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현장 경영·구광모는 신년사…최태원·정의선 연말연시 행보는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2.23 11:56  수정 2025.12.23 11:57

이재용, DS부문 사업장 방문…미래 기술 확보 현황 점검

구광모, 신년사서 '치열한 집중' 당부…"새로운 혁신 필요"

최태원, AI시대 본원적 경쟁력 강화 방안 등 내년 경영 구상

정의선, 공식 신년 행사 대신 신년사 통해 미래 비전 전할 듯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뉴시스

4대 그룹 총수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현장을 직접 찾거나 미래 전략을 점검하며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산업 환경 변화가 가속화되자, 기술 경쟁력과 실행력을 앞세운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 경기 기흥과 화성에 위치한 DS부문(반도체)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해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점검했다. 이재용 회장은 오전에는 기흥캠퍼스에 위치한 DS부문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NRD-K'를 찾아 반도체 전략과 미래 기술 확보 현황을 살폈고, 오후에는 화성캠퍼스에서 AI를 활용한 제조 자동화 시스템 구축 상황을 확인했다.


이재용 회장은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 동향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한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제품 사업화에 기여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이달 중순 미국 출장에서 테슬라, AMD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회동한 직후 반도체 현장 경영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객사 협력 확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반도체 사업 전략을 보다 구체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주요 사업부문별 내년 목표와 실행 전략을 논의했으며, 내년 초에는 회장 주재 사장단 만찬을 통해 신사업 전략을 다듬을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연말 경영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를 주재해 내년 중점 경영 과제를 논의한 데 이어, 연말을 맞아 국내외 구성원에게 신년사 영상을 전달했다. 구광모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선택한 그곳에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며 "그 치열한 집중이 고객이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 경험을 만들고 세상의 눈높이를 바꾸는 탁월한 가치를 완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 행보와 신년사를 통해 '혁신'을 주문한 이재용 회장, 구광모 회장과는 달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할을 제외하고는 그룹 총수로서는 공개 일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연초 첫 일정격으로 참석했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IT 전시회 CES에도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외부 공식 일정 대신 AI 시대 주도권 확보와 운영 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 방안 등 내년 경영 구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최근 CEO 세미나를 열고 AI 실행력 강화를 논의했으며, 계열사별로 AI 관련 조직 개편도 진행한 바 있다. 내년 실행 방향이 담긴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는 내년 1월 1일 공개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예정된 일정은 없다"며 "서신의 개념으로 1월 1일에 신년사는 배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별도로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내년 1월 초 200개사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회장과 구광모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방중 세부 일정과 참석자 명단 등은 내년 초로 추진되고 있는 한중 정상회담의 최종 조율 여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늦게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한 현대차그룹도 본격적인 내년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공식 신년 행사 대신 내년 초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 심화와 관세 이슈 속 생존 전략, 로보틱스 등 미래 비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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