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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입력 2022.10.05 04:04 수정 2022.10.04 08:27        데스크 (desk@dailian.co.kr)

태연하게 북한 선제 핵공격 임박 언급

주장, 북한과 일정한 교감이 있는가

핵·미사일 개발 통해 북한 주도의 통일

무책임한 주장에 응당한 책임 물을 것

지난 2020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북극성 2형 미사일. ⓒ 뉴시스 지난 2020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북극성 2형 미사일. ⓒ 뉴시스

한호석은 최근 자주시보에 게재한 글에서 북한의 선제 핵공격이 임박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http://www.jajusibo.com/60467).


한호석은 위 글 이후에도 비슷한 논조의 글을 연이어 게재하고 있다. 필자가 한호석의 주장을 과장한 것이 아니다. 한호석은 정말 태연하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북한의 선제 핵공격이 임박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한호석만이 아니다. 한호석 정도는 아니더라도 유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글은 한호석 그리고 한호석과 유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다.


먼저 한호석과의 인연을 소개한다. 90년대 중후반 이후 한호석은 주로 한반도 군사 문제를 다룬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한국을 방문해 주로 주사파 활동가들을 상대로 한 강연과 접촉을 하곤 했다.


그 과정에서 필자도 몇 차례 만났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은 공개 토론회, 강연회 등 다수가 있는 자리에서의 가벼운 만남이었지만 사적인 만남도 있었다. 필자가 주로 물었던 것은 한호석의 주장이 개인적인 의견인지 북한과 일정한 교감이 있는 가였다. 한호석의 답변은 애매했지만 나는 북한과 어느 정도 교감을 갖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내가 지금 시점에서 한호석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는 이유도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


한호석의 주장은 2000년대 이후 주사파의 생각을 결정적으로 바꾸었다. 그 이전까지 남한 주사파들의 생각은 남한에서 자주적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북한 정권과 연방제로 통일한다는 생각이었다. 반면 한호석은 북한의 군사적 역량이 미국을 제압하면 북한 주도로 통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남한의 주사파 거의 대부분은 한호석의 주장을 수용해 정세인식의 틀을 바꾸었다.


필자도 한호석의 생각에 공감했던 주사파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2000년대 정세가 심화되면서 예민한 쟁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평화와 관련된 문제만 다뤄보자.


주사파 대부분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예방전쟁 차원에서 북한을 군사적으로공격하는 것으로 상정했다. 즉 동기야 어쨌든 전쟁은 미국이 일으키는 것이었다. 나는 오랜 기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나는 수많은 집회와 강연에서 발언하고 토론하면서 전쟁은 미국으로부터 발발한다는 생각에 기초해 활동했다. 반면 한호석의 기조에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통해 북한 주도의 통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었다. 그럼에도 2000년대 어느 시점까지는 평화운동의 방향을 둘러 싼 논란은 모호한 채로 남아 있었다.


필자의 관점에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은 경기동부 문제와 연평도 사태였다. 나는 경기동부 사태가 터지기 직전 동료·후배들로부터 전쟁이 발발할 수 있고 그에 대비해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여 비평화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경기동부 사람들은 실제로 그것을 모의했고 그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퇴출되었다.


연평도는 더 극적이었다. 나는 한 동포라고 믿었던 북한이 민간인 지역에 포격을 가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봤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북한에 대한 오랜 미망에서 벗어났다.


세월이 흘러 2021년 1월 북한의 8차 노동당 대회가 있었다.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의 의도는 명확했다. 미국을 향한 전략핵보다는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으로 방점이 옮겨가 있었고 이를 다양한 공간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한호석의 주장은 2021년부터 시작된 북한의 전략 변경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한호석은 망상에 찌든 사이비 혁명가이거나 북한의 사주를 받은 프로퍼갠더라고 생각한다. 한호석이나 그에 동조하는 사이비 혁명가들에게는 할 말이 없다. 그들은 구제불능이거나 변화의 여지가 없다. 나는 이번 공개서한을 시작으로 언론 자유의 틈바구니에서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내가 한호석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말하고 싶은 대상은 여전히 주사파 또는 그에 가까운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 글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냥 묻어도 좋다. 반면 이 글이 일말의 가치가 있다면 깊이 생각해 보고 주위에 전파해주기 바란다.


논점을 명확히 하자. 한호석에 따르면 북한의 선제핵공격이 임박했다고 한다. 위에 링크한 글을 읽어 보기 바란다. 한호석은 비유적인 표현을 빌어 에둘러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 핵공격, 임박이라는 명료한 단어를 빌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이비 혁명가의 헛소리는 그렇다 치자. 당신들도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가? 다시 한 번 묻자. 북한이 남한에 대해 핵공격을 하더라도 북한에 동조하는가? 또는 여전히 북한이 우리의 동포인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 부모와 형제를 둔 우리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북한이 남한에 대해 핵공격을 하는 상황에서도 북한에 동조한다면 나는 80~90년대 보수 세력이 주사파·통일운동에 가했던 공격, ‘너희들이 북한의 꼭두각시가 아닌가’라는 주장에 변명할 자신이 없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평화운동은 반미친북적 경향에 갇혀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약할 때는 미국의 핵 위협에 반대하는 평화를 주장하다가 북한의 핵 역량이 강화된 지금에는 북한의 선제 핵공격, 북한의 핵용인을 강조하며 사실상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도는 있다. 백번 양보해 북한핵이 7000만 민족 전체의 평화를 지킨다는 주장은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다 치자. 어쨌든 그것은 평화를 전면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선제공격이 임박했고 그것을 긍정하자는 따위의 주장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를 넘는 것이다.


조만간 북핵 문제는 심각하고 결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한국의 평화운동은 사이비 혁명가들의 요설과 단절하고 근본적인 방향 전환에 착수해야 한다.


ⓒ

글/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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