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살포´ 좌파단체 난입 아수라장

입력 2008.12.02 15:32  수정

<현장>"수구꼴통"-"김정일 하수인" 자유북한연-진보연대 충돌

경찰 수수방관속 부상 속출…박상학 대표 등 보수측만 연행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에서 북한에 전단을 보내려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진보단체 회원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보수단체 회원들이 자신들의 차량
탈북자 및 납북자 가족으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2일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려 하자, 진보좌파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제지를 시도해 양측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날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1달러짜리 지폐 1000장을 넣은 대북전단 10만장을 살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진보좌파단체들은 “민족 앞에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 “통일이 돼야 가족도 만날 수 있다”며 이들을 막아선 것.

양측은 상대방을 비난하며 불만과 불신을 드러냈다. 격한 감정대립은 고성과 막말로 이어졌고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반북 대결주의를 조장하고 있다”(진보좌파단체측)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인데 막다니 김정일의 하수인이냐”(탈북자 및 납북자 단체) 등 양측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고, 1시간 가까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매국노 수구꼴통” “김정일 하수인” 고성에 물리적 충돌까지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동당 관계자 등 진보좌파단체 소속 30여명은 이날 탈북자 및 납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예정된 자유의 다리 앞에서 먼저 기자회견을 열고 ‘끝까지 제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진보좌파단체측은 대북전단이 반북 대결주의를 부추기고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 여론과 정면으로 대치된다며 “지금 북한으로 보낼 것은 삐라가 아니라 6.15와 10.4 선언 이행 의지인 만큼, 반통일 매국단체는 삐라 살포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좌파단체측은 북한이 개성공단의 남측 상주인력을 880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통보한 ‘12.1조치’에 통일부가 “(북한의) 이런 조치는 북한 스스로 무조건 이행을 요구하는 10·4 선언 중 ‘남북은 분쟁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한다’는 합의에 어긋난다”고 밝힌 것과 관련, “정부가 10.4 선언을 먼저 이행하지 않고도 이율배반적으로 경고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이 원칙이라는 망발이나 일삼는 이명박 정부는 각성하라”고 불만을 나타내면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대북전단이 지난 10년간 일궈온 민족협력과 남북경협의 틀을 흔들고 있다며 ‘무엇도 통일보다 우선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탈북자 및 납북자 단체를 “반통일 매국” “수구꼴통”으로 맹비난하는가 하면, 이들에게 항의하는 납북자 가족에게 “납치됐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들의 기자회견장에는 건설노조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의 조끼를 맞춰입은 이들이 눈에 띄었다.

진보좌파단체의 기자회견이 마무리될 무렵인 오전 10시 45분경 트럭에 대북전단을 실고 모습을 드러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 가족모임 회원 10여명은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이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와 소속 여성 회원이 자유의 다리로 진입을 시도하자, 이들을 발견한 한국 진보연대측에서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박상학 대표는 저지선을 뚫고 재차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내 한국 진보연대측에 의해 저지당한 뒤 땅바닥에 내쳐졌다.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진보단체 회원들이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양측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진보단체 회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과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

양측간 몸싸움이 붙는 과정에서 박 대표는 허공을 향해 가스총 2발을 발사했다. 박 대표가 발사한 가스총은 최루제가 충전된 일반 가스총과는 달리 외관이 리볼버 권총과 흡사해 주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경찰 병력이 투입된 뒤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양측은 오전 11시 10분경 박 대표가 트럭 위로 올라가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하자 진보좌파단체측에서 “찢어! 막아야 해!”라면서 달려들어 수소풍선과 전단지를 빼앗으면서 다시 몸싸움이 거세졌다.

한국진보연대측은 전단지 봉투를 잡아 뜯고 “진짜 통일하고 싶으면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비난했다. 탈북자 단체측은 “우리는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데 (막다니) 빨갱이냐. 북한에서 300만이 굶어죽는 현실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한국 진보연대측은 “지금 세상이 어떤데 빨갱이가 어딨느냐.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성토했다.

전단지를 뺏으려는 한국진보연대측과 전단지를 사수하려는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사이에 몸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이 과정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1명이 스패너를 휘두르며 접근을 막으려다 경기북부진보연대 회원의 왼쪽 머리에 부상을 입혔다.

