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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이거 어떡하지?”


입력 2022.01.22 07:30 수정 2022.01.21 14:37        데스크 (desk@dailian.co.kr)

공수처 출범 1년, “월급이 아깝다”

수사는 못해도 민간인 사찰엔 능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 사찰 규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 사찰 규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역사에서 1월 21일은 몇 가지 이야기꺼리가 있는 날이다. 1919년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가 붕어(崩御)했고, 1924년에는 러시아의 레닌(V.Lenin)이 사망했다.1968년에는 ‘1.21사태’가 일어났다.


젊은 세대들은 좀 생소할 수도 있는데, 1.21사태는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했다가 군경의 검문에 걸려 사살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향토예비군이 창설되고, 고등학교에서 교련교육이 실시되고, 주민등록증 제도가 도입된다. 우리 군(軍)에서도 북한 김일성의 멱을 따기 위해 인천 앞바다 실미도에 특수부대를 창설해 훈련에 들어간다. 여파가 큰 사건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2021년 1월 21일은 문재인 정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 날이다. 출범 1년, 공수처는 남들이 ‘생일 축하’ 인사라도 건넬까봐 쉬쉬하고 지나갔다.


공수처는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권력형 비리 수사 기구다. 그런 공수처가 자기들 끼리 회의실에 모여 처장님 말씀 듣고, 단체사진 찍으면서 돌날을 보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1년 동안 한 짓을 보면 사진 값도 아깝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 정도 염치를 아는 조직도 드물다.


대통령과 그 배우자 그리고 이들의 4촌 이내의 친족,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검찰총장, 시도지사, 교육감 등 ‘살아있는 권력’이 수사 대상이다. 또 경무관 이상의 경찰, 판. 검사, 장성급 군인, 3급 이상 공무원 등 ‘영감(令監)님’들도 수사 대상이다.


출범 두 달, 2021년 3월 공수처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승용차 제공 등 수사 편의를 봐준 사실이 들통 나 ‘황제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차관급 수사에 이렇게 빌빌거리면, 대통령 부인이나 대법원장은 어떻게 수사하냐” 국민들은 걱정했다.


1호 사건으로 착수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불법 특별채용의혹 사건도 지난해 11월 24일 검찰이 기소하면서 공수처의 적용 논리를 상당 부분 손질한 것으로 미뤄보면, 수사력도 걱정거리이다. 1년 동안 수사에 착수한 24건 가운데 겨우 1건 한 것이 이 정도라니, 기본기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더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모습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중립적, 독립적으로 수사하라고 제도를 갖춰줬는데, 기껏 야당 잡는 도구로 쓰이는 모양새다.


공수처는 야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제기된 ‘고발 사주 의혹’ 등 4건의 수사에 매달렸지만, 결과가 없다.


이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는 손모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 1회, 구속영장 2회를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 당해 국민들의 조롱과 걱정을 한 몸에 받았다. 충성은 해야겠고, 실력은 안 되고, 바람은 차고, 참 딱하다.


수사력과 중립성이 모두 의심받는 일은 지난 연말에 불거졌다. 공수처가 민간인에 대한 통신사찰(通信査察)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수처는 야당 국회의원 93명, 야당 대선 후보와 그의 배우자, 외신을 포함한 국내외 기자와 가족 170여명,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 23명, 신전대협 소속 대학생, 인터넷카페 주부회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 지금까지 만도 300명 이상의 민간인 통신 기록을 뒤졌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공수처장은 이 사실을 추궁 당했다. 공수처장은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에 맞게 청구해 받은 것이라 법적 문제는 전혀 없다”고 태연스레 답했다. 또 ‘통신자료 요청 건수도 검찰과 경찰에 비해 양호한데, 왜 공수처만 야단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1년 간 59만7000건, 경찰은 187만7000건의 통신자료 조회를 했는데, 공수처는 단 135건이라고 했다. 마치 ‘남들도 다 과속했는데 왜 나만 딱지떼느냐’고 툴툴거리는 자가운전자 같은 자세다.


경찰은 2020년 발생한 158만 건의 범죄를 수사해 128만 건을 검거했다. 통신조회는 187만 건이다. 범죄 건당 1.18건의 통신조회다. 공수처는 24건을 1년 동안 수사하면서 통신조회만 수백 건이다.


무차별 조회도 문제지만 대상의 편향성도 나타난다. 야당 국회의원,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의 기자와 가족, 시민운동가, 신전대협 대학생, 팬클럽 주부, 변호사 등이 권력형 비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청와대와 민주당은 “정치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없다”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공수처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 잘 하던 검찰총장을 기어코 자리에서 밀어내, 야당 대선후보로 세워줬다.


민주당 후보는 지금 그 야당 후보에게 쩔쩔매고 있다. 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그래서 하는 제안인데, 민주당은 선대위에 참여한 역술인들에게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 이재명 후보는 급하면 욕설(辱說)부터 할 텐데, 성질 참고 좋게 물어보기 바란다. “이거 어떡하지?”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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