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시네마 품격⑰] 소소한 의심과 선입견, 일상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한번 볼래?


입력 2021.11.29 06:12 수정 2021.11.29 11:15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이상일 감독의 영화 ‘분노’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한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

무더운 여름의 도쿄. 평범한 부부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현장에는 피로 쓰여진 ‘분노’라는 글자가 남아있다. 그리고 1년. 치바의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와타나베 켄 분)는 가출해 유흥업소에 일하는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 분)를 찾아 집으로 온다. 아이코는 우연히 본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 분)와 사랑에 빠진다. 타시로는 2개월 전부터 항구에서 일했지만, 그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사람들은 모른다. 도쿄 샐러리맨 유마(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동성애자다. 신주쿠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 분)와 하룻밤을 보내고 자신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오키나와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 분)는 친구 타츠야(사쿠모토 타카라 분)와 무인도를 구경하던 중 배낭여행을 하던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곧 친구가 되는 두 사람. 타시로, 나오토, 타나카.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그들의 과거를 이들이 만나는 이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앞서 부부 살해 사건을 쫓던 경찰은 범인의 새로운 사진을 공개한다. 아이코, 유마, 이즈미에게 소소한 의심이 생겨난다. 타시로, 나오토, 타나카는 누구인가. (줄거리)


유명준 : 지윤이는 영화 ‘분노’를 왜 추천했지?


류지윤 : 두 번째로 재미있게 본 일본 영화기도 했고, 거기서 나오토 역의 아야노고 팬입니다. ^^

홍종선 : 야야노고 ‘갬성’ 있더라. ^^ 첫 번째 영화는 무엇?


류지윤 :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고백’입니다. 제가 진짜 단역 때부터 좋아했는데 지금은 너무 ‘슈스’됐어요. 이 영화 ‘분노’를 선배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유명준 : 과거 부산국제영화제 때 이 영화 본 기자들이 불편하다고 표현했는데. 나도 이번에 보면서 편하지는 않았음.


홍종선 : 좋아하는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시간 순삭’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주제의식에 깊은 울림이 있었어요. 이상일 감독의 하드 보일드 영화 좋은 줄 잘 몰랐는데 ‘분노’, 아주 좋네요. 그런데 어떤 점이 불편했어요?


유명준 : 뭐랄까. 다들 그냥 누르고 있는 모습들? 무엇인가 쌓여있는데 안 터트리는 모습이 내내 불편. 그러다 나중에 서로 의심하고 그것을 또 회피하려는 모습도 불편의 절정.


홍종선 : 그런 감정을 의도한 드라마니까. 폭발 직전의 찜통 같은 분위기에 분노가 척척 쌓이는.


류지윤 : 오 그러셨구나. 저는 쉽게 터뜨리지 않아서 그 믿음과 의심의 무게가 나중에 더 짓눌리는 거 같아서 ‘역시 일본영화’하면서 봤어요.


유명준 : 이상일 감독도 인터뷰에서 내적인 분노를 의도했다고 말하지만, 그런 면에서 보면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한 거죠.


홍종선 : 내가 좋았던 점은 이런 거예요. 나의 민낯, 내 선입견의 민낯을 만나게 하는 연출력. 세 남자가 모두 지명수배자로 보여요, 선입견에 의해서. 그런 내 눈에 한 번 놀라고.


유명준 : 선입견이요? 아 비슷한 얼굴들이죠. 이상일 감독 말대로 ‘소금형 얼굴’들.


홍종선 : 누가 범인일까 혹은 누가 아닐까를 끊임없이 생각해요. 그런데 그 생각이 ‘나의 선입견이 이거였구나’를 확인시켜요. 예를 들면 타나카를 보면서 섬에 숨어 있으니 범인인가 하다가 처음 이즈미를 봤을 때 죽이고도 남고, 친구가 같이 왔다 해도 부부를 함께 죽일 정도의 범인인데 살려 두네, 아 범인 아닌가 보다. 이런 맞나 보다, 아닌가 보다. 하나하나에 나의 살인범에 대한 편견, 살인범이 여자를 대하는 태도의 편견..이런 게 다 배어들더라고요.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 분),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 분)ⓒ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 분),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 분)ⓒ

유명준 : 저도 처음에는 범인 찾기 하다가 중반부터는 배우들의 감정에 이입되더라고요. 범인이 아닌, 누가 어떻게 왜 저 사람을 의심할까. 일단 “그 사람의 과거를 알 수 없어”란 이야기가 나오면 의심부터 하게 되죠. 그리고 그 상대들, 즉 이즈미 유마 등이 의심하게끔 연출을 하니.


