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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상식의 여신이 잠을 깼는가?


입력 2022.01.15 08:19 수정 2022.01.14 17:36        데스크 (desk@dailian.co.kr)

정권 말기 되면서 상식이 살아나는 기미

정권교체 의식한 대선 이후 보신책인가?

ⓒ청와대 ⓒ청와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정말이지 답답하다. 살면서 집이나 회사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를 가끔 경험한다. 정말 답답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상식은 기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오랫동안 인정돼 온 기본교양’을 상식이라고 해도, 상식은 강제성이 있는 법(法)이 아니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나라 살림을 담당하는 정권이나 의회는 선거를 통해 바뀌지만, 주인은 변함없이 국민이다. 그래서 국민을 위해서,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임기 동안 어설픈 짓은 하지 않는 게 예의고 상식이다.


최근 주변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사례들을 보면 눈 감고 있던 상식의 여신(女神)이 살포시 눈을 뜨는 듯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청와대는 오는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이 상식적인 결론이 나오는 과정은 힘들었다. 작년 12월 6일 미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Diplomatic Boycott)을 공식 발표했고,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이 재빠르게 동참했다.


그 일주일 뒤 문 대통령은 호주를 공식 방문했다(12.13). 현지 기자회견에서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옆에 호주 총리를 세워 놓고 말이다. 국민들은 “멀리까지 가서 쓸데없는 말을 또 한다”고 걱정했다. 지난 7일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발표했다. 그제야 청와대도 단념했는지, 불참을 발표한다.


법원은 ‘거짓말의 명수’ 김명수 대법원장이 있는 한 상식이 회복되지 않을 것 같아서 상심한 국민들이 많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난 12일 전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국회의원 이상직 피고인(59)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상직 피고인에 대한 횡령과 배임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은커녕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돌리고, 자신은 검찰 표적수사의 희생양인양 변명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스타항공 노조 간부는 “형량이 낮아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해고 노동자들의 한(恨)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게 상식이다.


이상직 피고인은 작년 4월 재판을 받으러 가면서 “나는 불사조다. 내가 어떻게 살아나는지 두고보라”고 장담했다. 아주 몰(沒)상식한 발언이다.


‘화천대유 노다지’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대주주 김만배 피고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첫 공판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익 분배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재판의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솔직하고 상식적인 발언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지침’이 아니라 ‘성남시 지침’이라 하지만.....


성남시의 사업을 수행하면서 시장(市長)의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시장은 몇 년째 자신이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라고 외치며 도지사에 이어 여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됐는데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자, 그 시장은“나는 관계없디”고 하는 상황이 바로 후안무치, 몰(沒)상식이다.


더구나 “단군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이라는 프로젝트를 관장한 핵심 실무책임자들이 자살하자, “모른다”거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장난을 한다. 기억이 날라 가다니, 그 나이에 벌써 치매(癡呆)란 말인가? 몰상식을 넘어 실로 비겁(卑怯)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또 하나, 문재인 정부 내내 자기 발밑의 흙을 파내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 4일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고 친환경 발전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한국의 원전(原電)은 지난 40년간 한 건의 사고도 없었고 완벽한 내진 설계에다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제 상식을 회복한 듯하다.


물론 회사 책임자가 원전 폐쇄를 강요한 산업부 관료와 함께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정권이 끝난 뒤 있을 책임 추궁에 따른 불안감도 작용했으리라 보이지만, 한수원이 정신을 차린듯해 다행이다.


원자력 발전 축소 같은 중요한 에너지 정책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고 그냥 강제할 일이 아니다. 국정운영은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국가 이익, 국민 부담, 산업간 이해, 외교 관계 나아가 국가안보 까지도 고려해야지, 재난영화 한 편 보고 ‘무섭다’고 법(法) 밖의 짓을 하면 안 된다. 수 조(兆)원의 세금이 낭비되면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일이고, 수백조원의 장래 수익이 사라지는 허망한 일이다. 이건 아예 무(無)상식이다.


한수원이 밝히듯이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는 다른 가압경수로(加壓輕水爐)형으로 아주 안전하다.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왜 폐로 예정인 원전의 수명을 20년씩 연장해 60년, 80년 가동을 승인해 주는가? 원자력에 관한 미국의 전문성이 우리보다 부족한가?


아직 우리 사회 각 분야에는 되찾아야 할 상식이 많다. 민간인 통신사찰 같은 뻘짓을 하는 공수처, 초임 경찰관보다 못한 수사머리를 지닌 검사들, 북한 미사일 추적도 못하는 국방부, 부정입학한 학생을 독자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대학 등, 아직도 어두운 구석이 많다. 거기다가 지난 5년간, 새로 쌓인 적폐도 엄청나게 많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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