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의지 문제 아닌 질병"…비만 치료제 급여화 '급물살'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2.17 16:48  수정 2025.12.17 16:57

한국릴리·대한비만학회 올바른 비만 관리 주제로 세션 개최

당뇨 환자 2명 중 1명은 비만…치료제 제도적 지원 필요해

비만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비만은 단순한 체중 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정부 또한 다른 만성 질환과 달리 비만은 예방에만 집중하고 있어 인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의 전쟁’이 선포된 가운데 한국 역시 지난 10년 사이 비만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비만을 동반하고 있어 혈당 조절 실패와 합병증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당뇨병 환자 대상 급여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성인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보조제로 급여 기준을 인정 받았다.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보험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와 비만 모두 청년층에서 체감도가 매우 높은 문제”라고 말하며, 비만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확대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존 비클 한국릴리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 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미디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 주최로 열린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 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미디어 세션에서는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비만 치료제 급여화 필요성과 오남용 대책 등이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비만을 미용 문제가 아닌 질병으로 규정하며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인크레틴 기반 주사제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들 약제의 올바른 사용 환경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용호 교수는 비만을 동반하고 있는 2형 당뇨병의 위험성을 진단했다. 이 교수는 “2022~2023년 통계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 2명 중 1명은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며 “비만 동반 2형 당뇨병 환자의 문제는 체질량 지수(BMI)가 높을수록 혈당 조절이 어려워져 합병증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은 당화혈색소 치료 목표(6.5% 미만)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은 떨어지고 저항성은 커진다”며 “단순히 혈당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초기부터 체중과 혈당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비만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비만을 그대로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 암 등 200개 이상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며 “생활 습관 개선과 더불어 (약물 치료 등) 임상적 개입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미디어 세션에서는 비만 치료제의 처방 환경 확대와 함께 비만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한비만학회 이재혁 총무이사는 “비만은 질병 코드가 부여된 명백한 만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되거나 제도권 밖인 비급여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무이사는 이어 “국내 비만 유병률이 38%에 달할 정도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비만은 이제 국가가 관리해야 할 질환”이라며 “학회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만기본법’ 제정을 통해 비만 환자들이 체계적인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3월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기점으로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정책 간담회를 갖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운자로 국내 공급사인 한국릴리는 비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비만치료제 오남용으로 이어진다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제약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국릴리 존 비클 대표는 “비만은 의지력 부족의 결과가 아닌 복잡하고 진행성인 만성 질환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치료가 불필요한 사람들의 미용 목적 오남용을 부추겨 정작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의 접근성은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했다


비클 대표는 이어 “한국릴리는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가 허가된 적응증 범위 내에서 안전하고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학회, 정부, 언론과 긴밀히 협력해 올바른 치료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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