류지윤 : 아 저는 원작을 읽고 봐서 범인을 알고 봤는데, 진짜 교묘하게 모두가 의심되도록 연출해놔서 좋았어요.


홍종선 : 타시로는 아내를 들이는 것으로 봐서,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봐서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나오토는 유마의 엄마를 돌보는 것을 보며 아니다 생각했고. 이 모든 것들에 나의 선입견과 편견이 개입된다는 걸 느꼈어요. 이상일 감독 참 보통 아니구나, 놀람. 과거를 숨기면 사연이 있겠거니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건데 내가 의심하고 있더란 거지. 이런 내 얄팍함을 이상일 감독이 들춰내더라고요.


유명준 : 아. 전 선배랑 다른 생각. 타시로나 유마가 과거를 숨기기 위해 저런 모습을 보이는구나 라고 생각했죠. 일부로 가정을 꾸미고, 일부러 친절하게 유마의 엄마를 돌보고. ^^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갑자기 ‘쓰레기’로. ^^


홍종선 : 아,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이봐, 같은 장면을 보는 생각의 차이, 성향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요.


류지윤 : 사랑이란 그런 것일까요. 낯선 사람들에게 쉽게 맘과 믿음을 줘버리는? ^^. 이즈미 경우는 아니지만.


홍종선 : 아이코와 나오토의 사랑은 세상에서 소외된 영혼들의 공명 같은 것일 듯.


유명준 : 유마 역의 사토시와 나오토 역의 아야노 고가 3개월간 같이 살았단 이야기 듣고. 일본 배우들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나오토(아야노 고 분), 유마(츠마부키 사토시 분) ⓒ 나오토(아야노 고 분), 유마(츠마부키 사토시 분) ⓒ

류지윤 : 맞아요. 서로의 등을 보며 ^^ 실제로 그렇게 같이 살기까지 하는 게 정말 흔하고 쉬운 일은 아니긴 하죠. ^^ 저도 첨에 듣고 놀랐어요.


홍종선 : 어머나. 진짜 연기 제대로 하려고? 비동성애자들이 동성애 연기를 해야 하니까? 사실 별 정사는 보여 주지 않으면서도 사랑의 분위기 내야 해서?


유명준 : 네 동성애 감정 같이 느끼려고. 그리고 아야노 고가 훌쩍 떠났다고. 진짜 그 감정 살리려고. ^^ 그래서 그런지 정말 영화에서는 둘의 눈빛이 묘하더라고요. 사실 영화 속 커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커플. ^^ 사토시는 약간 변요한 느낌도 나서.


홍종선 : 와! 츠마부키 사토시는 보면 정말 열심히 하고 스타의식도 없고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좋은 배우인데. 그 노력에 비해 결과는 좀 평범하다 싶어요. 그런데 이 ‘분노’에서도 그렇지만, 순수한 모습으로 우는 장면이 있잖아요. 나는 그런 내면을 드러내는 울음 연기 하나로도 츠마부키 사토시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자신을 드러내며 연기하는 배우 드물어요. 감추지 많이들. 사토시는 변요한 느낌도 나고 원빈 느낌도 나죠. 사토시 이렇게 열심히 연기하고 도전하는데 우리 원빈은 언제 얼굴 볼 수 있으려나, 광고 속에 박제된 얼굴 말고 그 리얼 연기 페이스.


유명준 : 음. 전 그 평범함이 무기라고 생각해요. 다른 남자 배우들에 비해 드러나진 않지만, 이상하게 눈길은 계속 끌더라고요.


홍종선 : 그게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영혼으로 마음으로 승부해서 돋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츠마부키 사토시의 강점이라 매력!! 주연도 아닌 영화를 위해 누가 그런 노력을 쉽게 하겠어요, 3개월을 같이 사는. 마음으로 캐릭터에 다가서는 거지. 마음으로 용납이 안 되면 못하는 배우니까 이러는 거 아닐까. 혼자만의 추측입니다. 우리 오래 전 부산국제영화제 때 그곳에 가면 사토시를 볼 수 있던 그런 날들이 있었죠. ^^ 한국 잘 오는 배우. 하정우랑 영화 ‘보트’도 찍었죠. 둘 다 바다에서 ‘개고생’ 헤엄. 와타나베 켄이나 사토시나. 한국을 좋아하는군요.


류지윤 : 그러게요 사토시 대표작 하면 사실 아직 조제가 먼저 떠오르긴 하네요. 다양하게 연기하긴 했는데. ‘우행록’ 때도 함 왔었어요.


