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부실대응에 '경찰 면책법' 논란 재점화…"적극 대응" vs "인권 침해"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1.12.06 05:12  수정 2021.12.08 15:59

경찰 형사책임 덜어주는 경찰관 직무직행법 일부 개정안, 국회 상임위 통과

전문가 "책임 부담돼 현장서 소극적…국민도 목숨 지켜주는 경찰 원할 것"

시민단체 "경찰 물리력·강제력 과잉될 수도…현행법도 책임 감면 충분"

곽대경 "현행법 도움 받는 과정·조건 매우 까다로워 유명무실…포괄적 면책·구체적 제한 필요"

경찰서 모습 ⓒ연합뉴스

최근 '층간소음 흉기난동'과 '스토킹 살인' 사건 등으로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대응하느라 발생한 과실의 형사 책임을 감면하는 이른바 '경찰 면책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를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면책 규정이 확대되면 경찰이 적극적으로 범죄에 대응하고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며 법안에 찬성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 등 공권력 남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경찰이 긴박한 상황에서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타인에게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를 줬을 때,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없을 경우 형사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추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개정안이 시행될 수 있다.


일선 경찰들의 형사 책임을 감면하자는 논의는 올해 초부터 진행됐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 당시 경찰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소송을 우려해 아이와 부모를 적극 분리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이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에서도 경찰이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비판을 받고, 최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관이 현장에서 피해를 막지 못하자 면책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면책 규정으로 현장 경찰이 범죄에 적극 대응해 예방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아동학대를 의심해 주택가로 출동한 경찰이 주거침입죄, 아동약취유인죄 등으로 소송이 걸리기도 한다"며 "긴급한 상황에서 순간의 판단으로 결정하다 보니 과실이 생길 수 있는데, 형사책임 부담감을 덜면 범죄 예방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게 경찰의 본질인데,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경찰 스스로 위축되고 피해자 보호에도 망설이게 된다"며 "인권침해 논란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민도 제대로 공권력을 행사해 내 목숨을 지켜주는 경찰을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경찰의 물리력이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현행 경찰 직무집행법으로도 경찰의 과실을 감면하는 조항이 있어 충분히 책임을 줄여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일 논평을 내고 "감면대상인 직무 범위와 피해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경찰의 공권력이 남용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경찰의 직무수행 전반에 대한 형사책임 감면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일상에서 경찰의 물리력과 강제력이 과잉될 경우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행 경직법도 경찰관의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손실을 입은 자에 대해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며 "형사책임 감면조항이 최우선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찰 직무집행법 제11조 2항은 경찰의 적법한 직무행위로 손실을 입은 자에게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지난 10월 경찰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책임으로 민·형사상 소송에 걸리면, 국가가 변호인 선임 등 소송 수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직무직행법 제11조 4항이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감찰, 소송 등이 진행된 이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현장 경찰의 부담을 덜기엔 역부족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이 있어도 실제로 소송 지원과 도움을 받는 과정 및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어려워 유명무실하다는 의견이 현장에서 많다"며 "포괄적으로 책임을 면제해주고, 공권력이 오·남용되는 구체적 제한 사항을 정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5일 한국형사정책연구 가을호에 실린 '대상자 특성이 경찰 물리력 행사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에서 연구진들은 경찰이 현장에서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물리력을 적극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논문을 보면 서울경찰청 소속 현장 경찰들은 대상자가 위험한 방법으로 저항하거나 제3자를 위협하는 경우에도 그에 상응하는 물리력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고, 관절 꺾기나 넘어뜨리기 등 부상 가능성이 낮은 '저위험 물리력'으로 대응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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