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언어’를 초월한다? 뮤지컬 속 ‘자막’의 역할 [언어 장벽 넘는 뮤지컬②]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6.21 10:28  수정 2025.06.21 10:29

뮤지컬 자막 서비스 '유니스텝' 공연계 확산 움직임

공연 감동 반감 vs 대사·가사 이해에 도움

뮤지컬 '사의 찬미' 자막 시연 ⓒ오롯플래닛

“한국어로 공연을 본 것은 처음인데, 언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자막이 있어 중국에서도 인기 있는 한국 뮤지컬을 본토에서 즐길 수 있어 좋다.” -외국인 관객 A씨


“대본을 외워야만 했던 과거와 달리, 자막 덕분에 공연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돼 감상의 선택지가 생겼다.” “상상에만 의존했던 공연을 비로소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 -청각장애인 관객 B씨


“가끔 놓치는 대사나 빠르게 지나가는 가사를, 자막을 통해 다시 확인하며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일반 관객 C씨


“처음엔 일반 관객들의 불편을 우려했지만, 막상 도입하니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협조하는 것을 보며, 관객들 스스로가 이미 ‘공연은 함께 즐기는 것’이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공연 제작사 관계자


공연은 언어를 초월한 예술이라지만, 때로는 언어가 주는 장벽이 온전한 감동 전달을 방해하기도 한다. 특히 뮤지컬처럼 대사와 노래가 중요한 장르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사와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관객들은 종종 극의 흐름을 놓치기도 한다. 최근 중소극장 뮤지컬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실시간 자막 서비스 ‘유니스텝’은 이 같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모두가 함께 감동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니스텝은 청각 장애인, 외국인 관객은 물론 OTT 시청 시에도 자막에 익숙한 요즘 세대 관객들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연의 대사와 가사가 제공된다.


물론, 유니스텝과 같은 자막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길에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하다. 공연 전문가들을 “자막에만 의존하게 되면 배우의 표정이나 움직임 등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놓칠 수 있어 공연 본연의 감동이 반감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나아가 자막의 보편화로 ‘이해력 저하’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콘텐츠 시청 시 자막 없이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듣기 능력이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롯플래닛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자막 서비스가 공연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명확하다. 가장 큰 장점은 대사와 가사의 정확한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다. 이는 스토리 라인을 명확히 파악하게 하여 공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게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또한 특정 대사나 가사가 주는 언어유희나 문화적 뉘앙스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유니스텝 서비스를 제공 중인 최인혜 오롯플래닛 대표는 “뮤지컬처럼 복합적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장르에서는 오히려 자막이 감상을 도와주는 장치로 활용된다. 합창 장면이나 여러 배우가 동시에 노래하고 말하는 순간이 많아서, 대사가 온전히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막이 없다면, 한 번만 공연을 보는 관객은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막 서비스는 공연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한다. 청각 장애인이나 외국인 관객뿐만 아니라, 난해한 대사나 빠른 전개로 인해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는 더 많은 사람이 공연을 즐기는 기회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는 공연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미래의 자막 서비스는 단순히 대사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공연의 예술적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자막의 디자인이나 배치에 시각적인 요소를 더하거나, 배우의 감정에 따라 자막의 색상이나 폰트를 변화시키는 등 보다 역동적인 자막 연출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막 서비스는 언어의 벽을 넘어 모든 관객이 함께 호흡하고 감동을 공유하는 공연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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