유명준 : 이 영화는 사실 여배우들보다는 남자배우들의 연기력에 너무 눈길이 가서. 여배우들이 다소 도구적으로 활용된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홍종선 : 맞아, 여자 배우에게 맡겨진 기능이 한정돼서 아쉬웠어요. 아니 히로세 스즈가 누구야. 고레에타 히로카즈 감독이 스즈를 어떻게 썼나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더 커지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세 번째 살인’. 이 배우가 얼마나 빛났어요.


이즈미(히로세 스즈 분),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 ⓒ 이즈미(히로세 스즈 분),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 ⓒ

유명준 : 원작을 읽어본 지윤이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배우들의 영화적 쓰임이.


류지윤 : 원작보다 영화가 더 드러나기는 해요. 그런데 히로세 스즈같은 경우에는 말씀하신대로.


유명준 : 오호. 저게 드러난 거라고?


류지윤 : 네 원작에서도 그다지 큰 비중은 없었어요. 흔히 말하는 좀 고구마 캐릭터? 이즈미로 인해서 타나카의 행동이 더 반사돼 보이는 그런 느낌. 근데 아이코 같은 경우는 미야자키 아오이의 연기가 더 해져서 영화 속 아이코가 더 좋았어요!


유명준 : 이상일 감독은 원작을 많이 응축했다고 하던데 여름에 한정시킨 것도 그렇고, 인물들의 표현도. 그런데 그게 아닌가 보군.


홍종선 : 타시로를 사랑하는 아이코 역의 미야자키 아오이. 첫 등장에서 정말 매력적이고, 타시로에게 스며들듯 다가가는 연기 너무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그냥 신파의 주인공.


유명준 : 그건 많이 아쉬웠죠. 나중에 아이코가 타시로랑 같이 기차 타는 모습에서는 정말 매력이 떨어진. 오히려 초반에 타시로에게 다가라 때는 매력적이었는데.


류지윤 : 그때는 진짜 반짝반짝. 아버지 마키가 아이코를 유흥업소에서 찾아서 데려오잖아요. 그 때 기차에서 아이코가 듣던 노래가 동방신기였는데 저만 반가웠나요. ^^


유명준 : 그래도 전 아이코가 그나마 뭔가 자신의 범위를 확실히 하고 연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에 비해서 이즈미는 정말. 도구로서 활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어정쩡한. 출연 배우들 중에서 가장 뭔가 아쉬웠던 배우.


홍종선 : 왜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 여자를 피폐한 모습으로 그리느냐고. 초췌한 가운데도 이제 마음속에 진정한 사랑을 품었는데 좀 반짝이게 연출해 주면 안 되느냐고. 라고 하면 이것도 편견인가?


유명준 : 아 그러네요. 사랑을 알게 됐는데, 그때부터 자기를 죽이고..남자에게 속하게 되는. 일본 특유의 성향 때문일까요?


홍종선 : 그러게 일본의 가부장적 문화 탓인가. 이즈미 배역은 감독이 더 섬세하게 그려줬어야 하는데 많이 아쉬워. 히로세 스즈를 좋아해서만이 아니라, 이상일 감독이 일단 너무 욕심이 많았어요. 하나같이 범인으로 보이는 세 남자를 통해 얘기를 풀어간 건 좋은데 일본 사회의 온갖 문제를 다 넣으려 하다 보니 냄비가 흘러넘친. ㅠㅠ


유명준 : 그런데 제목을 ‘분노’라 지은 것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는지.


홍종선 : ‘분노’라는 제목이 영화의 주제나 인물(범인)의 캐릭터를 오해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준 : 맞아요. 그래서 사실 영화 보면서도 다른 적절한 제목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딱히 지금은 떠오르진 않지만, 분노보다는 다름 감정의 표현이 적절했을 듯.


류지윤 : 전 ‘분노’가 범인이 품고 있는 분노인줄 알았는데 보고나면 믿음이 깨진 자신에게 대한 분노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눈데. ^^


유명준 : 그게 주제이긴 하지. 그리고 그게 이상일 감독이 영화를 시작한 시점이니.


홍종선 : 실제로 범인은 분노로 살인을 했다고 생각지 않아요. 분노라는 말은 뭔가 구조적 뉘앙스를 풍기는데 자신이 만난 어떤 사람들에 대해 피해의식을 느끼는 것도 맞고, 그런 것들을 벽에 적는 것도 맞지만 기본적으로 그 분노를 살인으로 표출하는 인물은 아니에요. 다른 두 남자 역시 억울함의 감정을 분노로 표출하지도 않고.


