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만 구독자 보유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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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처음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을 땐, 본업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에 먼저 크리에이터가 된 친구의 권유로 일상을 영상 일기로 기록하기 위해 영상 촬영과 편집을 배워 시작했다. 일종의 자기 계발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8년 동안 혜서니의 라이프 스타일이 유튜브 채널에 모두 축적돼 있다.
"제가 사진을 전공해서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의 제 인생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뒀어요. 일기도 매일 쓰고 있고요. 기록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살아 움직이는 걸로도 남겨놓고 싶더라고요. 크리에이터 일을 하면서 겪는 과정과 결과물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더라고요."
4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지만, 과정이 마냥 고속도로는 아니었다. 정체기도 있었지만 천직이라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고, 방송사도 유튜브 예능을 만들다 보니 제 콘텐츠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냥 20대 여성의 일상 기록이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작가를 붙여서 콘텐츠를 만들고, 유명한 사람들이랑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자극적인 콘텐츠들로 구독자의 시선도 끌고요. 그런데 제 성격상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건 힘들 것 같았어요.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에 의의를 뒀어요. 돈 못 번다고 맞지도 않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하는 건 죽기보다 싫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생각도 하고 자아성찰도 하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혜서니는 채널을 구독자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잘 된 이유 중 하나는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요. 2016년에는 저처럼 유튜브에 일상을 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그 때 친구들과 데이트, 재미있는 파티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다 카메라를 켰어요. 20대 초중반의 여자의 삶을 누가 그렇게 자세히 볼 수 있었겠어요. 그 니즈가 당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또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이 옆집 언니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아마 그 점이 호감으로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어려서부터 꿈이 없었다는 혜서니는 연기를 배우면서 인생 처음으로 가슴 뛰는 일을 발견했다. 1년 동안 연기를 배워 연극 '세상 흔해빠진 사랑 이야기'에 참여해 3개월 동안 무대 위에 서기도 했다.
"처음에는 친구가 재미있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연기를 배워서 어디에 쓰지' 싶었지만, 무언가를 배우는 건 좋은 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학원에 갔죠. 그런데 너무 재미있고 짜릿하더라고요. 그렇게 1년 정도 학원에서 배운 후 연극 하나를 들어갔어요. 그 때의 희열이 폭발했어요. 극중 신혼인 아내 역을 맡았는데 말싸움 하다가 감정이 터지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재 캐릭터에 몰입해 주시더라고요. 우는 소리가 들리니까 소름이 끼쳤어요. 이전에는 느낀 적 없는 강렬한 경험이었죠. 바로 '나 연기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최근에는 S&A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배우로서 제2 막을 시작했다.
"배우와 인플루언서 사업을 모두 하고 있어서 마음이 갔어요. 제가 원하는 것과 맞닿아서 상호작용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있었죠. 또 회사에서 제 오랜 구독자가 있으셨어요. 이 사실도 제게 위로가 됐고요. 회사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가장 적절한 곳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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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배우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 연기학원, 연극 준비, 회사 트레이닝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크리에이터 활동과의 밸런스를 맞춰나가는 중이다.
"유튜브 열심히 하던 시절에는 일주일에 3~4번 업로드 했어요. 친구들이 공장이냐고 할 정도였죠. 연기를 배운 것 자체가 크리에이터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라 살짝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어요. 스스로 다른 걸 경험할 수 있는 여유를 많이 주고 있죠. 예전처럼 콘텐츠를 찾아다니려고 큰 노력을 하지 않아요. 다만 사람들이 궁금하거나, 제 일상, 근황 등은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혜서니는 평생을 큰 목표 없이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예로 들며 자신의 구독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예전부터 장래희망 물어보면 적당한 직업으로 둘러댔어요. 왜 자꾸 나에게 꿈을 강요할까 싶었어요. 꿈이 없다고 아무것도 아니라, 꿈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살아 흘러서 여기까지 오게 됐거든요. 그리고 드디어 스물 아홉살에 꿈을 찾았고요. 남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 도전해 보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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