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협력 노골화하는 북·러…단절된 한미 대화 손짓엔 응할까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7.02 04:20  수정 2025.07.02 11:32

北 '김정은 모교' 군사교육 대표단 1년만에 또 방러

북러 군사협력 숨기지 않고 공개…안보리 결의 위반

'李정부·트럼프' 대화 제안에도 습관적 비난만 계속

북한 김금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인민군 군사교육일군(간부)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8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7월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인민군 군사교육을 담당하는 간부들이 러시아를 방문하며 군사 교류·협력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안에도 계속 침묵하며 한미를 비난하는 습관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김금철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러시아 총참모부 군사 아카데미를 방문하기 위해 전날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김일성군사종합대는 한국의 국방대 등과 유사하게 장교를 재교육하는 군사학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스위스 유학 후 포병학 등 군사 지식을 배운 곳으로 알려졌다.


방문 목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러시아 측 군사교육 기관과 교류·협력을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김금철 총장 일행의 공개적인 방러는 작년 7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작년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지 1주년을 맞아 전방위적인 협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이번 러시아 방문도 그런 흐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이 협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김일성군사종합대 총장의 방러는 북러가 군사 협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노골화하겠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총장은 작년 12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이유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한편 평양에 체류 중인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은 전날 북한의 여러 예술 유관기관을 찾았다.


주체음악예술발전관, 국가선물관, 만수대창작사 미술작품전시관을 둘러봤으며 평양의 러시아정교회 성당인 정백사원도 방문했다.

韓美 손길에도 호응 없어…북, 대화 응할까
북한이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을 맞아 계급교양 주제 미술전시회가 지난 24일 평양국제문화회관에서 개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을 향해 유화적인 손짓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기어이 결산하리라-피는 피로써!' 기사에서 지난달 24일 평양국제문화회관에서 개막한 계급교양주제 미술전시회의 후기를 전했다.


북한은 매년 6·25전쟁 발발 당일인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를 '반미 공동투쟁 월간'으로 지정하고 한미 적대의식을 끌어올려 왔다.


이번 미술전시회도 그 일환으로 개최된 것이다. 신문은 '십자가를 든 교형리'라는 선전화를 소개하며 "생사람의 배를 갈라 죽인 선교사의 탈을 쓴 미국놈들"이라며 해방 전 미국 선교사들이 조선 땅에서 인체해부실험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미제와 한국 전쟁 광신자들을 무자비하게 박멸해버릴 보복 의지가 반영된 서예 '폭제의 핵에는 정의의 핵으로', 선전화 '너절하고 비열한 한국 깡패 무리들을 무자비하게 괴멸시키자' 등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공개석상에서 "갈등이 있다면, 북한과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언급하는 등 대화 의지를 지속해서 재확인했다.


한국도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제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대화 여건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의 관계 개선 기조에 전향적으로 호응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특히 군과 해양경찰은 지난 3월과 5월 각각 동해와 서해에서 표류하던 북한 주민들을 구조한 바 있는데, 이들은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


다만 우리 측 송환 의사 타진에도 북한의 응답이 없어 신병 인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의 응답은 현재까지 없다"며 "조속하고 완전한 송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같은 한미의 대화 제안에 반응이 없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삼가는 등 수위는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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