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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무엇이든 만들어주마!"…'혼류생산‧불량제로' 르노삼성의 저력


입력 2021.11.11 12:00 수정 2021.11.11 12:32        부산 =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조립에 열중하고 있다. QM6(왼쪽)와 XM3가 연이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움직이며 혼류 생산되고 있다. 앞쪽으로 AGV(무인운반차)가 운반해 온 부품 키트가 들어있는 대차가 보인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조립에 열중하고 있다. QM6(왼쪽)와 XM3가 연이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움직이며 혼류 생산되고 있다. 앞쪽으로 AGV(무인운반차)가 운반해 온 부품 키트가 들어있는 대차가 보인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하나의 생산리인에서 8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이 있을까? 지구상에 단 한 곳이 존재한다. 바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자동차 시장의 경쟁 상황과 전동화‧공유경제 등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르노삼성이 지속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다차종 혼류생산, 그리고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다.


"품질의 전설 SM5를 기억하십니까"


지난 9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자동차 산업 탐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았다. 이날 5만 번째 수출용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를 생산한 르노삼성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현장 사진과 영상 촬영을 허용하는 등 공장 내부를 ‘쿨하게’ 공개했다.


“대한민국 자동차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린 SM5를 기억하십니까. 르노삼성은 품질에 있어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는 SM5의 품질 DNA를 계승했고, 지금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그때의 SM5보다 더 뛰어난 품질의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의 생산 부문을 책임지는 이해진 르노삼성 제조본부장은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내부에 걸린 현수막.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노삼성 부산공장 내부에 걸린 현수막.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실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지난해 르노그룹 내 전세계 20개 완성차 공장 중 최고 수준의 품질 평가를 받았다. 조립공장 기준 대당 불량 수는 0.15건으로 올해 9월 조사에서 그룹 내 최저였다. 르노그룹은 공장별로 전문평가원을 파견해 상주시키며 제조품질지표를 평가하고 있다.


평가 범위를 전 세계 공장으로 넓혀도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톱 레벨이다. 세계 자동차 공장 생산성 지표인 ‘2019년 하버 리포트(Harbour Report)’ 평가에서 전세계 126개 공장 중 종합 순위 6위에 오른 바 있다.


르노그룹의 적극적 지원…반도체 쇼티지 최소화로 공장 활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르노그룹 내에서의 대접도 남다르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국내 자동차 공장들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생산차질을 최소화하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프레스 라인에서 자동차용 강판이 부품 크기에 맞게 찍혀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프레스 라인에서 자동차용 강판이 부품 크기에 맞게 찍혀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포스코에서 들여온 냉연코일이 자동차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프레스 공장에서부터 시작된다.


400t급 블랭킹(Blanking) 라인에서 강판을 차체 부품 사이즈에 맞게 절단하면 1기의 5200t급 탠덤 라인과 2기의 3200t급 트랜스퍼 라인에서 차체, 후드, 펜더, 루프, 도어 등의 형상으로 찍어낸다. 특히 탠덤 라인은 스틸 강판 뿐 아니라 알루미늄도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고 한다.


프레스공장에서 만들어진 부품을 용접으로 이어붙이는 차체공장은 여느 자동차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작업 인원이 거의 없이 로봇 팔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만들어진 부품을 옮겨주는 것도, 부품간 용접 작업을 수행하는 것도 전부 로봇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차체 라인에서 로봇 팔들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차체 라인에서 로봇 팔들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자동화율 100%를 자랑하는 이 공장에서는 474대의 용접 로봇과 205대의 이송로봇을 포함 총 679대의 로봇이 작업에 투입된다. 시간당 생산능력은 60대로, 현재는 50대 수준으로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루프와 좌우 뼈대를 용접한 뒤 플라즈마로 녹여 한 덩어리가 되도록 채우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통상 플라스틱 루프랙으로 덮는 이음새 부분까지 꼼꼼히 마감함으로써 차체 강성을 높이는 것이다.


조립된 차체는 언더바디와 어퍼바디, 그리고 이를 합체한 빌드까지 각 과정별로 불량 여부를 체크하고 완벽하게 품질이 검증된 차체만 도장 공장으로 보낸다.


"페인트칠이라면 섭하지" 차량 내구성 좌우하는 도장 공정


도장 공장은 작업 과정에서 외부의 오물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진 공정의 특성상 기자단에 공개하진 않고 공장 개요에 대한 설명만 이뤄졌다. 현재는 XM3와 QM6, SM6 등 3개 차종 12개 컬러에 대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대 21개 컬러까지 도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XM3의 경우 국내 최초로 틴티드 컬러 도장이 적용된 차종이다.


도장이 자동차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도장이 잘 된 차는 단지 외관상 보기 좋을 뿐 아니라 차체 부식에도 강하고 오랫동안 타도 낡아 보이지 않는다.


