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파 심던 농민이 3천만원 ‘부수입’…농촌 살리는 한화큐셀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3.09.17 12:00  수정 2023.09.17 14:20

농업·발전 병행 ‘영농형태양광’ 농촌경제 활성화

3~5m 높이와 협소형 모듈 통해 생육영향 최소화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 전경. ⓒ한화큐셀



“고령화로 농사인구·소득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줄어들면 식량 안보에도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정재학 영남대학교 교수는 농촌사회의 위기가 곧 국가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가 소득을 늘려 농사인구를 유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농업과 전혀 관련 없는 기업이 절묘한 대안을 제시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큐셀의 ‘영농형 태양광’은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탄소중립도 실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한화큐셀은 영농형태양광을 농촌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꼽고 있다.

지난 13일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학교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대파를 재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지난 13일 찾은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학교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에서는 일반 농지와 다르게 태양광 설비들이 빼곡하게 들어간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 위 질서정연하게 늘어져 있는 모듈들 아래엔 농작물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농지이니 농작물이 자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태양광 설비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낯선 일이다.


기존에도 농촌형 태양광이 있었지만, 농업 활동을 멈추고 발전설비만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영농형태양광은 태양광 발전과 경작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체계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실증단지의 태양광 모듈들은 농작물 생산에 방해되지 않도록 성인 키의 두 배에 달하는 높이에 설치돼 있다. 기존과 다르게 3~5m 높이에 구조물 간격도 5m 내외로 설치해서 농기계도 문제 없이 다닐 수 있고 차광률도 30% 미만을 유지하도록 고안됐다.


정재학 영남대학교 교수가 지난 13일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한화큐셀 영농형태양광 미디어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화큐셀

일반적인 태양광 모듈이 넓은 직사각형인 것과 달리 영농형태양광은 횡단보도처럼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로 듬성듬성 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기존 모듈은 6줄로 크기가 커서 농작물을 많이 가렸다.


하지만 한화큐셀은 2021년 말 4줄로 일반형 모듈보다 면적 52%, 가로 폭 67% 수준으로 작게 만든 영농형태양광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런 협소형 모듈은 맑은 날 그림자 면적이 작아 작물 광합성량은 증가하고 비올 때는 우수량을 60% 수준까지 줄여준다.


이날 방문한 실증단지에서 재배하는 작물은 대파였다. 태양광 모듈 아래서 자라난 대파들은 모양, 색, 크기 등 일반적인 대파와 차이가 없었다.대파를 시식해봐도 특이점 없이 평범했다. 한화큐셀은 대파, 밀, 배추 수확량이 일반 농지보다 약 80% 수준으로 다소 줄어들지만, 일부 작물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증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에서 재배한 파 절임. ⓒ한화큐셀

영남대학교에서 진행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작물마다 필요이상으로 많은 일조량은 생육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표적인 작물이 포도다. 하지만 영농형태양광 재배지에서는 모듈이 일조량을 줄여주면서 포도의 수확량은 일반보다 1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농촌 소득은 지난해 1개 농가 농업소득은 948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27% 줄었다. 농촌은 가파른 속도로 소멸 위험이 커지고 있어 농촌경제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농가인구의 유입이 절실하다.


이런 문제들을 영농형태양광으로 농가 소득을 상승시켜 개선할 수 있다. 20%의 수확량이 줄어들어도 그 손해를 만회하고도 남는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동서발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0평의 자기소유 농지에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해 벼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하면 벼농사만 했을 때보다 6배 증가한 986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영남대학교 실증에선 현재 전력가 기준 100킬로와트(kW) 규모의 영농형태양광을 운영할 경우 연간 약 3000만원의 매전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영농형태양광은 태양광 설비가 산림을 훼손하며 불러온 자연파괴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2050년까지 태양광 설비용량 약 350기가와트(GW)가 필요한 상황에서 산지 대신 전체 국토 15.4%에 해당하는 농경지를 활용해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 가능한 방식이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친환경 사업이지만, 영농형태양광 사업의 앞길에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있다. 현재 국내 농지법에서는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를 최장 8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영농형태양광 사업 역시 이 규제를 받는다.


태양광 설비의 일반적 수명은 25년 이상이다. 하지만 농지 태양광 허용 기간인 8년을 지나면 수명이 3분의 2 이상 남은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영농형태양광이 경제성을 갖추고 탄소중립과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려면 이 규제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관련 제·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르포'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