경찰은 추가로 병력을 투입, 양측을 갈라놓는데 성공했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신경전을 벌였다. 오전 11시 17분경 대북전단 1만장을 살포하자 한국진보연대측은 “경찰은 왜 안막고 불법적인 일을 용인하느냐” “그러고도 법집행을 한다고 할 수 있느냐”며 반발했다.

격분한 한국진보연대 회원들은 탈북자 및 납북자 단체 회원들에게 달려들었고, 경찰은 양측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한국진보연대 여성회원들은 제지하려는 경찰들에게 “손대면 성추행이다” “감히 어딜 만지느냐”면서 주춤한 경찰병력 틈을 비집고 탈북자 단체쪽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한편, 양측은 오전 11시 30분경 탈북자 및 납북자 단체가 현장을 떠날 때까지 계속 충돌했으며, 경찰은 몸싸움이 끝난 뒤 가스총을 발사한 박상학 대표와 진보단체 회원을 폭행한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1명을 연행했다.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진보단체 회원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가스총으로 보이는 권총을 꺼내들어 공중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진보단체 회원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가스총을 꺼내들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진보단체 회원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한 보수단체 회원이 차위에서 뛰어내리며 발차기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탈북자·진보좌파 충돌에도 경찰은 ‘우왕좌왕’

이날 양측의 충돌은 예고된 것이었다. 이미 탈북자 및 납북자 단체들은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단 살포 계획을 공지로 밝힌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안일했고, 뒤늦었다. 서로에 대해 감정의 골이 깊은 양측의 충돌에 경찰 병력은 갈라놓는데 급급했다.

경찰 병력의 투입은 양측의 충돌이 일어난지 10여분 뒤에 이뤄졌다. 이미 분위기는 격앙된 상태였다. 사전에 대북전단 살포를 통보한 탈북자 및 납북자 단체나 이들을 막기 위해 나온 진보좌파단체 양측에 표현의 자유라는 형평성을 지키려 한 것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50여명의 경찰 병력은 양측에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각자 할 일을 하라’고 주문했을 뿐, 더 이상의 액션은 취하지 않았다.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충돌을 쫓아다니며 양측을 떼어놓는 모습이 여러 번 연출됐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이미 4년 이상 해 온 일인데 새삼 이제 와 문제삼는 북한의 속셈은 헤아리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더욱이 이미 우리가 대북전단 살포를 하겠다고 경찰측에 알렸는데도 진보좌파단체가 행사를 방해하고 충돌이 생기는 걸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김정일의 반인륜적 선군독재에 저항하고 북한 동포들의 고난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북한에서 1달러면 북한 주민들이 1달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큰 돈”이라며 “대북전단지가 황해도 일대에 대향으로 떨어져 북한 당국이 군인까지 동원해 ‘삐라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무얼 뜻하겠느냐. 북한이 체제 변화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건 대북전단의 효과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진보단체 회원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양측이 삐라가 담겨있는 비닐주머니를 서로 움켜잡고 있다. ⓒ 데일리안 박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과 진보단체 회원들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삐라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도 “우리는 가족을 북한에 빼앗긴 피해자인데, 피맺힌 심정도 모르고 위로는 못해줄망정 모욕하고 진보좌파단체들은 북한측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전 정부에서도 하던 일을 막으려 하다니, 정부도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여자 3명, 남자 3명이 전문 데모꾼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1달러 지폐 400장도 잃어 버렸다”며 “지난번 촛불시위때 보이던 사람들도 있었고 민주노총 마크가 달린 옷을 입은 20대가 ‘납북자는 없다. 거짓말이다’라고 말하며 우리를 자극했다. 경찰에게 미리 저 사람들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보좌파단체들도 불만을 터트렸다. 한국진보연대 측은 “가스총을 발사한 박상학 대표와 우리 회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을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며 “정부와 경찰이 겉으로는 저들을 막는 척하면서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북부진보연대 황왕택 집행위원장은 “남북관계의 긴장 속에서는 민족경협이 될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긴장감을 주거나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방종이나 다름없다. 저들이 하는 건 자유가 아니다”며 “정부가 저런 단체에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저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러는지, 자금 내역을 밝혀야 한다”고 정부가 이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날 때마다 저들을 최대한 막을 것”이라면서 “아직 한국사회의 질서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준법을 강조했다. [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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