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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남 말 하는 무속 위선과 편견


입력 2022.01.24 08:30 수정 2022.01.24 08:15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재명 母와 본인도 점보고 사주 봐서 “대통령 될 사람” 자랑

무속인을 혹세무민 사기꾼으로 매도해 野 후보 측 공격에 이용

수많은 정치인, 기업인들 예부터 무속 의지하는 현실 모르는 척

9일TBS'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TBS라디오 캡처 9일TBS'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TBS라디오 캡처

필자는 점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사주팔자에도 관심이 있긴 하지만, 유료로 명리학(命理學)을 공부한 사람에게 풀이를 부탁해볼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나이가 앞날의 운이 궁금하지 않을 만큼 들었거니와 인생의 원리도 어느 정도 깨달았기에 다른 사람, 예컨대 주요 정치인들의 미래 운명을 점치고 과거 삶을 해석하는 무속(巫俗)과 명리에나 흥미를 갖고 있다.


대선 때만 되면 무속 논란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무식의 자랑이요, 위선적 작태고 선동이다. 기성 종교나 체계 있는 학문만이 옳아서 우리 중생들에게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신앙과 사상이라고 믿는 것은 오만과 편견이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이 나라에는 예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무속을 믿고 그 풀이, 해결 방법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게 현실이다. 조상 묘를 이장하고 혼을 달래는 행사에 많은 돈을 쓰는 사람들이 다 미쳤다 할 수 있는가?


무속은 인터넷 백과사전에 ‘일반 민중의 생활 속에 전승되고 있는 주술적 신앙, 재래 전통 종교’라고 버젓이 정의돼 있다. ‘버젓이’다. 무당(巫堂)은 무속의 사제자로, 길흉화복을 점치고 굿을 주관하는 사람의 총칭이라고 돼 있다. 사회 질서와 가치를 훼손하고 병들게 하는 습속이나 문제 인물들이라면 이렇게 써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에서는 무속을 터부시한다. 자기네들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 대통령에 당선될지 안 될지를 점보기도 하고 이장(移葬)도 하면서 상대 편에 대해서는 “저 당 안에는 무속 역술인이 판을 치고 그가 중요한 결정을 한다더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부모 묘를 옮겨서(이런 여야 대선 후보들이 부지기수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들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김대중이다. 1995년 4번째로 대선에 도전하기 전 전남 신안의 아버지와 경기 포천에 있던 어머니 묘를 옮겨 한 풍수 지관(地官)이 골라준 경기 용인 묘봉리산 명당에 합장했다.


풍수지리학과 무속은 다르다고? 다 그게 그거다. 성명철학, 손금철학, 관상학, 명리학(사주학), 풍수지리학은 학문이고 무속은 굿하고 점을 보는 미신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무식과 편견의 고백이다.


왜? 거칠게 비교해서 다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그 과학 말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 과학으로 풀지 못하는 현상이 얼마나 많은가? 불가사의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런 일이 우리 주위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발이 없는 흰옷 입은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 중에는 유명 변호사도 있다. 그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널려 있다. UFO를 봤다는 사람들보다 몇 만 배는 많은데, 그 UFO도 얼마 전에 미국 정부가 ‘지구 외부에서 온 비행 물체’라고 공식 인정했다는 사실을 무속 매도 정치인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자로 무당 무는 巫, 이렇게 쓴다. 하늘과 땅을 뜻하는 가로 획들 사이에 사람이 둘 있고, 그 천지가 세로획으로 연결돼 있는 상형이다. 하늘에 있는 영혼과 땅에 있는 인간들을 연결시켜주는 사람이 무당인 것이다. 영어로는 언론 매체를 뜻하는 미디어의 단수형인 미디엄(Medium)인데, 영매(靈媒), 즉 영혼을 매개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유튜브에 보면 요즘 점사(占事) 비즈니스를 하는 무속인들은 귀신 들린 노인들이 아니고 영어와 컴퓨터를 아는 20~40대 젊은이들도 많다. 이들이 왜 무당이 됐는가? 우리 보통 사람들과 다른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신령들이 들어와 있다. 그 신령들의 눈과 입을 대신해 고객(상담자)들에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들을 제시해준다.


무당들은 신령들의 말을 가지고, 명리학 신봉자들은 고도의 수학 방정식 해법과 같은 사주 오행 십간 풀이를 통해 택하거나 피해야 할 시기, 사람을 나름대로 짚어주는 직업인들이다. 카운셀러이고 컨설턴트인 셈인데, 그 상담 답변의 근거가 심리학 등의 이론보다는 신령이나 사주팔자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 해답은 물론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참고할 뿐이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이들이 찍어주는 택일, 궁합 등의 점사를 전적으로 믿진 않는다. 궁금하고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의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이 이들을 이용하면 공격한다. 사돈 남 말 하는 것 아닌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내놓고 놀다 김진애의 물려주기 사퇴로 국회의원이 된 김의겸은 연일 김건희의 건진법사 타령을 한다. 또 민주당 후보 이재명은 “아무 데나 주사위 던져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면 되겠나?”라고 윤석열 캠프가 법사, 도사들의 소굴인 양 공격한다.


이재명이야말로 어렸을 때 어머니가 본 점(크게 될 거라는)을 신주단지처럼 간직하고 꿈을 키워왔으며 자기 사주가 네 후보 중 가장 대통령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온 사람이다. 경기 도내 대형사고 발생시 떡볶이를 먹으며 웃고 떠들어 비판 대상이 됐던 황교익 TV 유튜브 대담 방송이 그 증거다.


이들이 내세우는 비난의 바탕에는 국정 농단 우려라는 게 있다. ‘최순실 프레임’이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굿판이 벌어졌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 이들다운 기우(杞憂)다.


나라를 살리는 일이라면 굿이라도 벌여야 한다. 옛날 임금들이 기우제(祈雨祭) 지낸 것도 미신이라 탓할 것인가? 이런 국난극복 행사를 집전한 제사장이 무당이었다. 그(녀)는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사기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무속 시장이 4~5조원 규모이고 무당 직업인 수가 수십만 명이다. 개중에는 사이비가 물론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가짜 신 내림 꾼들 때문에 전체 무속인들을 폄하하고 매도해선 안 된다.


땅과 하늘 사이를 매개하는 영매인 무당, 무속에 관한 위선과 편견에서 벗어나자. 이것도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개혁이고 성숙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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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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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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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zz 2022.01.27  10:22
    국정 운영을 종교로 해결한다? 그것도 무속인으로? 
    이준석때문에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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