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 앞둔 COP28, 합의문 놓고 진통
화석연료 감축 놓고 국가별 의견 대립
UN 사무총장 “단계적 감축 약속만이라도”
기후기금, 시늉만 하는 초일류 강대국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 앞에서 환경운동가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고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12일(현지 시간) 일정 종료를 앞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과연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합의를 이끌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COP28은 지난달 30일부터 약 2주 동안 총회를 이어오면서 손실과 피해기금(기후기금) 조성이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상향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기후위기 해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석연료 퇴출 문제는 각자 이해관계로 인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후기금 역시 필요 재원 대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내놓아 환경운동가 등으로부터 요식행위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받는다.
“재생에너지 확대 동의, 화석연료 퇴출은 안 돼”
이번 총회에서 세계 123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리기 합의했다. 이산화탄소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메탄은 배출량을 제로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업계는 원유 추출 과정에서 천연가스를 고의로 태워 막대한 메탄을 뿜어내는 플레어링(flaring) 작업을 퇴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관련한 서약서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서명하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석유·가스 수출국과 온실가스 배출 1·3위 국가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퇴출·감축 문제는 산유국과 개발도상국 반발로 합의안을 만들지도 못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측이 지난 9일 공개한 화석연료에 대한 합의문 초안에는 세 가지 의견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안과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COP28 합의문에 화석연료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내용도 의견으로 제출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엑스포 시티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 태평양 도서국 등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사우디나 러시아 등 산유국, 중국·인도 등 개도국은 에너지 발전원 대신 온실가스 배출량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통해 대기 중에 남은 탄소 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기술 수준이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고, 막대한 비용이 예상돼 당장 실현 가능성은 작다는 게 과학계 중론이다.
결국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나섰다. 공동선언문 발표를 하루 앞둔 11일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합의해달라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합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최대한 야심 차고 유연할 필요가 있는 시기”라며 “국가들이 단계적 퇴출 필요성을 두고 합의에 도달할 필요가 있으며 그렇다고 모든 국가가 동시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단행하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세계 1등 국가도 기후 기금 앞에선 ‘짠돌이’
기후기금 문제도 비슷하다. 기금 조성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정작 돈을 내는 데는 주저한다. 심지어 세계 경제 1위와 3위 국가인 미국과 일본마저 국력에 어울리지 않는 금액으로 기금 출연 흉내만 냈다.
손실과 피해기금은 기후변화로 개발도상국이 입는 피해에 대해 국제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 모습. ⓒ공동취재단
10일 COP28 당사국들은 가난한 국가들이 기후 붕괴로 인해 겪는 고통에 대해 기후 위기 책임이 큰 선진국(화석 연료를 많이 써 온 국가)들이 일정 부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기금 조성을 약속했다.
기후 기금은 연간 최소 1000억 달러(약 132조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현재까지 선진국들이 출연을 약속한 금액은 7억 달러(약 9240억원)에 불과하다.
국가별로는 COP28 의장국인 UAE와 독일이 각각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내놨다.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1억4500만 달러(1896억원)를 약속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1억800만 달러(약 1430억원), 덴마크 5000만 달러(약 650억원), 노르웨이 2500만 달러(약 330억원)를 출연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750만 달러(약 227억원), 1000만 달러(약 130억원)를 내겠다고 했다. 한국은 기금 출연 의지를 밝히면서도 구체적 금액은 발표하지 못한 상태다.
기후행동네트워크 인터내셔널 글로벌 정치전략 책임자인 하르지트 싱은 “매년 수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자금 수요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라며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오염을 일으킨 나라인 미국을 비롯해 부유한 나라들이 개도국이 겪는 곤경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국제 환경법 센터 선임 운동가 리엔 반다메는 “COP28의 손실과 피해 기금은 선진국들이 금융 보상을 의무가 아닌 자선으로 취급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수천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며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 한 이번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은 성공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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