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별도 재판부 구성 금지에도
與 당권주자들 '선명성 경쟁' 사활
특검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 되자
與 소속 법사위원장도 '특판' 시사
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와 사법 체계에서 전례가 없는 '내란특별재판부'(내란특판) 구성을 시사하며 사법부 압박을 재개했다. 원내 지도부 측은 우리 현행 헌법이 특별법원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소신"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당권 주자들, 나아가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까지 내란특판을 거론하고 나섰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거대 여당이 사법부 압박에 나아가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낸 정청래·박찬대 후보(기호순)는 내란특판 도입을 주장하며 당심(黨心)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권 지지층이 바라는 검찰과 사법개혁을 추진할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피력하기 위한 강경 노선이다.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법원에 지귀연 판사 같은 류가 있고, 내란피의자 상습적 영장기각 판사류가 암약하고 있는 한 내란특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내란 척결의 훼방꾼들은 또 하나의 내란동조세력일 뿐이다. 내란특판을 도입하겠다"고 적었다.
내란 혐의를 받고 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의 전례를 들어 사법부를 불신한 듯 특별법원 구성의 필요성을 설파한 것이다. 이는 지 판사에 대한 강성 당원의 분노를 이끌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8·2 전당대회 표심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포함한 '내란종식특별법'을 발의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불법 계엄을 기획하고 헌법기관을 마비시키려 했던 조직적 내란. 그 주범들, 공범들, 그리고 그 유산까지 '특별재판부'에서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순직해병 특검이 청구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구속영장, 내란 특검이 청구한 김용대 드론작전 사령관 구속영장을 법원이 줄 기각하자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나서 사법부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쏟아냈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이춘석 의원이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사위원장으로서 경고한다"며 "사법부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법사위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특별재판부 도입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향후 법원이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재차 기각할 경우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고 압박한 셈이다.
민주당 소속 이성윤 법사위원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는 평시 일반 형사범에게 하는 사유와 같다"며 "법원이 엄중한 내란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에 대해 지금처럼 계속 안이하게만 하면 '특별재판부를 만들라'는 국민적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법원은 특정 사건을 전담하는 한시적인 재판부를 새로 구성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는 우리 헌정사에서 공식적으로 설치된 전례가 없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 △5·17 쿠데타 △광주학살 등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들에 대한 재판은 특별법원 없이 일반 형사재판부가 맡았다.
특히 우리 현행 헌법은 특별법원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헌법 제110조에 따르면 군사재판을 제외한 특별법원은 인정되지 않는다. 즉 민주당이 언급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 절차가 따라야 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재판부를 별도로 구성하겠다는 발상이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헌변)은 입장문을 내서 "(민주당이)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과 삼권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반민주적·반헌법적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주당은 이를 즉시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과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그 직에서 즉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개별 사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내란특판에 대한 당차원의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의원들) 개인적인 소신인 것 같다. 지도부와 논의한 바 없다"고 거리를 뒀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특판 구성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다'는 지적에 "사법부에서도 내란 청산을 위한 활동에 있어 국가적 과제인 만큼, (법원이) 더욱 그 문제(내란·순직해병 특검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제고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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