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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 짧을수록 좋다?”…공연계에 생겨난 ‘100분의 법칙’


입력 2023.06.01 14:01 수정 2023.06.01 14: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불필요한 요소 최대한 제외..100분 넘는 공연 찾기 힘들어"

숏폼에 적응된 MZ 세대 특성 반영

최근 공연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키워드는 ‘100분의 법칙’이다. 공연이 진행되는 시간, 즉 러닝타임을 100분이 넘지 않도록 해야 젊은 세대의 집중력이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를 염두에 두는 제작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제1호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儀式舞)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한국무용’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젊은 세대들에게 전통이 더이상 ‘옛것’으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54명의 무용수들이 같은 호흡으로 일체를 이루는 대형 군무는 아이돌의 ‘칼군무’와 비견되기도 한다. ‘일무’의 러닝타임은 총 80분이다. 지난해 초연(90분 전달한 셈이다.


이달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행복한 왕자’의 러닝타임은 80분에 그친다. 작품은 1988년 오스카 와일드가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한 명의 배우가 극중 모든 배역을 연기하는 1인극의 형태를 띈다. 1인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배우와 관객들의 교감이다. 100분을 훌쩍 넘기는 다른 뮤지컬들과 달리 8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은 배우와 관객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호흡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재 공연 중이거나, 공연을 앞둔 뮤지컬들 중 예매통계 상위권에 올라 있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6월18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7월2일까지 대학로TOM 1관), ‘라흐 헤스트’(6월 13일~9월3일 드림아트센터 1관), ‘더 픽션’(6월24~9월17일 예스24스테이지 1관) 등도 모두 러닝타임 100분을 넘기지 않는다.


이밖에도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광염 소나타’(6월4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 는 90분,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 손명오로 인기를 끈 김건우의 연극 데뷔작 ‘빠리빵집’(6월25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과 국립무용단 ‘산조’는 각각 100분과 80분의 러닝타임을 보이는 등 모두 100분 내외로 공연을 꾸리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대극장 뮤지컬이나 상업성이 짙은 공연들을 제외하고 러닝타임이 100분을 넘어가는 공연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틱톡, 쇼츠 등의 짧은 러닝타임의 영상이 인기를 모으면서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던 공연들도 불필요한 스토리 등의 요소를 최대한 제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짧은 영상 콘텐츠를 뜻하는 ‘숏폼’은 빠르게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앱 시장 조사 기관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대표적인 숏폼 플랫폼 틱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23.6시간(지난해 1분기)으로 유튜브(23.2시간)를 제쳤다. 또 유튜브 쇼츠의 전 세계 하루 평균 조회수는 300억 회로 출시 1년 만에 4배 성장했고,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전체 이용 시간의 20%를 릴스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각 분야에서는 마케팅 전략으로 숏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요계에서도 아이돌 그룹의 곡이 점차 짧아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숏폼을 통한 챌린지 등으로 활용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이 긴 공연을 보기 힘들어한다는 말도 있다. 특별히 공연의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는 한 많은 공연들이 점점 러닝타임을 줄여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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