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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좀 하지'…국민의힘, 민주당 쇄신안에 '여유 속 긴장'


입력 2022.01.26 00:30 수정 2022.01.25 23:15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민주당, 대선 앞두고 '극약 처방' 강행

윤석열 "국민들이 진정성 판단할 것"

권영세 "순수해 보이지 않아, 대장동 특검이 먼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차기 총선 불출마와 종로구를 포함한 안성, 청주 상당구 등 3곳의 3.9 재보궐선거에서 무공천을 전격 선언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차기 총선 불출마와 종로구를 포함한 안성, 청주 상당구 등 3곳의 3.9 재보궐선거에서 무공천을 전격 선언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을 뚫지 못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25일 극약 처방에 가까운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이제 와서'라는 불쾌감을 표하면서도 비교적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것을 깊이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송 대표 차기 총선 불출마 △서울 종로·경기 안성·충북 청주상당 등 3곳에 대한 국회의원 보궐선거 무공천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직 제명안 신속 처리 △6월 지방선거 청년 우선 공천을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민주당의 절박한 액션에 우선은 '진정성이 없다'고 일소에 부쳤다. 민주당의 조치가 뒤늦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선거에 임박해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진정성을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일갈했다.


그는 민주당이 의원 3명에 대해 제명을 추진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엄청난 의석을 갖고 마음껏 의회를 주물러 왔는데 왜 진작에 하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진정성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특히 정의기억연대(정대협 후신) 대표 시절 기부금 유용 의혹을 받은 윤미향 의원과 관련해, 논란이 터진 당시부터 꾸준히 있었던 '제명' 요구를 민주당이 이제와 받아들인 것에 대해 질타를 가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정권에서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충격을 준 사건 중 하나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께서 제기한 정의연의 후원금 유용 의혹"이라며 "그런데도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윤 의원을 옹호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선거가 임박하자 이제 와서 윤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태도에 대해 철저히 사과하고 '윤미향 방지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 역시 민주당의 방침에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며 "진짜 정치 개혁을 하려면 무엇보다 국회에서 말만 나오고 중단되다시피 한 '대장동 특검'을 받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선 (관리)에서 주무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법무부·행안부 장관이 민주당 의원을 하고 있는데"라며 "송영길 대표가 정말 정치 개혁을 하고 싶다면 두 장관 불러들이고 중립 내각을 청와대에 요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무공천에 국민의힘도 '불똥' 튈라
안철수 "국힘도 책임있는 곳 무공천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행복로 시민광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의정부, 민심 속으로!'에서 맞잡은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행복로 시민광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의정부, 민심 속으로!'에서 맞잡은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그러나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이같은 민주당의 파격적인 반성문이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이나 윤미향·이상직 의원에 대한 제명 추진이 국민의힘에도 일부 부담이 될 수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무공천을 약속한 안성, 청주상당은 당 소속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돼 민주당에 보궐선거 실시의 귀책 사유가 있는 지역이다.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곳이다.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의원들의 귀책 사유로 공석이 된 서울 서초갑이나 대구 중남구에 대해선 국민의힘도 무공천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당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에 무공천을 요구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민주당이 책임 소지가 있는 곳에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며 "마찬가지로 국민의힘도 본인들의 잘못으로 생긴 재보궐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윤미향·이상직 의원에 대한 제명을 추진하면서 피감기관 공사 특혜 수주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의연 보조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과 이스타항공 재직 당시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 실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제명을 추진하면서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박덕흠 의원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박덕흠 의원은 지난해 9월 의혹이 불거진 이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검찰은 1년4개월째 기소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황규환 대변인은 이에 대해 "보궐선거 지역 세 곳에 무공천을 한다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며 후보를 냈던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사과가 먼저 아닌가"라며 "윤미향, 이상직 의원의 제명을 이야기하며 은근슬쩍 국민의힘을 끌어들이고, 윤석열 후보를 향해 '민주당 정부의 어두운 유산'을 운운하는 모습은 영혼 없는 반성문임을 자인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무슨 생뚱맞게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그거(의원 제명안) 처리하면 되지 왜 갑자기 끄집어내 정치쇄신 한다고 하나"라며 "특검법부터 받으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이재명 비리 의혹을 파헤치면서 빨리 결론을 지어야지, 자기가 떳떳하다면서 빨리 조사해서 떳떳한지 밝혀야 될 것 아닌가. 그건 안 하고 지금 무슨 갑자기 국민을 눈속임하는 것"이라며 "(안 후보가)거기에 장단을 맞추면 우습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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