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5.1% 상승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
올해 공공요금 등 줄줄이 오를 예정
전문가 “정부 취약계층 보호 나서야”
지난 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했다. 정부가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이라 판단하는 2.0%를 2.5배 웃도는 수준이다. 동시에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 겪는 물가 상승 폭이다.
이 같은 5%대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환율이나 국제유가 모두 안정세를 보이지만, 지난해 세계 경제 침체 충격 여파가 올해도 고스란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유류세 인하 등 가격 상승 상방 요인이 여전하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이 서민층 체감물가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전기요금이 지난 1일부터 9.5% 올랐다.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4000원가량 늘게 됐다. 인상 폭으로는 1970년대 석유파동(오일쇼크) 이후 최대다. 전기요금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오를 예정이다. 2분기에도 이미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가스요금도 따라 오른다. 우선 물가 충격과 서민 가계 부담을 이유로 1분기에는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으나, 2분기에는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단계적인 요금 현실화를 통해 한전의 누적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2026년까지 해소하겠다”며 “내년 2분기 이후엔 국제 에너지 가격과 물가 등 국내 경제,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 기준 7년간 동결했던 지하철 요금은 오는 4월 말부터 300원 오를 예정이다. 버스비(마을버스 포함)도 4월 말부터 300원 비싸진다.
택시비는 내달부터 기본요금이 3800원(교통카드 기준)에서 4800원으로 오른다. 심야할증 요금도 4600원에서 5300원으로 인상된다.
주요 외식 품목 값도 많게는 13% 넘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외식비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기준 대표 외식 품목 8개 평균 가격이 지난해 1월보다 많게는 13.8%까지 올랐다. 연초 5769원이던 자장면 가격이 12월 6569원으로 13.8% 올랐다.
삼겹살은 200g 기준 1만6983원에서 1만9031원으로 12% 상승했다. 김밥도 2769원에서 3100원으로 11.9% 올라 3000원 선을 돌파했다.
이 외에도 삼계탕 11.2%, 칼국수 9.8%, 비빔밥 7.9%, 냉면 7.8% 등 주요 음식값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폭으로 올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물가 상승은 소득 하위층일수록 충격이 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가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6만695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12.4% 늘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 연료비는 6.8%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분위는 3.2%, 3분위는 4.7%, 4분위는 7.4% 각각 증가했다.
외식비도 마찬가지다. 식료품과 같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에서 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면서 저소득층일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저소득층 물가 부담은 고소득층에 비해 1.4배 크다고 한다.
정부는 올해도 물가 안정 등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도 고금리로 ‘돈맥경화’라 부를 만큼 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심각해 금리 인상 정책도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이 올해도 물가상승 가능성을 제기하며 취약계층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 측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있고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생산자 측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가장 가격이 싼 쪽은 중국인데 중국과의 교역도 줄고 있어서 물가가 내려간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도 경기가 어려워져 중소기업과 취약 계층이 힘들 수 있다”며 “정부는 신속하게 약한 사람을 위한 복지, 즉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새해 첫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올해 전체로 보면 물가는 하향 안정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당분간은 상방 압력 지속으로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물가와 민생안정을 최우선으로 하여, 풍요롭고 따뜻한 설 명절을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배‧돼지고기 등 16대 성수품 평균 가격이 전년보다 낮은 수준이 되도록 역대 최대규모인 20만8000t을 공급하고, 농‧축‧수산물은 총 300억원의 할인지원을 하겠다”며 “특히 올해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할인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새해 경제는④] 몰아치는 경제 위기 속 짙어지는 ‘구조조정’ 그림자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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