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사상 첫 한 시즌 자매 동반 우승 대기록
열정 넘치는 언니 고지우, 수줍은 성격의 동생 고지원
고지우(23), 고지원(21·이상 삼천리)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첫 ‘한 시즌 자매 동반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고지원은 지난 10일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서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하며 생애 첫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고지원 입장에서는 짜릿한 반전을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2023년 투어에 데뷔한 고지원은 2년 차였던 지난해 상금 랭킹 89위로 떨어져 시드전을 치러야 했고 피 말리는 순위전에서도 42위에 머물며 올 시즌 조건부 시드를 받아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올 시즌 전까지 TOP 10 진입은 한 번도 없었고 자신의 이름보다 ‘버디 폭격기’로 이름을 날린 고지우의 동생으로 더 유명했던 이가 바로 고지원이었다.
그럼에도 고지원은 묵묵하게 자신의 골프를 갈고 닦았다. 지난 6월 초 열린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서 공동 10위를 기록하며 생애 첫 TOP 10에 올랐으나 한 달 뒤 열린 ‘롯데 오픈’서 컷 탈락하며 다시 한계에 부딪히는 듯 했다.
고지원은 이때를 돌이키며 “컷 탈락 후 많은 것을 배웠다. 이후 2주 동안 드림 투어(2부 투어)와 일본투어 1차 프로 테스트를 보며 감이 살아났다. 안 되는 점을 파악하고 고치면서 조금씩 감을 되찾았고,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달 초 열린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몇 단 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 대회였다. 3라운드까지 선두 자리를 유지하던 고지원은 베테랑 배소현의 노련함에 밀려 통한의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고지원을 이에 대해 “스코어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스코어를 잘 지키면서 결국 우승했다”라고 돌아봤다.
고지원은 2살 위 언니인 고지우를 보며 골프를 시작했다. 다만 둘의 성격은 정반대다. 수줍음이 많은 고지원과 달리 고지우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시즌 초 한 대회에서 고지우가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내며 믹스트존 인터뷰에 임한 적이 있었다. 버디만 9개를 잡아내며 완벽에 가까웠던 경기력을 펼쳤던 고지우는 1개의 보기를 지적하는 모 매체 기자 질문에 “지금 저 혼내시는 거에요?”라고 반문해 당황시킨 일이 있었다. 할 말은 다 하는 MZ세대의 표상이 바로 고지우이며, 그게 최대 매력 포인트다.
고지우는 경기력도 화끈하다. 돌아가는 법이 없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과 딱 들어맞는다. 고지우는 올 시즌도 라운드당 4.32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이와 달리 고지원은 좀 더 안정을 추구한다. 선수 스스로도 ‘지켜야할 때’를 강조할 정도이며 무작정 핀을 보고 공을 쏘기 보다는 타수를 잃지 않는 방향으로 자신의 골프를 만들어가고 있다. 고지원은 올 시즌 안정적인 그린적중률과 퍼팅을 앞세워 평균 타수 부문 전체 2위(69.97타)에 올라있다.
고지원에게 언니인 고지우는 배움의 존재다. 고지원은 우승을 확정한 뒤 “언니한테 배워야 할 점은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언니는 열정이 불타오르고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인드로 뭐든 열심히 한다. 나는 흘러가는 대로, 언니는 자기가 만들고 바꾸는 스타일이다. 언니의 그런 태도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니와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하고 싶다. 둘 다 열심히 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웃었다.
고지원의 바람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고지원의 평균 타수는 전체 2위, 고지우는 전체 4위이며 2주 전 열린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나란히 TOP 10에 올라 절정의 샷 감각을 함께 유지 중이다.
한편, 자매가 같은 투어에서 함께 두각을 나타낸 경우는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LPGA 투어에서는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72승)과 샤를로타 소렌스탐(1승) 자매가 유명하며, 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인 모리야 쭈타누깐(3승)-에리야 쭈타누깐(12승), 그리고 제시카 코르다(6승)와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15승)를 꼽을 수 있다. 소렌스탐 자매는 2000년, 코르다 자매는 2021년 한 시즌 동반 우승을 세웠다.
일본 JLPGA 투어에서는 90년대 활약했던 후쿠시마 아키코(24승)-후쿠시마 히로코(1승), 호리 나쓰카(2승)-호리 고토네(2승) 자매가 대표적이며, 쌍둥이인 이와이 치사토(8승)-이와이 아키에(6승) 자매는 일본 무대서 크게 활약한 뒤 올 시즌 나란히 LPGA 투어에 진출했다. KLPGA 투어에서는 고지우·지원 자매 이전, 박희영과 박주영 자매가 나란히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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