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尹정부 국무위원들에게 "서유기 파초선 같은 것이 권력"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5.06.25 04:05  수정 2025.06.25 04:05

"아주 작은 부채로 세상은 엄청난 격변"

국민 목소리 듣는 '국민 사서함' 운영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서 중국 고전 서유기에 등장하는 부채 '파초선'을 언급하며 공직자들의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이재명 정부 첫 장관 인선을 단행하기는 했지만 아직 임명 전이기 때문에, 이날 국무회의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차관 국무위원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농담 같은 얘기지만 손오공 얘기, 서유기를 다들 어릴 때 보셨을 것"이라며 "여기에 파초선이라고 하는 부채를 든 마녀가 나온다. 불을 꺼야 되는데 이 파초선을 빌리러 손오공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이 부채를 한 번 부치면 천둥 번개가 치고, 두 번 부치면 태풍이 불고 폭풍우가 오고 세상이 뒤집어진다"며 "아주 작은 부채로 세상은 엄청난 격변을 겪는데도, 본인은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권력이 그런 것 같다. 여러분이 하는 일, 작은 사인 하나, 작은 관심 하나가 여러분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그 작은 관심에 누군가는 죽고 살고, 누군가가 망하고 흥하고, 그런 게 더 쌓이면 나라가 흥하거나 망하는 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주 말씀을 드리지만 우리는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거나 또는 사적 조직의 구성원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공동체의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일을 처리하는 대리인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직자들이 어떤 태도로 어떻게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결과가 만들어진다. 여러분의 책임과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달라"며 "그런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주기를 다시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이 대통령은 전날 첫 문민 국방부 장관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하는 등 11명의 장관급 인선을 단행했지만, 아직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있어 신임 장관이 임명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전임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무회의를 진행하면서, 이들에게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을 맡은 만큼 끝까지 업무에 충실히 임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수위원회(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새 정부 출범 76일 만에 국무위원 인선을 마쳤었다. 이 대통령과 전임 정부 국무위원들 간의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강유정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직무를 수행할 때) 부처에 얽매이지 말고 부처 간 협의로 해결책을 찾되, 조정이 잘되지 않으면 대통령에게 꼭 알려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AI 활용 업무개선 방안 등을 보고받은 뒤, 이는 다른 부처와 연계해 움직여야 하는 사안인 만큼 협업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마다 참석자들 좌석이 바뀌는 이유를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직제에 따라 순서대로 자리를 배치하다 보니 부재자가 생길 때마다 그 자리를 채우게 되면서 늘 위치가 바뀐다'는 답변을 듣고는 "국민의 입장에서 직제별 좌석은 중요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참석자들은 늘 자기 명패를 찾아 헤매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국민 사서함' 창구를 운영한다.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실은 "국민의 목소리를 국정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국민사서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민사서함은 온라인 설문조사 링크에 질문을 접수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경제·민생, 사회, 정치, 외교·안보 등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책상 위의 논의만으로 국정을 이끌 수 없다. 국정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약속, '국민사서함'을 통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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