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에수십만 원 ‘오마카세’…고물가 속 작은사치, 매장도 급증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03.15 07:19  수정 2023.03.15 07:19

셰프가 알아서 내주는 특급 상차림에 열광

MZ세대 중심으로 인증샷 문화 등 인기요인

스시 오마카세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장 추세

더 플라자 호텔의 '양장따츄'를 준비하고 있는 도원 수석 셰프 모습.ⓒ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 끼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오마카세가 고물가 속에서도 승승장구 하면서, 업계를 불문하고이 시장 수요를 잡기 위한 외식 매장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최고급 정찬을 선보이는 ‘미식의 꽃’ 특급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비교적 친숙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일본 데일리신초는 ‘일본의 오마카세가 한국에서 유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데일리신초는 “오마카세는 한국 청년들 사치의 상징”이라며 “데이트나 생일,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에 인기 있는 오마카세 레스토랑을 예약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오마카세가 이슈의 중심이다. 주로 일식당에서 사용되는 ‘오마카세’라는 단어는 셰프에게 요리를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다. 그때그때 가장 신선한 제철 재료나 최고급 지역 특산물 등을 이용해 셰프가 자신만의 레시피로 수준 높은 요리를 선보이는 상차림이다.


정해진 메뉴가 없어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서울 시내의 인기 오마카세의 가격은 점심 13만원부터 저녁 25만원까지 달한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소문난 곳이면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른바 ‘스강신청(스시+수강신청)’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오마카세의 인기는 최근 나타나는 젊은 층의 소비 양극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의 영향으로 ‘짠테크’를 시작한 청년들이 많아졌지만 동시에 이들이 명품·프리미엄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 유튜브만 찾아봐도 오마카세의 열기는 대단하다. 유명 스시 오마카세 셰프나 업장 리뷰어의 평균 구독자 수는 10만명에 이른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한글로 ‘오마카세’를 검색하면 약 60만 건에 가까운 게시물이 있다.


'양장따츄'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도원 수석 셰프 모습ⓒ한화호텔앤드리조트
◇ 고물가 속 때아닌 오마카세 열풍 대체 왜?


오마카세 대중화의 원동력은 완벽한 맞춤형 서비스에 있다. 웬만큼 조리된 상태의 음식을 식기에 배분해 손님들에게 한꺼번에 내보내는 비(非)오마카세 업장과는 다르다. 그날그날 공수되는 신선한 재료는 물론 손님의 먹는 속도에 맞추어 스시가 만들어지고 전달된다.


국내에 오마카세를 처음으로 선보인 곳은 바로 신라호텔(아리아케)과 조선호텔(스시조) 두 곳이다. 소수의 국내 미식가를 대상으로 두 호텔은 각각 일본 유명 스시야에서 대표 셰프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며 국내 오마카세 부흥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최고급 정찬을 선보이는 특급호텔들도 오마카세 열풍에 합류했다. 지금도 성업 중인 압구정 청담 등지의 스시야는 두 호텔에서 배출한 셰프들이 독립해 차린 매장이다. 각 호텔의 주력 레스토랑은 저마다 특장점을 살린 상차림으로 새로운 고객층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에 따르면경기 둔화 속에서도 호텔 오마카세는 예상 밖 호황을 누리고 있다. 통상 두 달치 예약 일정이 먼저 오픈되는데 특급호텔 3사(롯데·신라·조선) 모두 예약이 꽉 찬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 모두 늘 만석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호텔들도 매출이 오름세다. 일례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따르면 더 플라자의 중식 오마카세 ‘양장따츄(仰仗大厨)’ 이용객이 2021년과 비교해 지난해 2배 이상 늘었다. 재방문으로 이어져 2회 이상 방문한 고객 비중 역시 25% 이상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더 플라자 관계자는 “최근 한 끼 식사가 의미 있는 경험이자 나를 위한 투자로 여겨지며 파인 다이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더 플라자는 2023년 상반기 내 최상급 굴을 활용한 오이스터 바(Oyster Bar)를 신규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평주조의 한식 맡김차림 푼주(PUNJU)의 시그니처 메뉴인 ‘주병합 타파스’ⓒ지평주조
◇ 오마카세 열풍 지속될 것…이모카세 등도 인기


최근에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맛은 수준급인 ‘엔트리급(인당 7만원 미만) 오마카세’를 찾아다니는 이도 크게 늘었다. 일명 ‘가성비 오마카세’다. 이런 가성비 오마카세는 서울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대부분 1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자리 확보가 가능하다.


지속되는 인기에 힘입어 오마카세는 최근 다양한 음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례로 벨기에의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이달 말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디저트 오마카세 매장을 오픈했다. 샴페인이나 와인 등을 곁들인 5종의 메뉴들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여기에 지평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주조는 지난달 초 전통주에 한식 오마카세를 곁들인 레스토랑 ‘푼주(PUNJU)’를 열었다. 셰프의 제철 한식 오마카세와 석탄주·부의주·백화주 등 지평주조의 프리미엄 막걸리를 페어링해서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이모카세’도 유행하고 있다. 이모에 오마카세의 ‘-카세’를 접미사로 붙인 말로, 이모님이 알아서 차려주는 음식과 안주가 나오는 형식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기존엔 중장년 층의 손님이 점령했으나, 최근엔 MZ세대들이 식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외식 업계서는 향후에도 이 같은 외식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더욱 많은 외식 오마카세 업장이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취향에 맞는 제품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고,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 때문이다. SNS 인증샷도 인기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에도 프라이빗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오마카세 콘셉트의 매장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나의 만족을 가장 중요시하는 ‘포미족(For Me族)’을 중심으로 일상 속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맡김차림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