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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은 '넷카마'였나…기막히게 영리한 이재명의 '개딸' 프레임 [정계성의 여정]


입력 2022.09.28 07:00 수정 2022.09.28 05:2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넷카마'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의 '넷'과 여장 남자를 의미하는 일본어 '오카마'를 합성한 단어다. 남성이 인터넷상에서 여성 행세를 하는 행위 등을 통칭한다. 인터넷 보급 초창기 일부 커뮤니티나 온라인 게임 등에서 소위 넷카마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간간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넷카마의 등장엔 다양한 배경이 있겠지만 본질은 '관심' 혹은 '영향력'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남성 유저가 다수인 온라인 게임이나 커뮤니티에 여성이 등장할 경우 관심의 대상이 된다. 주목도가 늘면서 자연스레 발언권이나 영향력도 커진다. '원 오브 뎀'에서 '스페셜 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생소한 용어인 넷카마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열렬한 지지층이라고 하는 '개딸'(개혁의 딸)과 겹쳐 보이는 면이 많아서다.


만약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혹은 정치 고관여 층에서 이 대표를 지지했다면 아마도 여론의 큰 관심을 받진 못했을 거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치 무관심층으로 여겨졌던 20~30대,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지지를 보낸다고 하면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실제로도 다양한 매스컴의 관심을 받았다. 스스로를 개딸로 규정한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도 관심에 비례해 커졌을 터다.


그렇다면 정말 실체는 있을까. 얼마 전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이 대표 지지자들과 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과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였다. 불만을 가장 격정적으로 토로했던 개딸들의 참여를 특히 기대했었다. 하지만 개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화·문자·편지로 항의가 쏟아져 의원실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허무한 결말이었다.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전부터 개딸의 실체를 의심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SNS 등에서는 이 대표를 아빠라 부르며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수많은 기사에 댓글을 달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 유세장 등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는 20~30 여성들이 꽤 보이지만, 거대정당의 대선후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의미부여를 할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개딸을 자처하는 분들의 글을 보면 "2030 냇물이 민주의 강물과 개혁의 바다로!" "행동하는 양심의 불꽃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동지" 등 20~30대 여성이 쓴 것이라고 보기 힘든 문법이 묻어난다. 강성 민주당 지지층이 온라인 상에서 간판만 개딸로 바꾼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실체를 떠나 무서운 점은 이 대표의 프레임 전략이다. 개딸이라는 언급이 많아질수록, 나아가 개딸 논쟁이 격화될수록 모르는 사이에 '20~30대 개혁적인 여성들은 이재명을 지지한다'는 프레임은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얼마 전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영빈관 신축은 김건희 여사의 지시냐"고 묻는 일이 있었다. 어떠한 근거나 정황도 없이 그냥 던진 질문이었다. 한 총리는 일축했지만 사실 답변이 중요했던 질문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영빈관 신축' '김건희 지시' 두 가지만 국민의 뇌리에 남기기 위한 프레임이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하면 코끼리가 머리에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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