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 가솔린? 혼돈의 시대, 렉서스 RX 450h+가 이룬 '원만한 합의'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3.11.25 06:00  수정 2023.11.25 06:00

렉서스 RX 450h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승기

50년 내연기관 탔어도 5분이면 적응할 친절함

역시 하이브리드 명가… 고급진 승차감은 기본


렉서스 RX 450h+ⓒ렉서스코리아

"주유구 열어주세요."


이 말이 요즘처럼 부담스러울 때가 또 있을까. 내연기관차가 갖고 있던 기존의 암묵적인 룰을 제조사들이 말도 없이 휙휙 바꿔버리는 통에 시승하는 차마다 주유구 여는 버튼 찾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어떤 차는 스티어링휠 뒤에 있고, 어떤 차는 시동을 꺼야하고, 어떤 차는 디스플레이 속에 있다.


전기차 시대로 나아가면서 제조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준 덕에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풍부해졌지만, 오랜시간 당연시하던 것이 사라졌을 때 박탈감은 오롯이 소비자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다.


렉서스는 백년이 훌쩍 넘은 자동차업계 사상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모르는 지금, RX 450h+로 중간 지점을 제시한다. 30년, 50년 내연기관차만 줄곧 타온 이들도 헤메지않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까. 렉서스 RX 450의 플러그인 모델인 'RX 450+'와 2박 3일간 약 400km의 여정을 함께해봤다.


렉서스 RX 450h+ 정면과 정측면. 각도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외관은 4세대에서도 그랬지만 5세대 완전변경을 거치고 나니 더욱 독보적인 인상이 됐다. RX의 시그니처처럼 여겨졌던 큼지막한 모래시계 모양 그릴의 윗부분을 과감히 날렸지만, 전반적인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RX의 강렬한 인상은 그대로 유지됐다. 마치 렉서스가 처음 내놓은 전기차 RZ의 전면부가 떠오르기도 한다.


RX450+는 그간 봤던 그 어떤 차보다도 입체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데, 각도에 따라 얼굴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정도다. 정면에서 보면 본닛이 앞으로 길게 쭉 뻗어 내려오면서 프론트그릴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옆으로 돌아서면 헤드램프가 대각선으로 매섭게 연결되면서 날카로운 인상이 배가된다. 사진으로 담아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오묘하다.


렉서스 RX 450h+ 후면 ⓒ렉서스코리아

후면부로 돌아서면 전면부보다 '최신의 것' 같은 느낌이 더 커진다. 양쪽으로 툭툭 떨어져있던 헤드램프를 길게 잇고, 중간에 렉서스 엠블럼 대신 레터링을 박아넣으면서 더욱 럭셔리해졌다. 그렇다고해서 못 알아볼 수준의 환골탈태는 아닌 만큼 RX를 모르던 젊은이도, 한번쯤 타보고싶어하던 아빠도 무난히 아우를 수 있는 변화다.


렉서스 RX450h+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외관 변화로도 충분하다 싶었는데, 내부는 더욱 놀랍다. 차 문을 열고 올라타니 널찍한 시야와 적당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같은 토요타그룹 대중 브랜드인 토요타에서 매번 서운했던 투박한 인테리어 감성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같은 그룹에서 만든 차가 맞나 싶을 정도다.


처음 눈을 휘둥그레해지게 만드는 고급감은 소재에서 나온다. 밝은 베이지색 시트에 맞춰 문짝과 천장까지 모두 같은 색상으로 뒤덮였는데, 가죽이나 광택이 들어갈법도 한 곳곳이 모두 스웨이드 재질의 부드러운 소재로 마감됐다. 관리가 쉽지는 않을 듯 하지만, 비싼차에 탄 기분은 확실히 들도록 해준다.


물리버튼을 최대한 절제하고 테슬라만큼이나 널찍한 중앙 디스플레이는 디지털 시대에서 타는 렉서스임을 느끼게해준다. 베젤이 다소 두껍긴 하지만 거슬릴 수준은 전혀 아니다. 디지털 계기판 그래픽도 깔끔하게 디자인됐다. 변화에 보수적인 렉서스에서 이정도 감성을 느낄 수 있다니. 누굴 태워도 몇년식이냐는 질문은 면할 수 있겠다.


처음 탄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위치에 자리한 물리버튼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확 바뀐 내외관 디자인보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차를 처음 타는 사람도 어제 탔던 차처럼 금방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신식의 느낌을 가득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소비자들과 약속했던 암묵적인 룰은 그대로 유지한 채였다.


렉서스 RX450+에서는 '이쯤에 있겠지'하고 보면 귀신같이 그곳에 그 기능이 있다. 갑작스레 맞닥뜨린 정체구간에서 습관처럼 디스플레이 하단을 보니 비상등 버튼이 있고, 주유구를 열어달라는 직원의 말에 습관처럼 스티어링휠 뒤를 보니 주유구 버튼이 있다. 차 내부가 더워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려고 보니 다이얼 버튼에 온도가 적혀있다.


RX450+를 처음 탄 사람이 적응해야할 것은 어디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분주하게 익히는 것이 아니라 높아진 고급감만 만끽하면 될 일이다. 급격한 변화를 지양하면서도 적절한 수준의 새로움을 주고, 연령층이 높던 고객들까지 끌어안은 배려심이 돋보인다.


렉서스 RX450h+ 2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주행감에서도 새로움과 익숙함의 조화가 돋보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RX450+에서는 기어 노브 옆에 하이브리드 모드와 EV모드를 변환할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어떤 모드에서 주행하더라도 주행감에는 큰 차이가 없다. 전기 에너지를 회수해야하는 만큼 EV모드에서 회생제동이 세지지만, 승차감을 저해하는 수준은 아니다.


수많은 고객들을 매니아로 만든 안정적인 주행감은 운전자에게 막연한 믿음마저 준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달릴때도 마치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듯 부드럽게 충격을 걸러내고, 급가속이나 급감속에서도 안정적이다. 속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탓에 다이나믹하고 짜릿한 느낌은 좀처럼 느낄 수 없으니 펀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다소 심심할 수 있겠다.


하이브리드 명가다운 연비는 계속된 도전에도 끝내 이길 수 없었다. 전장 4890mm, 전고 1695mm의 큰 몸집을 혹독하게 굴려봤지만 15km/ℓ 이하로 연비를 떨어뜨리는데 실패했다. 약 400km를 시승한 뒤 내려 확인한 연비는 16.5km/ℓ. 이마저도 18.1km/ℓ 이던 연비를 스포츠모드로 내내 내달린 끝에 겨우 내린 수준이다.


400km를 혹독하게 내달린 끝에 확인한 평균 연비는 16.5km/ℓ. RX450h+의 복합연비인 14km/ℓ를 거뜬히 웃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시승을 마치고 나니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뒤엉킨 혼돈 속에서 RX450h+는 훌륭한 합의점을 찾아낸 듯 했다. 배터리로만 56km를 내달릴 수 있으니 출퇴근 때에는 전기차의 기분을 만끽하면서도, 배터리가 부족할 땐 얼마든지 가솔린으로 달릴 수 있으니 마음까지 편하다. 요즘 느낌을 가득 품은 내외관 변화와 손 뻗는 곳에 기다리고 있는 주요 기능들은 차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춘 차를 선물 받은 듯한 기분까지 낼 수 있겠다.


▲타깃

- 스마트폰도, 차도, 너무 빠른 변화는 두려운 당신

-전기차 사자니 충전 걱정, 내연기관차 사자니 유류비 걱정이라면


▲주의할 점

-렉서스에선 혁신이지만… 우주선 같은 요즘 차 떠올리면 실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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