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류 타고 바다 건넌 K-수산물, 일본인 입맛에도 ‘오이시’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6.01 12:00  수정 2026.06.01 12:00

고베 우오타나 시장 찾은 취재진

日 수산물 생산 감소에 ‘기회’ 확인

중국산 저가 공세 속 ‘고품질’ 승부

자국산 선호하는 취향 극복도 과제

일본 고베 우오타나 수산시장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몇 해 전부터 일본 내 전복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한국산 전복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산 전복은 품질이 좋고 국내산(일본산)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달 29일 수협중앙회 오사카무역사업소 도움으로 만난 토시미치 오히가시(Toshimichi Ohigashi) 사장은 한국산 전복에 대해 “값이 싸고 품질이 좋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고베 우오타나 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토미미치 씨는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 높은 한국산 전복이 일본 내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전 찾아간 우오타나 시장에서는 한국산 수산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복뿐만 아니라 광어(넙치), 아나고(붕장어)도 보였다. 가판 위에는 생물뿐만 아니라 한국산을 건조·가공한 상품도 정갈하게 놓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은 수산물 소비가 많은 국가다. 150여 년 전까지 육식이 금기시되던 터라 수산물을 일본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영양소였다. 메이지유신 이후 육류 소비가 허용되면서 전체 수산물 소비량은 줄고 있으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조사 결과 2021년 기준 연간 국민 1인당 약 45㎏을 소비할 정도로 수산물을 사랑하는 국가다.


수산물 소비가 많은 일본은 수입도 많이 한다. 연간 약 130억 달러, 한국 돈으로 20조원 가까운 수산물을 수입한다. 중국과 칠레, 미국산을 주로 수입하는 데 한국 수산물도 10위권 내 있다.


일본이 수산물 수입을 많이 하는 이유에는 자체 양식 생산량이 줄어든 게 가장 크다. 양식이 줄어든 이유는 기후변화와 고령화, 지형적 영향이 혼재돼 있다.


정회원 3700명, 준회원 1700명, 37개 어업조합으로 구성된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효고현 어업협동조합 니시모토 히로유키 사업개발실장에 따르면 일본 어업은 2000년대 이후 자체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어획량 감소 첫 번째 원인은 기후변화다. 정확하게는 해양 환경 변화다. 특히 효고현 앞바다의 변화가 크다. 니시모토 실장은 효고현 앞 바다가 지나치게(?) 깨끗해지면서 수산물 먹이인 플랑크톤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먹이가 줄어드니 수산물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바다에 플랑크톤 먹이(비료)를 인위적으로 뿌리고 있다고 했다.



일본 고베 우오타나 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토시미치 오히가시 사장이 한국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니시모토 실장은 “일본 고도 경제성장기 때는 바다가 탁했다. 그때 환경문제 거론되면서 바다를 깨끗하게 한 것인데, 이제는 너무 깨끗해져서 플랑크톤이 못 사는 처지”라며 “지금은 여러 정치적 대책으로 영양분을 남겨서 흘려보내고 농업용 비료를 뿌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력 문제와 소비량 축소도 수산시장 위축 원인 중 하나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어업 종사자들이 줄고 있다. 여기에 일본 국민 육류 섭취가 늘면서 수산물 소비량은 감소세다.


어획량 감소의 가장 큰 배경은 1995년 고베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다. 두 번의 큰 지진은 일본 어업, 특히 양식 어업을 초토화했다. 재기에 대한 불안감도 생겼다. 새로 양식장을 조성하더라도 언제 다시 지진을 겪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다.


일본 어업의 위축은 반대로 한국 어업에 기회가 됐다. 줄어든 일본 내 수산물 생산량을 중국과 한국산이 대체하고 있다.


일본 수입 수산물은 중국이 압도적이다. 다만 품질면에서는 한국산이 월등히 앞선다는 게 일본인들 인식이다. 이 때문에 중국산은 식당 재료용으로 많이 쓰이고, 한국산은 고급 요리용으로 주로 취급된다.


니시모토 실장은 “한국산 수산물이 많이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젊은 층에서 한류 영향으로 한국산을 좋아하는 경향은 있다”고 말했다.


생산량이 부족한 만큼 수입에 대한 거부감은 크게 없는 듯했다. 다만 일본인 특징이 국내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조미 김이나 삼치, 아나고 등은 이미 한국산이 많이 유통되고 있으나 일부 음식점에서는 원산지 표시를 명확히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본 소비자들이 음식만큼은 자국산을 강력히 선호한다는 점에서 한국 수산물에 대한 견제와 경쟁의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니시모토 실장은 한국 수산물의 일본 수출 확대를 위한 조언으로 가격과 품질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데 가격 면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의 상류층 소비자들은 품질만 확실하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비록 그 수요층의 숫자가 제한적일지라도 철저히 고품질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 고베 우오타나 시장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전복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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