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유지 힘든데 시선까지 따가워”…지역 예술인들 ‘현실’ [서울 밖 예술인들①]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4.21 14:01  수정 2023.04.21 14:01

“3개월에 30~40만 원을 쥐기도 힘들다. 이조차도 지원사업에 선정됐을 때만 가능한 일”

“1년에 새로운 연극 작품만 두세 작품을 올려도 3개월에 30~40만 원을 쥐기가 힘들다. 이조차도 지원사업에 선정됐을 때 이야기다. 그렇지 않으면 흑자를 보기는 힘들다. 다른 일을 병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산의 한 연극인은 연극만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서울의 연극인들이라고 해서 상황이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예술인 평균 연수입은 755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연극 분야의 평균 연수입은 509만원에 불과했다.


2022 부산국제연극제 개막작 '에쿠우스' 한 장면. 기사 내용과는 무관 ⓒ부산국제연극제 조직위원회

여기에 서울이 아닌 지역의 연극인들은 기회의 부재까지 더해져 더욱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간한 ‘2021 문예연감’에 따르면 2020년 열린 1만 5468건의 문화예술활동 중 5539건이 서울에서 개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다음으로는 경기에서 1724건이 개최돼 역시 수도권에서 문화예술활동이 많았으며, 그 뒤를 대구(1039건), 부산(1003건)이 이었다.


총 6만 2139회의 공연 중 절반이 넘는 4만 3121회의 공연이 서울에서 진행됐다는 조사도 있다. 모든 장르가 서울에서 가장 많은 공연 횟수를 기록한 가운데, 연극은 5만 1747회의 공연 중 3만 8140회(73.7%)의 공연이 서울에서 열렸다.


앞서 생계의 어려움을 언급한 연극인은 “예술대학교를 비롯해 문화예술 관련 학과들이 부산의 대학교에도 많지 않나. 그런데 그들이 부산에 머물고 싶어도 떠날 수밖에 없다. 극단의 숫자를 비롯해 오디션 기회나 모든 것이 서울에 몰려 있으니 특별한 뜻이 있지 않은 이상 서울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라고 말했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지역을 떠나는 예술인은 물론, 문화 인프라의 부족은 그 지역의 많은 청년이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역경제 현황 및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래에 거주지를 떠나 수도권으로 이주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41.1%를 기록했다. 특히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의 수도권 이주 희망 비율은 64.4%에 달했는데, 그 이유로 문화, 휴식시설의 부족’(20.9%)이 ‘열악한 일자리 여건’(47.4%)의 뒤를 이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이행하기 위한 문화 분야 비전을 담은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지방시대는 문화로 펼쳐진다. 지역 주민의 문화 만족도가 높아져야 지역소멸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전략으로는 문화시설 확충, 특화 콘텐츠 개발 지원 등을 꼽으면서,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창작·창업에 도전하는 ‘로컬콘텐츠 프로듀서’ 지원 및 문화분야 인력 매칭 시스템인 (가칭)‘지역문화 인재은행’ 도입 등을 신규 추진 등을 예고하면서 문화분야 전문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계획도 덧붙였다.


다만 지역민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활성화하려는 작업도 어렵지만, 그 활성화에 도움을 주려는 이들의 활동도 녹록하지는 않다는 것. 더욱 풍성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외부 유입도 필요한데, 지역민들의 폐쇄적인 인식이나 지역 예술인들의 차가운 시선이 외부인들의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 연극인은 “지역에 정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물론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수상 경력이나 포트폴리오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조금 열린 마음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예술인들을 지켜봐 준다면, 한층 더 수월하게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충북 지역의 연극, 뮤지컬 등 각종 공연들을 올리고 있는 한 공연 연출가 또한 “이곳에 정착을 하는 데만 2~3년이 걸린 것 같다.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시니 경계를 하시기도 하고, 이 분야에서 이미 활동 중인 분들 또한 우리가 제대로 할까에 대한 의구심의 시선이 있었다. 열심히 활동하며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지만, 처음엔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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