류지윤 : 사실 범인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왜 살인을 했는지 같은 서스펜스가 주가 되어야 하긴 하는데 이건 갈수록 인물들 감정에 맞춘 드라마다보니. ^^


홍종선 : 맞아, 아이코나 아이코 아버지가 타시로를 믿지 못한 자신을 향한, 흔들린 자신을 향한 감정을 분노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게 분노일까, 자책 후회 회한은 아닐까. 나오토를 의심한 유마도 마찬가지고. 자신을 향한 분노. 어려운 주제예요.


유명준 : 범인의 살인 이유는 끝까지 안 나왔고. 사실 감독이나 원작 작가도 왜 살인을 했는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니.


류지윤 : 역시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고 마는 인물의 미래 아닐까요. ^^


유명준 : 애초 작가도 누가 범인인지 설정도 안하고 글을 썼고.


류지윤 : 전 이게 사실 진짜 조금 적응이 안되긴 했어요. 보고나서 찜찜한 느낌이 가장 큰 이유. ^^


홍종선 : 누구도 범인이 아니고 누구도 범인이 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 범인은 어쩌면 우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 것 같아요. 깊은 의심을 받은 두 남자가 아니라 펜션 운영하는 타카히로의 엄마가 슬쩍 의심했던 인물이 진범이잖아요.


유명준 : 맞아요. 그냥 영화를 보다가 “저 사람 같은데”는 앞서 선배가 이야기했던 선입견에서 시작하죠. 과거를 모르고 뭔가 의심이 가고, 얼굴에 점 세 개 있다고 의심하니.


홍종선 : 그러니까 점 3개 있다는 건 아무 증거가 되지 않는데. 의심하고 있던 차에는 결정적 증거로 채택되는 거죠. 의심하던 사람에 의해서 이런 지점들이 이상일 감독이 우리에게 얘기하려던 바고 그래서 저도 얘기 처음에 밝혔듯 그런 저의 선입견과 편견에 마주하면서 적잖이 놀라며 “이 영화 대단하다” “이상일 감독 보통 아니네”라고 생각했던 거고요.


요헤이 (와타나베 켄 분, 오른쪽)ⓒ 요헤이 (와타나베 켄 분, 오른쪽)ⓒ

유명준 : 어쩌면 과거에 우리나라 수사가 그랬죠. 살인 사건 났는데 “이 동네 새로 이사 온 사람이 뭐했는지 모르고 몸도 불편하고 인상도 안좋아” 이 한 마디에 용의자로 몰고.


홍종선 : 그렇지. 그래서 “향숙이~~”가 범인으로 몰리고. 어쩌면 ‘분노’는, 그렇게 쉽게 의심하고 어렵지 않게 믿음을 저버리는 사람들을 향한 이상일 감독의 분노일까?


유명준 : 어쩌면 앞서 제가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 주변에 그런 일들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것도 아닌데 의심하고 믿지 못하고.


류지윤 : 이상일 감독 다른 영화도 보고 싶어져요. ^^ 추천해 주세요.


홍종선 : 밝은 걸 원한다면 ‘69 식스티 나인’, ‘훌라 걸스’ 등등. 다크한 걸 원한다면 ‘악인’이나 ‘용서 받지 못한 자’.


유명준 : 갑자기 의심과 믿음 이야기하니 왜 영화 ‘말레나’가 생각나는지. 모니카 벨루치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 지역 사람들이 “잰 남자랑 놀아나는 나쁜 년”이라며 의심하는.


홍종선 : 현실이 그러했고, 모니카 벨루치가 살아온. 눈에 띄는 많은 여성들이 살아온 인생들.


유명준 : ‘분노’는 살인이라는 상황을 만들었지만..사실 현실에서는 소소한 것에서 믿음이 무너지고 의심을 하죠.


홍종선 : 그렇지, 아주 소소한 것, 세로로 놓인 점 3개 같은 소소한 것들. 이상일 감독이 우리에게 사람을 대하는 예의를 드라마틱하게 일깨웠네요.


<영화 ‘분노’는...>


홍종선 : 우리 사회의 선입견을 마주하게 하는 영화. 그로 인한 상처는 그 대상뿐 아니라 편견을 품은 내게도 돌아온다는 사실을 신랄하게 드러내며 우리의 변화를 촉구하는데. 당장은 아녀도 조금은 변화에 힘이 되리라 믿고 싶다.


류지윤 : 믿음의 이중성에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 의심했던, 의심하지 않았던 자기에게 분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화려한 배우진에 놀랐고 이상일 감독의 선택과 집중에 놀랐다.


유명준 : 영화 제목이 ‘분노’가 아니라 ‘믿음’이었다면, 사람들은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