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대전환’ 주담대 줄이고 자본규제 푼다…금융권은 갸우뚱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09.22 09:34  수정 2025.09.22 09:56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연간 최대 27조원 대출 축소 전망

비상장주식 RW 400→250% 완화… 기업대출 여력 73조원 확대

금융권 “안전자산을 위험자산 취급… 가계대출 관리 위한 우회로

금융위원회가 19일 기업 혁신과 성장동력을 지원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기조를 구체화할 청사진을 내놓았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금융위원회가 기업 혁신과 성장동력을 지원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기조를 구체화할 청사진을 내놓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RW) 하한을 높여 부동산에 집중됐던 자금 공급을 주식투자와 벤처캐피탈(VC)로 돌리는 방안이다.


금융권에서는 생산적 금융의 전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우량자산인 부동산 대출을 위험자산 취급해 RW을 높이고 모험자산으로 자금의 이동을 꾀하는 방향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한국 금융에 대해서는 담보대출 등 손쉬운 이자수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이 이자 마진 증가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에 ‘이자장사’를 직격한 바 있다. 이에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이에 발맞춰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 투자를 통한 ‘생산적 금융’에 나서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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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당국도 부동산 담보 대출을 억제하고 신생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자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나왔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RW 하한은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한다. 금융위는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으로 연간 최대 27조원 규모의 주담대가 축소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RW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의 위험도를 반영해 자본적립 부담을 산정하는 비율로, 위험가중치가 높을수록 자본비율이 낮아져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험가중자산을 5% 상향한 조치로 인해 은행이 자본을 더 쌓아야해 은행의 자본부담을 늘리는 조치인 셈이다. 금융위가 추산한 주담대 축소 금액(27조원)은 자본부담을 고려해 은행들이 주담대를 줄일 것이라는 예상치다.


비상장주식 RWd은 글로벌 수준에 맞춰 400%에서 250%로 낮춰 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한다. 다만 단기매매 목적(3년 미만)이나 설립 5년 미만 벤처캐피털(VC) 투자는 400%를 유지한다.


금융위는 이로 인해 은행권의 자본비율이 높아지고 기업대출 여력이 31조6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에 기업대출 평균 위험가중치(43%) 적용하면 최대 73조5000억원의 투자 확대가 가능하다고도 분석했다.


아울러 정책목적 펀드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 100% 특례는 요건을 명확히 제시해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금융 안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모순점을 짚고 있다. 은행 대출 중 가장 부실 위험이 낮아 안정 자산으로 평가받는 주담대를 위험자산 취급하는 것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우회로’라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의 주담대 연체율은 0.2~0.3%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은행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대출 포트폴리오인데,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안전’성에 우선을 두는 것이 아니라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함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과 집값 잡기를 위해 RW를 높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모험자본 투자를 권하는 취지는 알지만 주담대 RW 조정은 페널티 줘서 줄이는 방향이라 원하는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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