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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전 주석 사망 추모 이후 中 민심의 향배는?


입력 2022.12.01 19:01 수정 2022.12.01 21:45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CCTV 메인뉴스서 江 전 주석 사망보도 40분 뒤 시진핑 등장

홍콩 명보 "고인 칭호·장례위 구성, 덩샤오핑 장례 때와 동급"

장 전 주석 ‘상하이방’ 사실상 와해, 국내 정치 파장 없을 듯

‘백지시위’ 영향 촉각…온라인 추모·불만 표출, 현실서는 한계

중국 베이징 시내 대형 전광판에 CCTV가 방송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 부고 보도가 나오고 있다. ⓒ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시내 대형 전광판에 CCTV가 방송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 부고 보도가 나오고 있다. ⓒ AP/연합뉴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사망이 중국 정치와 중국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대규모 반대시위 국면에 어

떤 영향을 미칠지에 초점이 모아진다.


중국은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30일 오후 장 전 주석을 대대적으로 추모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가 꾸려졌다고 이날 전했다. 장례위원회의 구성은 덩샤오핑 사망 때와 비슷하다. 시 주석을 비롯해 당중앙위원과 후보위원, 부총리급 이상의 전직 관리, 각 부처 당위원회와 국유기업 수뇌부, 홍콩과 마카오특구 수반, 공산당 이외 8대 민주당파(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중국민주동맹·중국민주건국회·중국민주촉진회·중국농공민주당·중국치공당·구삼학사·대만민주자치동맹)의 상무 부주석, 장 전 주석 주치의 3명과 경호 책임자도 포함됐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장 전 주석의 부고를 알리면서 ‘전당, 전군, 전국 각 민족에게 보내는 서한’의 형식을 채택했다. 서한 형식은 중국에서 마오쩌둥, 덩샤오핑이 사망한 이후 세번째로 취한 것이다.


서한은 장 전 주석에 대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위대한 사업의 걸출한 영도자이자 당의 제3대 중앙영도자 그룹의 핵심으로 ‘3개 대표 중요 사상’의 주요 창립자”라고 표현했다. 그에 대한 호칭도 덩샤오핑 사망 당시와 같은 호칭을 사용했다. 홍콩 명보는 중국이 장 전 주석에 대해 1997년의 덩샤오핑 사망 때와 동급으로 국가적 예우를 갖췄다고 1일 전했다.


장례위원회는 1호 공고를 통해 장 전 주석 추도대회가 열리는 날까지 톈안먼 광장과 인민대회당, 외교부와 재외공관 등에 조기를 게양하며 홍콩·마카오 연락판공실 및 재외공관에 빈소를 마련해 주재국의 조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례에 따라 외국 정부나 정당 대표 등의 추모행사 참석 초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장례 절차와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장 전 주석의 장례는 7일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덩샤오핑과 1998년 양상쿤 전 국가주석의 장례도 7일장이었다. 장례기간 관이나 영정을 모신 ‘영당’을 꾸며 조문을 받고 유체 고별식과 추도 행사를 치른 뒤 시신을 화장해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공원 묘지에 안장하는 것이 중국 국가지도자급 인사들의 일반적인 장례 절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자매지인 환구시보 및 글로벌타임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등이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사망 소식을 전면 흑백으로 구성한 1일자 1면. ⓒ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자매지인 환구시보 및 글로벌타임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등이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사망 소식을 전면 흑백으로 구성한 1일자 1면. ⓒ 연합뉴스

