령실 참모는 차근차근 설명해야 하는데, 바로 화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회는 물론 야당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고, 이 대통령이 순방 중인데 대통령실 참모가 먹칠을 하는 것일 뿐 아니라 외교 업적을 누가 묻히게 만드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용술 대변인은 나아가 이날 논평을 통해 "자기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에게 대통령실 정책실장 자리를 맡길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해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을 모독한 김 실장을 즉각 경질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현재 이 대통령은 남아공 주요 20개국(G20) 참석과 UAE(아랍에미리트)·이집트·튀르키예 3국 방문을 위해 순방 중이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 다자 외교 무대이자,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를 '글로벌 사우스'로 확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행사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1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방위산업과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협력하기 위한 7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직후 G7부터 유엔총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등 일정을 소화하며 외교전을 벌여왔다. 문제는 그동안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두드러질 수 있는 순간마다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냈고, 이는 외교 성과 퇴색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상인 이른바 'END 이니셔티브'를 공개했을 당시, 정치권은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추진을 두고 거세게 맞붙었다. 더욱이 이후 대통령실이 심혈을 기울인 '청년 주간'도 여당이 제기한 조 대법원장 '이재명 재판 기획설' 논란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외교 업적이 묻힌 대표적인 사례는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미·중·일 3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발전·회복 성과를 냈고, APEC도 논란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야당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성과를 자랑할 틈도 없이 여당은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시키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고, 이에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힐 정도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내 일부에서도 지도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이 대통령 성과가 가려진다는 우려가 나오자,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 순방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순방) 나갈 때마다 꼭 이상한 소리를 해서 성과가 묻혔다"며 "앞으로 이런 경우는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 '더인터뷰'에서 "그런(대통령 성과가 가려진다는) 지적이 사실 당 내부에도 있었다"며 "개혁은 개혁대로 끌고 나가지만, 민생의 한 축인 외교 성과를 국민에게 잘 전달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김 원내대표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을 만든 장본인은 김 실장이 된 상황이다. 문제는 여당과의 엇박자는 소통의 오류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실 핵심 참모인 김 실장이 논란을 자초한 것은 현재 대통령실 공직기강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등으로 부재할 경우, 누구보다 철저하게 관리되고 기강이 잡혀 있어야 하는 것은 대통령실"이라면서 "김 실장의 태도는 단순히 개인 문제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기강 문제 나아가 이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로 연결될 정도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부처 차관이 국회에서 고성을 지르며 화를 낸다면 부처 장관 입장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라면서 "자신의 위치와 본문을 망각한 행동이며 조직에 끼칠 해악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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