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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가도 눈치 보며 쓰는데…아프면 쉴 수 있다고?"


입력 2022.06.17 05:09 수정 2022.06.16 21:50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정부 '아프면 쉴 수 있는 문화' 정착 위해 상병 수당 시범 도입…하루 43,960원 지원

젊은 층 "공무원·대기업만 혜택…남에게 내 일 맡기고 쉬기 눈치 보여"

중장년층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돼 있는 일부 젊은이들, 유독 민감해…금방 실현되기 어려워"

경영계, 상병수당 도입 정착에 도움…의료계, 자연항체 비율 상승 때까지 격리의무 해제 시기상조

지난 3월 1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3월 1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아프면 쉴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제도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일부 대기업 근로자와 공무원에게만 적용될 혜택일 뿐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 등은 쉴 수 없는 또 다른 '차별'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병 수당 도입이 문화 정착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를 해제할 경우 '아프면 쉴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조치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서울 종로, 경기 부천, 충남 천안, 전남 순천, 경북 포항, 경남 창원 등 6개 지역에서 상병 수당을 시범도입 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자는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는 취업자 및 지자체가 지정한 협력사업장의 근로자이고,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기간 동안 하루에 43,960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는 달리 우려도 만만치 않다. 언론계에서 일하는 윤모(26)씨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에게만 혜택이 될 것"이라며 "법으로 제한해도 일을 시키는 회사가 있는데 어떤 기업에서 아프면 쉬는 문화를 자발적으로 형성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윤씨는 "정부 차원의 문화정착 주도를 해야 한다. 무턱대고 격리 의무를 해제한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근로자는 어디에나 있고 모두 공평하게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판업계 근무 중인 4년차 직장인 A(28)씨는 "정부에서 문화 권장 정도로만 발표하면 결국 내 연차를 소진해서 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병 수당 시범 도입도 선별적으로 보이고 와 닿지는 않는다"고 실망감을 보였다. 그는 "지금도 코로나에 걸려도 그냥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이대로 격리 의무를 해제하면 재유행이 올 것 같다"며 "코로나 치료제가 신종플루 때 타미플루만큼 일반화될 때 해제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20대 공무원 김모씨는 "우리나라는 어떤 회사든 내 휴가를 쓸 때도 팀원들에게 내 일을 맡기는 게 눈치 보이는 사회"라며 "아프면 쉴 수 있는 문화는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아프다는 이유로 돈을 받고 악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각종 제도 도입으로 공무원들만 편할 것이라고 욕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젊은 세대들과 달리 중장년층은 "실질적인 자신들의 능력과 기여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말로만 공정을 외치며 속내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일부 젊은이들이 유독 이 문제에 민감하고 벌써부터 이런 저런 불만이 많은 것 같다"며 "정부가 던져놓는다고 금방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고, 솔직히 집에서 쉬는 데 별로 익숙하지 않는 우리 세대들은 귓등으로 흘려 듣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병 수당 시범사업 모형.ⓒ질병관리청 상병 수당 시범사업 모형.ⓒ질병관리청

경영계 전문가는 상병수당 도입 등이 '아프면 쉴 수 있는 문화' 정착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아니어도 아파서 일을 못 하는 경우에 보장을 해준다는 것에서 상병 수당 지급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정부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상병 수당 시범도입 후 결과가 긍정적이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상병 수당 악용에 대해서는 "본인이 일해서 받는 임금보다 금액이 적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는 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격리 의무 해제는 시기상조라고 걱정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는 돌파 감염이 많기 때문에 자연 면역으로 생긴 항체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항체가 항체양성률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연 항체의 비율이 높을 때 격리 의무 해제를 의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격리 의무를 해제할 경우 자율적으로 쉬는 문화를 누군가는 지키고 누군가는 지키지 않게 돼 이른 감이 있다"며 "최소한 강력한 권고 등의 지침을 마련한 후에 도입해야 한다. 다만 7일에서 5일로 격리를 줄이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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