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 공연 티켓 암표 문제가 극심하다. 정가의 40배가 넘는 가격에 티켓이 거래되는 등 시장 교란 행위가 만연하지만, 실효성 있는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암표 신고 건수는 폭증했지만 법적, 행정적 한계로 인해 실제 조치로 이어지는 비율은 극히 저조하다.
ⓒ음공협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연 분야 암표신고 현황’ 자료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자료에 따르면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10배 이상 폭증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도 급증세는 이어졌다. 2023년에는 2161건, 2024년에는 2224건이 신고되었다. 2025년 역시 8월까지만 집계된 신고 건수가 1020건에 달했다.
실제 암표 거래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5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리는 'NCT WISH(엔시티 위시)' 콘서트가 대표적 사례다. 이 공연의 정가 19만 8000원인 VIP석 티켓은 온라인에서 40배가 넘는 800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정가 15만 4천 원의 시야제한 일반석 티켓조차 최저 36만 원에 판매되는 실정이다.
암표 신고가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법의 허점과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열린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이러한 법적 한계를 인정했다. 최 장관은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 암표 거래까지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으면 암표 근절은 어렵다”고 발언했다.
현행 공연법 제4조의2는 공연 티켓의 부정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암표 판매상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매크로 등 ‘부정한 방법’으로 티켓을 예매함과 동시에, ‘웃돈’을 받고 재판매해야 한다.
예매업체 입장에서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입증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매크로 사용 여부를 기술적으로 밝혀내기 힘들 뿐더러, ‘부정한 방법’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적 한계는 저조한 조치 실적으로 이어진다. 박수현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 중 ‘유효신고’로 분류된 것은 306건(약 5.6%)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예매처와 협력해 발권 취소 등 실질적 조치를 이끌어낸 건수는 206건에 그쳤다. 수천 건의 신고가 접수되어도 실제 암표상이 제재를 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의 행정 대응 역시 미흡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공정상생센터가 운영하는 '대중문화예술분야 온라인 암표신고센터'의 전담 인력은 단 1명뿐이다. 이마저도 암표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박수현 의원은 “문체부가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예매한 후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행위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대응하는 선제적 조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케이팝 산업의 성장을 논의하면서 정작 핵심 수익 기반인 공연 시장이 암표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차례 암표 근절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도 문제로 꼽힌다.
박 의원은 “암표 거래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소극적 대응에 그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실제 처벌이 약해, 더 강력한 벌칙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암표 근절을 위해 정부 부처, 예매처, 플랫폼과의 협력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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