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논란에 논의 '지지부진'
당정대 강한 의사에 쏙 들어간 '반대'
'소득 불평등 심화' 우려는 여전
전문가 "증시, 자본시장부터 튼튼해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 배당으로 번 돈을 다른 소득과 합치지 않고 따로 떼어내 세금을 매기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완화가 가시권에 들어온 분위기다. '부자 감세' 논란에 줄곧 직면했지만, 이번엔 당정대 모두 '최고세율 합리적 조정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코스피 상승 추세가 꺾기자 나온 대책인 탓에 실효성은 물론 반대 여론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9일) 고위당정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이번 결정으로 배당 활성화를 최대한 촉진하면서, 주식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향의 세제 개편을 통해 유동성이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에게 흘러 들어가서 이들이 경제 역동성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을 통해 당정대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배당 활성화 효과를 최대한 촉진할 수 있도록,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합리적 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구체적 세율 수준은 정기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 최고위원은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통령실 역시 25%를 최고세율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실상 배당소득세는 정부안인 최고세율 35%보다 완화된 25%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동안 '부자 감세' 논란으로 공방을 벌여왔던 여당 내에선 이번 세제 개편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 8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둘러싼 당내 분열에 소위 '입단속'을 시킨 이후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다른 사안이랑 비교하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문제에 대해선 당내에서 다른 의견이 나와도 보통 '이견'이라고 하지, 당정 갈등이라고 표현하지 않지 않느냐"라면서 "그동안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충분히 조율 가능한 사안이라는 것이고, 이번 고위당정협의를 통해 사실상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 8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신임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배당소득세 개편은 진보 정당의 오래된 논쟁 중 하나다. 주식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거론됐지만, 주주 배당이 적은 우리나라 기업 문화로 인해 소위 극소수 주식 재벌만 혜택받고 대다수 개미 투자자는 혜택받기 어려운 환경이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반대론자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초부자 감세'라는 지적과 함께 배당 확대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이재명 체제로 전환되면서 '배당소득세 완화' 필요성은 힘을 받기 시작했다.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배당소득세를 낮추면 세금 부담이 적어져 배당과 주식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부자 감세' 비판에 숨어있던 당내 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공론화 과정에 불이 붙었다.
문제는 '부자 감세'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 8월 올해 세제개편안 등 조세·재정정책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국가 부채를 늘리는 '감세 정책' 추진에 국민 10명 중 6명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당소득 감세 정책의 경우,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정도로 아직도 논쟁이 첨예한 의제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첫 경제 현장 행보로 한국거래소 시장감사위원회를 찾아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와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시장의 기대감은 커졌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 내용 중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금액별로 과세하는 방향으로 정해졌고, 최고세율은 35%였다. 최고세율 20%를 기대했던 시장은 반발했고, 증시는 곧바로 급락했다. 이후 여러 요인 영향으로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인 4226을 경신하면서, '코스피 최고치'는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4000선'이 붕괴했고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자, 대통령실이 꺼낸 것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완화다. 이번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세법 개정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 가치 제고 등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당정대가 화답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에서 토론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이 방안이 주식시장 활성화가 아닌 '불평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완화하려고 하지만,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사람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부자 감세'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정책처 주최로 열린 '2025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2023년 배당소득 30조 2000억원 중 상위 0.1%가 46%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조세 형평 원칙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 시장과 기업 경영 활동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여당의 현재 목표와 아젠다는 '코스피 5000'이기 때문에 증시 밸류업을 위한 정책은 물론 흑묘백묘 모두 쓰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코스피 4000을 찍었다가 빠지는 것은 외국 투자자가 움직였기 때문인데, 나중에는 결국 외국계 자본에 종속되고 의존할 수밖에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증시가 좋아지는 것이 우리가 자생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을 튼튼하게 해서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기업의 펀더멘탈이 중요한 만큼, 기업 자체가 어떤 기술과 역량을 가졌는지가 중요하지, 배당 문제 때문에 자본시장이 흔들린다는 것은 전략 경영 입장에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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