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는①] 먹구름 가득 무역 전선, 암울한 한국 경제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3.01.03 06:00  수정 2023.01.03 06:00

지난해 14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 기록

올해 대내외 경제상황 호재 기대 힘들어

정부 “반도체 세제지원 통해 수출 뒷받침”

사진은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시스

계묘년(癸卯年) 새해에도 한국 경제 먹구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악재가 여전한 상황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실적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국가’ 한국으로서는 당분간 인고(忍苦)의 시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72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규모로도 사상 최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연간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6839억 달러로 전년보다 6.1% 늘었다. 수출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존 최고 수출액(2021년)보다 395억 달러 증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제품, 이차전지 등이 괄목할만한 실적을 보이며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세웠다. 산업부는 “시스템반도체와 전기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출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각각 상위품목 내 비중도 확대해 수출산업의 고부가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역대급 수출 실적에도 무역적자는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폭은 2008년 132억 달러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큰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1996년(206억 달러)과 비교해도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유는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은 7312억 달러로 2021년보다 1161억 달러(18.9%) 증가했다. 수출과 수입 모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늘면서 472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수입액이 늘어난 데는 국제유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원유와 가스, 석탄 가격이 급증하면서 에너지 원자재 수입액만 1908억 달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무역 상황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예측하기도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일 자정 인천공항 대한항공 제1화물터미널을 찾아 새해 첫 출항하는 반도체 관련 수출화물 국적기의 출발에 손을 흔들며 환송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도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불황으로 교역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업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한 2020년 이후 3년 만에 수출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PC와 스마트폰, 개인용 전자기기 소비가 줄어들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 성장세가 줄어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IT(정보기술) 제품 수요 감소가 메모리 반도체 재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도 걱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對)중 무역수지 흑자 폭은 12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2021년 242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200억 달러 넘게 줄었다.


중국이 자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2000년대 한국의 수출 확대에 크게 이바지했던 중국 특수는 중국 내 자체 공급망 구축으로 소멸했다”며 “무역수지가 과거와 같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원자재 등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불황 속 흑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점점 견고해지는 무역 장벽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미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핵심원자재법을 제정해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각종 원자재를 무기 삼아 세계 무역 시장에서 미국과 힘겨루기 중이다. 유럽연합(EU)도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을 통해 무역 장벽을 굳건히 하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는 전기와 가스, 버스비 등 기초 물가가 계속 오를 예정이다. 5%대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이 서민층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특히 취약계층에는 위기 수준의 충격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수출 전선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무역수지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제지원 대책을 고민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인천공항 제1화물터미널을 방문한 자리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해 수출이 작년 수준까지 회복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범부처 역량을 결집해 총력 지원하겠다”며 두 자릿수에 달하는 반도체 세제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번 주 안에 어떤 세제지원을 가져갈지 발표하려고 한다”며 “지금보다 투자세액 공제율은 높이 가야 할 것 같다. (세액공제율이) 기본 두 자릿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새해 경제는②] 금리인상 후폭풍…꽉 막힌 돈줄에 금융시장 ‘흔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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