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지수(FSI) 위기 단계 진입
대부업체 신규 대출 중단 줄이어
카드사 한도·무이자 할부 축소
최소 하반기까지 금융불안 계속
금융시장 자금경색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5만 원 권 지폐들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계속된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돈맥경화(자금경색)’ 상황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건설투자 성장률은 각각 마이너스(-) 3.0%, -0.4%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11월에 전망한 수치가 각각 –2.4%, -0.2%였으니 한 달 사이 전망이 더 나빠졌다는 의미다.
지난해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 지연이 문제가 됐고, 올해는 부동산 경기 위축과 자금조달 애로가 건설투자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측됐다. 치솟은 금리에 기업 자금줄이 갈수록 마르면서 시장에서는 연쇄 부도 위기감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경제 금융불안지수(FSI)는 이미 위기단계에 들어섰다. 10월에 23.6을 기록한 FSI는 11월에도 23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초기인 2020년 4월(2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FSI는 금융안정 관련 실물·금융 부문 20개 월별 지표를 표준화하는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 등을 보여준다. 통상 8을 넘기면 ‘주의’, 22 이상이면 ‘위기’ 단계로 구분한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중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일부 금융시장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급감하고 기업어음(CP) 금리는 고공행진이다. 연초 은행채, 한전채 발행에 회사채 물량까지 쏟아져 가뜩이나 자금줄이 마른 중소 건설사들은 공사중단과 부도 위험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위기는 건설업을 넘어 다른 분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건설업 못지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현재 자동차 할부회사(캐피털)에서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신규 대출을 아예 중단한 업체도 상당하다. 고금리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카드·할부회사에서 대출 금리를 높이면서 자동차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신차 기준 2~3%대였던 할부 이자가 최근에는 8~9%까지 치솟았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주고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개인 카드 한도도 줄고 있다. 무이자 할부도 점차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금융권에는 인력 구조조정까지 시작했다. 몇몇 금융사는 준정년 특별퇴직 등 이름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늘리고 있다. 40대까지 희망퇴직 대상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히 부동산 금융 문제를 거론하며 금융권이 주도적으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540조원 규모 정책금융 공급도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최근 부동산 PF 등 부동산 관련 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금융권에서도 부동산 금융 문제는 금융권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자세로 리스크가 현재화되고 확산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자금 경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각한 경우 외환위기 사태의 재현까지 염려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진행 중인데,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해 추가적인 경기 하락 압력이 발생하면 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기업들 실적이 악화하고 고금리 영향이 결합하면서 경기 침체와 함께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이 자체가 바로 위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IMF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이런 환경에서 유동성 관리가 안 된다면 위기가 바로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해 경제는③] 전기·가스·버스까지…멈춤 없는 물가, 허리 휘는 서민 경제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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