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달인’의 실패한 거래 [기자수첩-국제]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5.07.01 07:00  수정 2025.07.01 18:25

'협상의 달인' 트럼프, 이란 핵협상서는 허둥지둥

"선택지 줄이고, 주도권 빼앗겨…결국 군사행동"

이란 타격 효과적이었을까…핵개발 가능성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는 협상 기술 11가지가 소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에서 특히 몇 가지 기술을 반복해서 강조하는데, 이를 세 문장으로 정리하면 “선택의 폭을 최대화하라” “전문 지식을 쌓아라” “주도권을 넘겨주지 마라”다.


자타 공인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은 선택지를 여러 개 확보한 상태에서 전문 지식을 무기로,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 모든 협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그가 보여준 여러가지 모습은 협상의 달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가까운 예는 지난 몇 달간 벌인 이란과의 핵 협상이다. 이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책에서 강조한 협상의 기술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시작부터 선택의 폭을 좁히고 협상에 나서더니, 전문 지식도 활용하지 않고 주도권을 빼앗겼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선택지 중 하나였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란핵협정)을 깨버리고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2003년부터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다가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미국과 이란은 20개월 동안 직접 대화하며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고 결국 중국과 러시아, 유엔까지 개입시켜 핵 합의를 완료했다. 이때 맺어진 협정이 JCPOA다. 이를 위해 미국의 중동·외교 전문가 및 정보 요원 수백 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합의 이후 이란의 우라늄 농축률은 단 자리(3~4% 수준)에 묶이게 됐고 저농축 우라늄 비축분도 기존 10,000kg에서 300kg로 대폭 줄일 수 있게 됐으며 원심분리기도 20,000개에서 5,000개로 감소했다.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4시간 감시를 받아들인 것도 큰 수확이었다.


2016년 대선 선거 운동 내내 오바마 행정부의 모든 업적(오바마 케어 등)을 공격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JCPOA도 하루빨리 파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란이 여전히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환경인데다, 미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퍼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당선 후 그는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오바마 행정부의 핵 합의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약 10년이 다 돼가도록 더 나은 협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란은 핵농축을 더욱 적극적으로 했고, 반미 성향의 대리 세력들(하마스·헤즈볼라 등)에게 더 많은 금전적 지원을 쏟기 시작했다. 보수 성향 매체와 정치 팟캐스트들조차 그가 JCPOA를 버리지 않은 채 협상을 시작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도 이란에 “두 달 안에 핵 협상을 완료하라”고 경고했다. 그가 왜 두 달을 기한으로 삼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스스로 설정한 두 달이라는 기한은 그의 선택지를 더욱 좁혀 버리는 결과를 낳았고, 모든 카드를 잃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군사행동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됐다.


지난달 18일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TV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효과적인 타격이 아니었다는 의혹도 더러 제기됐다. 타격 일주일 뒤 유력 외신(CNN·뉴욕타임스·AP통신)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받은 피해가 제한적"이라며 “이란은 여전히 몇 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우리는 위기를 느낀 독재정권이 핵무기 개발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수차례 경험해 왔다. 오히려 핵무기를 포기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는 달아나다 비참하게 죽었고, 그보다 먼저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불법 침공당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최근 후계자 3명을 지명한 것도 이런 이유다.


결국, 미군의 군사행동 탓에 이란 정권이 핵무기 개발에 집착할 가능성만 매우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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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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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끝 문장이 하고 싶은 말 같은데,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네. 
    "결국, 미군의 군사행동 탓에 이란 정권이 핵무기 개발에 집착할 가능성만 매우 커진 셈이다."
    군사행동 탓에 핵 개발이 몇 달이라도 지연된 효과가 있는데...
    
    2025.07.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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