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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131)] 정통과 새로움의 교집합, CR태규의 블루스


입력 2023.01.20 15:40 수정 2023.01.20 15:4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일 신보 'The Reality' 발매

하헌진 김간지, 씨없는수박김대중, 그리고 CR태규. 모두 한국의 블루스에서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들이다. 몇 없는 블루스 뮤지션들 중에서도 CR태규는 감히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로 꼽힌다. ‘블루스라는 도구를 쓰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CR태규는 정통 블루스를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동시에 새로움을 입혀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그 안에서 담담하게 풀어놓는 가사와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본인제공공 ⓒ본인제공공

-근황을 먼저 들려주세요. 한동안 앨범을 발매하지 않던 시기(2018~2020)가 있었잖아요.


저도 그렇게 오래 신곡을 안 냈는지 질문을 받고서야 알았네요. 공연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걸 만들기 위해 연구했던 시간 같습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은 다양한 도시를 다니며 많은 공연을 했습니다. 공연이 곧 여행이 되기도 했고, 지금 돌아보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로 공연이 줄어 새 앨범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다시 활발하게 앨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몇 년의 쉼표가, 최근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줬을지도 궁금해요.


저는 제가 원할 때 언제든 새 앨범을 만들고 발표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코로나의 시간을 겪으며 ‘그러지 못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발표하는 앨범들은 모두 마지막 앨범이라는 마인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 뭔가를 남긴다’라는 다소 거창한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죠(웃음).


-20일 발매되는 신보 ‘The Reality’는 어떤 앨범인가요?


제가 만든 네 곡의 신곡들이 담긴 이번 앨범은 디지털EP 형태로 발매됩니다. 이번 곡들은 모두 ‘현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저의 현실, 또는 누군가의 현실에 대해 필터링 없이 기록했기에 ‘The Reality’라고 앨범명을 정했습니다.


-이번 앨범을 기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자연스럽게 곡이 써졌습니다. 아무래도 공연이 예전만큼 많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곡을 쓸 시간이 많아졌고, 그렇게 완성된 곡들 중 몇 곡을 추려 발표하게 되었네요.


-타이틀곡 ‘그런가봐’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사실 원래 첫 번째 트랙 ‘My Bruna’를 타이틀곡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곡에 어울리는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함께 발표하려고 했는데, 뮤직비디오 제작을 앞두고 여러 개인적인 일들이 터지며 결국 만들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30분 만에 만들어진 곡, ‘그런가봐’를 타이틀곡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도 궁금합니다.


저는 블루스를 듣고 음악을 시작했고, 또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바라시듯, ‘블루스 함량이 높은’ 앨범을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블루스라는 형식에 갇히기 보다는 블루스라는 도구로 제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이번 앨범도 그렇고요.


-앨범에 채운 4개의 곡의 선정 기준도 궁금해요.


곡들의 스타일은 모두 달라도, 같은 결로 흐르기를 바랐습니다. 음악적으로는 독특한 리프의 블루스 한 곡, 본토 느낌 강한 힐-컨트리 블루스 한 곡, Perry Como에게 영향 받은 컨트리 발라드 한 곡, 가스펠풍의 델타블루스 한 곡으로 추렸습니다.


-수록곡 중 꼭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어쩌면 수록곡 중 가장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네 번째 트랙 ‘구덩이’를 추천 드리고 싶네요. 절제되어 있고 철학적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제공공 ⓒ본인제공공

-앨범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첫 번째 곡 ‘My Bruna’의 기타 솔로를 뭔가 독특한 사운드로 채우고 싶어 떠오른 게 ‘옥타브 페달’입니다. 평상시에는 쓸 일이 없어 굳이 사지 않고 빌리려 했지만, 녹음 당일까지 구하지 못해 기타 튜닝을 직접 바꿔 녹음했습니다. 실험이었지만 의도했던 소리를 얻을 수 있었고요.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My Bruna’와 ‘감정의 심연’은 숙대입구에 위치한 ‘코리아블루스씨어터’에서 드럼과 원테이크로 녹음했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녹음을 끝내려다 보니 녹음 후 현장에서 모니터를 못 하고 모든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녹음하며 살짝 신경이 쓰였지만 다행히 별 문제 없이 기록되었습니다.


-과거 앨범들과 비교해서 이번 앨범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사운드적으로 제가 가장 만족하는 앨범이 아닐까 싶습니다. 엔지니어 ‘바이닐소스’와의 소통을 통해 제가 원하는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운 소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블루스 장르를 다루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없잖아요. 블루스를 한다는 것이 외롭기도, 동시에 자부심도 있을 것 같아요.


블루스 음악만이 줄 수 있는 원초적인 질감의 매력이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어렵게 느껴져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블루스가 기타 솔로만 끝없이 하는 음악이라고 인식되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국내의 블루스도 미국이나 유럽의 블루스씬처럼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계속 그런 시도를 하고 싶고요.


-‘CR태규의 블루스’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오래된 형식의 새로운 블루스’를 추구하고 싶습니다. 블루스에서 중시하는 전통성을 유지하면서도, 20세기 초 미시시피 목화 농장의 블루스맨이 아닌 2023년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블루스맨으로서 말이지요.


-요즘 CR태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시대와 상황이 저의 삶을 극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 숙제들이 던져졌고, 잘 풀어나가고 싶네요.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주어지는 공연들을 잘 하고 싶습니다. 솔로든 밴드든 급변하는 시대에서 저만이 들려드릴 수 있는 음악을 많이 들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R태규의 음악적 방향성, 신념이 있다면 말씀주세요.


앞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블루스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어떠한 설정보다는 내면에서 나오는 감정을 진솔하게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저의 신념이라면 신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목표들이 있다면?


올해 목표는 내년 이맘때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고, 최종 목표는 저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블루스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되시면 좋겠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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