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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이 쏘아 올린 '나눔의집' 사태…대법원도 방만 운영 인정했다


입력 2024.08.03 06:04 수정 2024.08.03 06:04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대법, 1일 후원자가 나눔의집 상대 제기한 후원금 반환 소송서 원심 파기환송…원고승소 취지

"나눔의집이 표시했던 후원 목적과 후원금 사용 현황 사이 착오로 평가할 만한 불일치 존재"

"후원자, 착오 빠지지 않았더라면 후원 계약 체결 이르지 않았을 것…착오 있을 때는 취소 가능"

나눔의집 사건, 윤미향 비례의원 당선 직후 불거져…내부고발 이어지며 전 소장 유죄 확정되기도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는 모습.ⓒ연합뉴스

대법원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인 '나눔의집'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돌려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후원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후원 목적과 실제 사용처가 다를 경우 후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사실상 대법원이 나눔의집의 방만 운영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나눔의집 사건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맡고 있던 윤미향 전 국회의원이 지난 2020년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에 당선된 직후 불거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윤 전 의원의 정의연 기부금 횡령 의혹을 적극 제기했고, 이후 나눔의집에서도 내부고발 등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전날 후원자 이모 씨가 나눔의집 운영사인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을 상대로 낸 후원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나눔의집이 표시하고 후원자가 인식했던 후원 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불일치가 존재한다"며 "후원자가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후원 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민법 109조에는 '법률 행위 내용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원고는 피고의 후원 안내에 따라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돼 왔거나 현재도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후원 계약의 목적은 단순한 동기에 머무르지 않고 계약 내용에 편입됐고 그 목적은 계약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후원금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돼 있다는 사정은 후원 당시 피고 스스로 밝힌 후원 목적과 이에 의거해 원고가 갖게 된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후원 계약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윤미향 전 국회의원.ⓒ뉴시스

나눔의집 사건은 윤 전 의원이 지난 2020년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직후 불거졌다. 당시 윤 전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맡고 있었는데, 이 할머니가 윤 의원의 정의연 기부금 횡령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수사가 진행된 끝에 윤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들은 기부금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배임, 보조금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준사기 등으로 기소됐다. 비슷한 일을 하는 나눔의집 내부에서도 횡령·비리 등 고발이 이어지며, 안모 전 소장을 비롯한 나눔의집 직원들도 사기·지방재정법 위반·기부금품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됐다.


후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11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나눔의집에 대한 후원금 반환 소송도 제기됐다. 후원자들은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 및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 모임'을 꾸리고 2020년 6∼8월 2차례에 걸쳐 약 9000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사용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원고를 기망하거나 착오에 빠뜨려 후원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후원금 89억원 중 2억원(2.3%)만 시설에 지출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나눔의집은 유보된 후원금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하여 사용할 계획임을 밝혔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 역시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판결을 유지했다.


1·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소송에 참여했던 23명 중 이 씨만 혼자 남아 재판을 이어왔다. 이 씨는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 활동 후원'을 목적으로 하는 나눔의집 후원 계좌에 월 5만원씩 총 31회 돈을 송금했다. 후원 계약이 취소됨에 따라 나눔의집은 이 씨에게 후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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