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영방송·공공기관 물갈이 시동…"내로남불" 논란

방송3법 국회 통과…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알박기 금지법…"대통령·기관장 임기 일치"

과거 민주당 尹 공영방송 이사장 교체에 저항

문재인 임기말 공공기관장 59명 무더기 임명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이사진과 공공기관장 교체를 추진 중이다. 공영방송 이사진을 새로 짜는 '방송 3법'과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내쫓기 위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알박기 방지법'을 통해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방송 장악과 알박기 인사를 막겠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시도에 격렬하게 저항했고, 문재인 정부도 정권 말기 공공기관장 알박기를 자행했다는 점에서 입법을 통한 민주당의 공영방송·공공기관 물갈이 시도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을 끝으로 방송 3법 입법을 마무리했다. 방송 3법은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EBS법을 지칭하는 것으로 KBS·방문진(MBC 대주주)·EBS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기존 국회 교섭단체에서 나아가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 및 임직원,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변호사 단체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골자다.

방송 3법 부칙에 따르면 방송 3법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에 따라 KBS와 방문진, EBS 이사회는 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 구성돼야 한다.

새 KBS 이사회는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박장범 KBS 사장을 해임하고 신임 사장을 선임할 전망이다. 박 사장의 임기는 사장으로 임명된 2024년 12월 10일부터 3년 후인 2027년 12월 9일까지다.

문재인 정부 인사인 안형준 MBC 사장은 유임하고, 김유열 EBS 사장은 올해 3월 임기를 마치고 직무대행 중이라 새로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방송 3법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방문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기틀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 3법을 통한 민주당의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시도에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 이사장을 교체할 당시 민주당도 강하게 저항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추후 정권이 교체돼도 과반 이상의 진보 성향의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꾼 점에서 더 교묘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상 공영방송 이사진은 여권 우위로 재편 가능했으나, 이제는 여야를 떠나 특정 성향 정치 세력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방송 3법 입법을 마친 민주당은 '알박기 방지법(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한 번에 물갈이할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 추진 이유로는 윤석열 알박기 인사를 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심지어 대통령직 파면 이후에도 낙하산 알박기를 멈추지 않았다"며 "공공기관장만 45명이고 그중 23명은 파면 이후 임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알박기를 원천 봉쇄하겠다"며 "(법안의) 핵심은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켜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역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6개월을 남긴 상황에서 공공기관장 59명을 무더기 임명한 바 있다. 이에 윤 정부 출범 7개월이 넘도록 공공기관 간부직의 86%가 문 정부 인사였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2년 반이 지나서는 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의 40% 가까이가 자리를 지켰다.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과거부터 반복돼 온 관행인데 윤 정부 사례만 부각하는 건 지나친 프레임 씌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