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의 신', '무용수들의 무용수', '무용계의 전설'. 무용가 최호종(31)을 향한 수식어는 경외심으로 가득하다. 부단한 노력 끝에 정상의 반열에 오른 만큼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길을 택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놀라울 만큼 거침없고 과감한 행보를 택하고 끝내 옳은 길로 일궈낸다. '괴물'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수밖에 없다.
ⓒ매니지먼트 낭만
최근 데일리안과 만난 최호종은 지난해 11월까지 방영한 Mnet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 계기에 대해 "지도자로서의 영향력을 굳혀가기 위함"이였다고 털어놨다.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 전에 국립무용단 퇴단 결심이 있었어요. 플레이어보다 디렉터이자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폭을 줄이고 깊어지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죠. 그런 만큼 탈피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퇴단 결정을 했는데, 그와 동시에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 제의가 들어왔어요. 바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4개월에 걸쳐서 미팅하고 고민하다 보니 출연을 결심했죠."
늘 그래왔듯, '스테이지 파이터'에서도 독보적인 예술성을 보여주며 최종 우승을 차지한 최호종이다. 그에게 '서바이벌의 압박은 없었냐'고 묻자 지나치게 그다운 답이 돌아왔다.
"서바이벌 내에서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으면 그만큼 많은 기대감과 무대감, 부담감이 덤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때마다 잘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런 만큼 무용수로서 좋은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남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어떨까, 지금 여기서 다른 장르를 선보이면 좋겠다. 이런 순간의 판단들이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었죠. 그런데 결국에는 좋게 잘 극복해낸 것 같아서 힘들었다면 힘들었지만 내심 즐겼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달에는 첫 단독 공연 '노웨어'(NOWHERE)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단독 콘서트는 저에게도 도전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 무용계에서는 이례적인 규모였어요. 무용수 개인이 이 정도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스스로도 의구심이 많이 들었죠. 다행히 공연을 좋은 퀄리티로 잘 올린 것 같아 후련하고 개운해요. 사실 티켓이 굉장히 빨리 매진이 되어서 의아하기도 했어요. 이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놀랐죠. 더 잘 준비해야겠다 싶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늦은 나이에 무용을 시작한 만큼, 최호종은 지난 12년을 돌아보며 "정말 힘들게, 열심히 살았다"고 회상했다.
"또래 무용수를 쫓아가기 위한 열등감으로 시작해서 이걸 극복하고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다지고 인정을 받고, 그리고 주역으로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그 어린 나이에 냉혹한 사회에서 견디는 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12년 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무용을 할 것 같아요. 이제 저는 제가 춤을 추지 않고 무대에 서지 않았더라면 뭘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용이 존재하지 않고는 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그런 그에게서 '노력형 천재' 특유의 완벽주의와 엄격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몸으로 하는 예술 분야는 대부분 고통으로 이뤄져 있다고 느껴요. 90%에 달하는 고통의 기간 속에 단 몇 프로의 기쁨이나 성취감, 혹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유레카를 위해 열심히 고통을 인내하는 거죠. 저는 제가 춤을 추는 걸 잘 못 봐요. 자신한테 실망하게 되고 단점밖에 보이지 않고 나를 온전하게 볼 수 없더라고요. 그만큼 저 자신에게 엄격하기도 하고, 그런 자신을 보는 게 두렵기도 해요. 그런데 사람은 결국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완벽하고자 하는 태도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최호종의 다음은 충실, 그리고 탈피라고 한다.
"다음을 설정할 때면 늘 지금까지 내가 사유하고 경험해온 것들에 대한 탈피를 기준으로 잡아요. 저는 예술은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고 맞다고 느낀 부분들이 무대가 되고 춤이 되고 언어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때로는 내가 맞다고 생각한 것이 나를 배신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한 부분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충실하는 것이 다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제가 지금까지 거쳐온 것들을 벗어던지고 탈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만큼 그의 무용에서도 최호종 만의 탈피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아름답고 멋진 춤을 정말 많이 춰온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그걸 배반하는 일이 즐거워요. 우울하거나 조금 선호되지 않는 감정 속에서의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래서 조금 기괴하고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것들에게서 아름다운 부분을 만들어 설득하고, 그러한 풍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면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 요즘 제 목표에요. 그 다음에는 뭘할지 잘 모르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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