장 전 주석의 시신이 매장될 것인지, 화장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마오쩌둥은 사망 이후 시신이 보존돼 베이징 마오쩌둥 기념관에 안치됐다. 1997년 2월 19일 타계한 덩샤오핑은 유언에 따라 각막을 기증하고 시신은 해부용으로 제공됐으며 유해는 화장돼 중국과 대만 사이 바다에 뿌려졌다. 명보는 오는 5일 고인의 시신이 화장되고 6일 국장(國葬) 성격의 추도대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추도대회에서는 장례위원장인 시 주석이 추도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은 일제히 홈페이지를 흑백으로 처리해 조의를 표했다. 중국중앙방송국(CCTV)의 저녁 7시 메인뉴스인 신원롄보는 전체 1시간여 방송 중에 장 전 주석 사망 소식을 48분 간 내보냈고, 그 뒤에 시 주석 관련 뉴스가 나왔다. 시 주석이 메인뉴스에서 이번처럼 늦게 등장한 것은 지난 10년 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명보는 설명했다,


하지만 장 전 주석은 중국의 제3세대 지도자이자 공산당 내 3대 파벌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방’(상하이 정·재계 인맥)의 수장이지만 그의 죽음이 특별히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베이징 정가의 분석이다. 시 주석 집권기 정치적 숙청을 통해 상하이방 자체가 사실상 와해된 탓이다. 명보는 대규모 애도 분위기 조성에 대해 “(고인의) 중국 정계 영향력이 이미 사라진 만큼 그를 성대하게 기리는 것이 현 지도자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세력 내부의 파장은 크지 않지만 장 전 주석의 사망 시점이 매우 절묘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죽음 속에서도 그의 타이밍은 완벽했다’고 평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공산당 최고지도자가 됐던 그의 사망 소식이 장기간의 고강도 방역 조치로 쌓여온 대중의 불만이 ‘백지 시위’로 표출된 시점에서 전해졌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런 만큼 지난 주말 동시다발적 시위가 일어난 후 당국이 시위 재발 가능성에 대한 통제와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 전 주석 추모 정국이 분노한 민중에 탈출구내지는 해방구를 열어 줄 수 있다는 것으로,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현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1989년 후야오방 당총서기의 죽음이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역사적 경험이 있다. 1976년 사망한 저우언라이 총리 추모 정국이 ‘4.5 운동’으로 불리는 1차 톈안먼 시위로 번진 적도 있다. 폴리티코는 “시 주석에게 역사적 메아리는 이보다 더 불길할 수 없다”며 “당이 전직 최고지도자에 대한 애도나 추모를 막을 수는 없으며 앞으로 며칠 혹은 몇 주 동안의 추모는 현재 중국 정치 상황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2월 1일 중국 톈안먼 광장에 걸린 중국 오성홍기가 장쩌민 전 주석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조기로 게양돼 있다. ⓒ AFP/연합뉴스 12월 1일 중국 톈안먼 광장에 걸린 중국 오성홍기가 장쩌민 전 주석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조기로 게양돼 있다. ⓒ AFP/연합뉴스

특히 장 전 주석의 사망 소식에 중국 인터넷에서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 장 전 주석 사망 소식은 지난달 30일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 검색어 1∼3위를 차지했다. 장 전 주석 부고 기사를 실은 CCTV의 웨이보 계정에도 순식간에 100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 많은 네티즌들은 고인을 '장할아버지', '어르신' '위인' 등으로 칭했고, '가는 길 평안하시라'는 등의 애도를 표했다. 네티즌들은 "중국을 변화시킨 당신의 열정을 잊을 수 없다", "최고의 시대를 열었다", "개방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분"이라는 등의 헌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의 사망이 시위 확산의 동력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장 전 주석은 톈안먼 시위를 계기로 권력을 잡았고, 파룬궁 등 종교집단을 탄압했던 전력이 있는 까닭에 후야오방과는 상징성이 다르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중국 당국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면 방역 등을 이유로 거리에 추모 행렬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틀어막을 가능성이 높다. 윌리 워 랩 람 제임스타운재단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시 주석의 강력한 보안망 하에서 1989년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며 장 전 주석의 죽음이 중국 정치에 별다른 파급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이 시위 확산 여부를 가르는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지 시위가 지난달 26∼27일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진행됐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첫 시위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지만, 당국의 강력한 차단 등의 영향으로 소강상태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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