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 확장 한경협, 4대 그룹 부회장단 합류는 언제?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4.02.16 11:51  수정 2024.02.16 13:26

아모레퍼시픽·KG모빌리티·에코프로·매일유업 재가입

4대 그룹, 회원사 자격만 유지…신뢰 형성 전까지 부회장단 합류 '불투명'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16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정기총회'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포스코홀딩스, 아모레퍼시픽, 고려제강 등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합류했다.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외연 확장·체질 개선에 몰두해온 한경협은 기업들의 가입 러시로 '재계 맏형' 위상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난해 한경협에 합류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부회장단에 가입하지 않았다. 4대 그룹은 한경협이 정경유착 고리 의혹에 대한 여론의 의구심을 잠재우고, 기존 경제단체와 다른 정체성으로 존립 이유를 증명할 때까지는 당분간 소극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신규 회원사 가입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홀딩스, 아모레퍼시픽, KG모빌리티, 에코프로,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등이 한경협 회원사로 가입했다.


이번 총회를 통해 총 20곳의 회원사가 합류하게 되면서 한경협은 과거의 위상을 회복할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다만 한경협이 가입에 공을 들인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등 국내 대표 IT·엔터 기업들은 가입 신청서를 내지 않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과거 한경협은 한 때 600여 곳에 달하는 기업을 회원사로 둔 최대 국내 경제단체였으나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4대 그룹을 비롯해 줄줄이 기업들의 탈퇴 러시가 이어지면서 위상과 규모 모두 쪼그라들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주요 행사마다 '패싱'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경협은 지난해 초, 초기 회장단 정신을 되살려 높은 안목과 비전을 갖춘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며 대대적인 혁신 계획을 밝혔다. 간판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새 회장에 류진 풍산 회장을 추대했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과거 관행을 근절한다는 의지를 담은 윤리헌장도 발표했다. 이 같은 강력한 혁신 의지에 당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회원사로 남아 있던 4대 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전경련의 한경연 흡수통합을 반대하지 않았고, 자연스레 한경협으로 회원사 자격이 승계됐다.


4대 그룹 합류로 자존심을 회복한 한경협은 탈퇴한 기업들의 재가입을 독려하고, 신규 업체 가입을 요청하는 등 회복에 매진해왔다. 이번 총회를 통해 20개의 회원사가 가입하게 되면서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현재 한경협 회원사는 427개사다.


다만 합류한 4대 그룹이 부회장단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눈에 띠는 대목이다. 이들은 한경협 가입 이후에도 회비 납부는 물론, 부회장단에도 가입하지 않으며 줄곧 소극적인 행동을 보였다. 한경협이 4대 그룹을 포함해 부회장단 확대를 추진했지만 이번 총회에서 추가된 인물은 없었다.


현재 한경협은 류진 회장과 김창범 상근부회장 외에 김승연(한화), 신동빈(롯데), 박정원(두산), 이웅열(코오롱), 김윤(삼양), 김준기(DB), 이장한(종근당), 조원태(한진), 허태수(GS), 조현준(효성) 등 부회장 10명으로 구성돼있다. 4대 그룹 총수마저 합류하면 이들을 등에 업게 된 한경협으로서는 대도약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4대 그룹이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적한 것처럼 운영·회계 투명성에 대한 여론의 우려가 가라앉을 때까지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앞서 삼성 준감위는 지난해 8월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해 자체 결정을 권고하면서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강조했다. 충분한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경협에 대한 경제계 및 국민 신뢰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은 당분간 소극적 행보를 이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의 부회장단 합류도 시간이 좀 더 지나야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경협은 이날 열린 제63회 정기총회에서 ‘2024년 5대 중점사업’을 발표했다. 5대 사업은 ▲법·제도 선진화 ▲회원 서비스 강화 ▲글로벌 협력 강화 ▲기업가정신 확산 ▲지속가능성장동력 확보 등이다.


류진 회장은 개회사에서 “올해 국내외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 기업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한경협도 경제‧산업정책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며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과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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