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0.51%에서 올 6월 1.42%로 1년새 3배 ‘껑충’
정부, 대출 죄며 금리 인하 요구…‘관치금융’의 역설
“금리 아닌 비가격 방식만으로는 정책 목표 달성 어려워”
서울 시내의 ATM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사의 ‘이자놀이’를 정면 비판한 가운데,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되레 예대금리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출 문턱을 높이는 정책 기조 속에 은행들은 고금리 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고, 결과적으로 금융당국 스스로가 ‘이자장사’를 부추기는 역설적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평균 1.4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0.51%)과 비교해 약 3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후로는 지난 3월(1.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7월 예대금리차는 0.43%까지 내려가며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10월부터 다시 1%대를 회복했고, 올 들어 1.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세를 따라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려갔지만, 대출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6월 기준 예금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57%로, 1년 전(3.54%) 대비 0.97%p나 하락했다.
시중은행 예금상품도 1%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일부 지방은행은 이미 1%대 초저금리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여전히 연 4%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집값이 다시 오르며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이면서 금리가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말부터 ‘6·27 대출 규제’ 시행을 본격화하며 연간 대출 총량을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선별해 공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낮은 금리로 공급되는 상품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리가 아닌 비가격 방식으로 대출을 관리하라”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에서는 “비가격 방식만으로는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결과적으로 대출은 막히고 금리는 유지되며,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금리 산정에 개입하진 않더라도, 대출 총량이나 여신 심사 기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자장사를 막으려다 오히려 구조적으로 이자 수익을 늘려주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출 문턱을 높이라는 정부의 요구와 동시에 금리를 내리라는 요청은 현실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며 “지표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예대금리차는 당분간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이 ‘관치금융의 역설’아니냐”며 “금융을 규제하는 동시에 시장 친화적인 금리 구조를 요구하는 정책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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