김성일 르노삼성 부산공장 도장팀장이 도장공장 레이아웃과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김성일 르노삼성 부산공장 도장팀장이 도장공장 레이아웃과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김성일 르노삼성 부산공장 도장팀장은 “20년 된 SM5가 지금까지 깨끗한 상태로 돌아다니는 건 르노삼성의 도장 기술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차체 트리트먼트부터 기초도장, 컬러도장, 광택, 클리어코팅까지 전 과정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체에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실링 작업도 도장공장에서 이뤄진다. 보통은 한 면만 실링하지만 르노삼성은 내외부 양 면을 실링해 혹시 모를 누수를 이중으로 방지한다. 판넬 사이 빈 공간에는 왁스를 도포해 방청, 방수 성능을 강화하기도 한다.


AGV가 부품 신속‧정확 직배송…다차종 혼류생산에도 혼란 없어


가장 시선을 끄는 곳은 역시 자동차 공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조립 공장이었다. 부산공장 내에서 가장 많은 853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조립 공장은 설계상 연간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11월 현재 하루 750대 규모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르노삼성이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다차종 혼류생산 장면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XM3, QM6, SM6가 뒤섞인 상태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움직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XM3를 조립하다 작업 대상이 QM6로 바뀌면 작업자에게 혼란이 오지는 않을까, 혹시 부품을 잘못 장착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공장 내부에서 AGV(무인운반차)들이 부품 키트를 싣고 조립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공장 내부에서 AGV(무인운반차)들이 부품 키트를 싣고 조립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그런 우려는 AGV(무인운반차)들이 해결해준다. 공장 내부에는 224대의 AGV들이 각종 부품을 싣고 쉴 새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최종 종착지는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 옆이다.


“차량 한 대에 필요한 부품을 한 대의 대차에 키트로 만들어놓으면 AGV가 싣고 작업자의 옆으로 공급해줍니다. 이품장착(잘못된 부품을 장착하는 것)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다차종 혼류생산을 하더라도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조립 1,2팀을 이끌고 있는 이호식 팀장의 설명이다.


AGV를 활용한 물류공급 자동화율은 95%에 달한다고 한다. 바닥에 깔린 신호를 따라 AGV가 사실상 전자동으로 부품을 작업자에게 공급하니 효율적이고 정확도도 높다.


특히 AGV 활용 전에는 조립 라인 옆에 부품을 쌓아놓고 작업하는 방식이었으나 지금은 필요한 만큼의 부품만 적기 공급되면서 공간 활용도까지 좋아졌다.


숙련도가 높은 직원들도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해진 본부장은 “현장의 힘은 국내 어느 공장보다 뛰어나다”면서 “부산공장 직원들은 철저한 품질 교육 및 여러 공정 작업을 통해 숙련된 다기능공으로, 2~3시간마다 공정을 순환해 다기능화 라인 운영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 순환은 동일한 작업 반복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도 일조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조립라인에서도 시트와 같은 무거운 부품을 장착하는 로봇 팔이 대신해준다. 시트를 들어 올린 커다란 로봇 팔은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는 상황에서 타이밍을 맞춰 차체 내로 시트를 집어넣는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다.


7단계 검사 300% 통과해야 고객에 인도…품질은 양보 못해


르노삼성이 생산과정 못지않게 철저하게 챙기는 부분이 품질 검사다. 조립 라인에서 마치 영화 ‘우주전쟁’에 나오는 로봇의 촉수(주인공 톰 크루즈와 그의 딸을 추적하던)를 연상케 하는 로봇 팔이 끝에 달린 카메라로 차체 구석구석을 살피며 오류 여부를 검사하는 모습은 품질을 향한 르노삼성의 집요함을 느끼게 한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공장에서 로봇 팔이 카메라로 조립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공장에서 로봇 팔이 카메라로 조립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노삼성은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등 각 과정에서도 각종 검사를 진행해 불량을 최소화하지만, 조립까지 마무리된 차량은 또 다시 외관검사, 성능‧기능검사, 주행성능검사, 누수검사, 최종 외관 검사, 최종 기능 검사, 고객 출하 전 최종 검사 등 7단계의 검사 라인을 거쳐야 한다.


이 본부장은 “모든 차량이 7개의 품질 검사 라인을 최소 300%, 즉 전 과정 세 번 이상씩 통과해야만 고객에게 인도될 수 있다”면서 “불량 차량이 절대 나갈 수 없는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9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5만번째 수출용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가 출고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9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5만번째 수출용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가 출고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이날 기자단 방문 직전에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5만 번째 수출용 XM3를 생산했다. 덕분에 타이밍 좋게 막 생산된 따끈따끈한 상태로 의미 깊은 차량을 ‘직관’할 수 있었다.


르노삼성은 유럽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수출 10만대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수 물량 3만대까지 포함해 총 13만대의 XM3를 생산‧판매하는 게 목표다.


이정국 르노삼성 홍보담당 상무는 “XM3의 성공으로 인해 현장 직원들의 분위기가 상반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우리 힘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여유로운 마인드로 긍정적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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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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