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안중에 없다…정치혐오 부추기는 국회의원의 막말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3.04.04 04:04  수정 2023.04.04 04:04

말로 입은 상처는 평생 간다

우상호, 반말로 윽박 지르기만

장제원, 일방적인 체하고 싶은 말

품겯도 품위도 없는 국회의원

ⓒ데일리안 DB

필자는 27살에 군에 입대했다. 동기들은 모두 대여섯 살쯤 아래였지만 스스럼없이 너나하며 지냈다. 그게 서로 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말다툼 하는 과정에서 한 동기가 필자를 보고 ‘늙은 xx가 xx한다’고 쏘아붙였다. 나이 들어 군에 간 자격지심이었을까. 어찌 보면 흔히 쓰는 비속어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과 욕할 때의 표정, 말투가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렇듯 대수롭지 않게 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칼로 입은 상처는 회복되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평생 간다고 하지 않는가. 뿐만 아니라 말에서는 그 사람의 품격도 드러난다. 따라서 말을 할 때는 가려서 해야 한다. 특히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우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외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석전문위원을 향해 반말로 ‘어디 법 있어? 보자보자 하니까 웃기네’라고 힐난하고, ‘어디서 이따위 소리를 하고 있어, 똑바로 들 해, 진짜’라며 호통을 쳤다.


역술인 ‘천공’의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는 중에 음성이 방송되지 않자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이었다. 수석전문위원이 ‘국정감사 때 동영상 중 음성이 표출되는 것을 못하게 한 취지는 채택되지 않은 증인·참고인의 간접 증언이 될 수 있기 때문에(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하자 우 의원이 고함치며 그렇게 말했다. 설령 그의 해명이 납득되지 않거나 못마땅하더라도 반말로 윽박지를 일은 아니다. 제3자가 듣기에도 몹시 불편한데 당사자는 어떤 기분이었을지 짐작할 만하다.


이틀 후인 23일 행안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위원장인 장제원 의원이 책상을 치고 삿대질하며 선관위 사무총장과 과장에게 무려 3분 간 고성을 퍼부었다. 회의 도중에 과장의 메모를 받고 이석하기 위해 대기석으로 옮겨 앉은 사무총장을 발언대로 불러내 ‘사무총장은 뭐하는 사람인가. 위원이 질의하고 있는데 이석을 했나’, ‘국회를 뭐로 보는 건가’, ‘선관위는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나’, ‘누구 허락을 맡고 이석했나’라고 추궁했다. 메모를 전달한 과장에게는 ‘당신이 상임위원장이야?’라고 고함쳤다. 과장이 사과를 하는데도 반말로 ‘들어!’라고 소리치고 ‘어디서 배워먹은 거야?’라며 언성을 높였다.


한 보도에 따르면 장 의원은 그날 행안위원회의에서 사무총장에게 ‘오늘 오후 5시에 정개특위가 열린다. 그래서 사무총장님은 이석을 하셔야 되죠?’라고 물었고, ‘그렇다’고 답하자 ‘(의원들은) 참고해서 (이석하기 전에) 대체토론을 하고 현안질의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무총장의 입장에서 보면 장 의원의 이 발언이 사전에 이석을 양해한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그래서 정개특위 개의가 임박한 4시45분쯤에 이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위야 어쨌든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감정적으로 호통 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장 의원은 선관위가 국회를 ‘무시’하냐고 했지만, 특히 한 기관의 장에게 거친 언사를 사용하는 것이야 말로 그 기관(선관위)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 지 되묻고 싶다. 국회방송이나 언론보도, 동영상 등을 통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 장면을 시청했을 텐데, 그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충분히 예상할 만하다. 장 의원의 아들인 래퍼 노엘은 SNS에 호통 치는 아버지 사진을 올리고 ‘체할 거 같네’라고 적었던데, 그런 기분을 느낀 사람이 어디 노엘뿐이겠는가.


회의 과정에서 논쟁을 하거나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목소리가 다소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위 두 의원의 사례는 그 정도를 넘은, 말하자면 ‘갑질’이다. 하기야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기사를 검색해 보면 국회의원의 말인지 애들 패싸움 중에 나온 말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폭언들도 많다. 그러잖아도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바닥인데, 툭하면 터지는 막말논란은 정치 혐오, 정치 불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앞서 우 의원이 수석전문위원에게 했던 말을 그런 국회의원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다.


국회법에서는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제25조), ‘의원은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제146조)’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이기 전에 국회의원들이 깊이 새겨야 될 경구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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