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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온라인 배송 논의에 주류·유통업계 ‘동상이몽’


입력 2022.04.04 06:35 수정 2022.04.04 09:0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국세청, 업계와 간담회 진행…“부정적 입장 가닥”

주류업계, 판로 확대 절실…“현실에 맞춰 허들 낮춰야”

대형마트·편의점, 오프라인 경쟁력 잃고 배송 등 문제

GS25에서 테스트 도입 추진 중인 무인 주류자판기 이미지ⓒGS25 GS25에서 테스트 도입 추진 중인 무인 주류자판기 이미지ⓒGS25

최근 주류 주무부처인 국세청이 업계 관계자들을 한 데 모아 ‘주류 온라인 판매’ 관련 의견을 청취한 가운데, 주류업계와 이를 취급하는 유통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국세청이 결국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주류업계와 유통업계의 온도차가 크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말 비공개로 주류 온라인 판매와 관련한 업계 간담회를 진행해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간담회에서는 주류업계 관계자들과 한 데 모여 업계 숙원인 주류 온라인 판매 및 배송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동안 국세청은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둘러싼 각 업계 입장을 서면 질의, 비공식 간담회 등 약식으로 청취해왔지만 본격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국회가 제기한 새로운 주류 판매 채널을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진행에 급물살을 탔다.


주류업계는 온라인 판매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특히 수제맥주 업계를 중심으로 간절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매채널 내 수제맥주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으나, 편의점 매대의 한정된 공간으로 인해 신규 업체들은 유통 채널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통 채널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최소 물량을 맞출 수 있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업체들이 영세하다는 점에서 더욱 절실하다. 생산량, 인지도 등에 의해 기존 유통망에 제품을 깔기 어려운 업계로선 온라인 판매가 기회요소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제맥주업체들의 95% 이상은 펍이나 음식점 판매에 전적으로 매출을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방문 자체가 사라지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소주, 맥주 등 주류 판매가 확대될 경우 유통채널이 다양화되고 소비자 편의성이 높아져 판매에 도움이 될 듯 하다”며 “온라인채널이 주요 소비채널로 급부상한 만큼 주류 규제 역시 허들을 낮춰 현실에 맞게 적용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세법상 주류는 ‘대면 판매’가 원칙이지만 관련 규제의 벽은 차츰 허물어지는 추세다. 국세청은 2017년 전통주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정부가 전통주 산업 육성을 위해 예외적으로 통신 판매를 허가하면서 일부 전통주에 한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4월부터는 비대면 방식으로 결제한 술을 직접 수령하는 방식의 ‘스마트 오더’를 도입했다. 또 그해 7월부터는 배달 앱을 통해 음식 배달 주문 때 음식 가격의 절반보다 적은 금액의 술을 배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2020년엔 국세청이 일반음식점에 주류 자판기를 허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산업부가 편의점에 주류 자판기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하면서 주류 판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분위기가 크게 뒤바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대면 원칙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업계가 처한 현실과 별개로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제는 대면 구매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편익 증대 측면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마트 만촌점ⓒ이마트 이마트 만촌점ⓒ이마트

반면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채널은 달갑지 만은 않은 분위기다. 온라인 판매가 시작될 경우 형평성 등의 문제로 인해 수제맥주와 같은 일부 제품만 풀어주기 보다는 주류 전반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은데, 소비자가 매장을 찾도록 하는 힘을 잃어버릴 수 있어서다.


배송도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대비 파손 가능성이 크고, 파손시 타 배송품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과 책임 소재 등 피로도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 3사 모두 배송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은 업체가 지고 있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의 폐점을 막고 재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류 특화 매장으로의 변신을 이어 왔다. 그러나 쿠팡 등과 경쟁하게 될 경우 또 다시 동력을 잃을수 있다는 공포감이 크다. 대형마트의 경우 주류가 매출의 50%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A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주류를 구매하기 위해 마트에 방문하면서, 주류 외 마트 내 다양한 상품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오프라인 매출 하락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도 같은 이유로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구매 채널이 하나 더 늘어나니까 오프라인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배달을 이용해야 하면 수익 악화 문제도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반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있다. B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술의 경우 주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할인을 마음대로 하지 못 한다”며 “결국 오프라인과 판매 가격이 같을 것이고 배송비가 붙으니 굳이 이커머스 등을 통해 구입하는 사람이 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 마트 장보기가 일상이되고 있는 상황에서 술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더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면서 “특히나 와인 같은 경우에는 종류가 다양하기도 하고 추천을 받아 사려는 경향이 강해 온라인 판매로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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