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 1인극 열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엔 유독 많은 1인극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연극부터 뮤지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실력과 인지도를 겸비한 스타 배우들이 오롯이 혼자 무대를 채우는 1인극 무대에 연이어 오르면서 중소규모 극장에 새로운 활로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충무아트센터에서는 배우 김신록·차지연·이자람가 출연하는 연극 ‘프리마파시’가 한국 초연되고 있고, 윤나무·강기둥·강승호가 출연하는 1인극 ‘온 더 비트’도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11월에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에서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이 개막한다. 작품엔 유준상, 정문성, 고윤준, 고상호 등이 각각 마이클 콜린스를 연기한다. 9월 23일엔 배우 정경훈이 주인공 우진으로 출연하는 1인 연극 ‘드론’이 대학로 플랫폼74에서 개막한다.
배우 전혜진도 국내 초연하는 1인극 ‘안트로폴리스 라이오스’(ANTHROPOLIS Ⅱ-Laios)로 무대 복귀를 앞두고 있다. ‘라이오스’는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11월 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상연한다.
1인극은 배우 혼자서 모든 서사를 이끌어가야 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연기력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만큼 배우의 연기를 무엇보다 가깝고 밀도 높게 접할 수 있다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수천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배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숨소리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관객에게 강렬한 몰입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1인극 열풍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현재 국내 공연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 때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연 시장의 티켓 판매액은 1조4537억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14.5% 증가하는 등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극장 작품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연 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1000석 이상 대극장에서 이루어진 공연은 전체 공연 건수(2만1634건)의 약 19.9%(4301건)를 차지했지만, 티켓 판매액은 전체(약 222억 원)의 과반이 넘는 약 52.4%(약 116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전체 공연의 약 80.1%(1만7333건)가 열린 1,000석 미만 중소극장의 티켓 판매액 비중은 약 47.6%(약 106억 원)였다. 이 수치는 전체 공연의 5분의 1에 불과한 대극장 공연이 시장 매출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많은 중소극장이 시장의 저변을 튼튼하게 받치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익성 측면에서는 대극장 중심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 배우들을 앞세운 1인극의 흥행은 중소극장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1인극은 무대 장치나 출연진 규모의 한계로 인해 필연적으로 중소규모 공연장에서 공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타 캐스팅’이라는 강력한 흥행 카드를 통해 대극장 못지않은 관객 동원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작품이 성공하는 것을 넘어, 관객의 발길을 대극장 이외의 장소로 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소 대학로 연극이나 중소극장 공연에 관심이 없던 관객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를 보기 위해 기꺼이 티켓을 구매하고 공연장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1인극은 대극장 중심으로 고착화된 시장 질서에 균열을 내고, 실력 있는 창작진과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중소극장의 성장을 이끌 잠재력을 품고 있다”면서 “이 흐름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국내 공연계가 더욱 다채롭고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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