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정부 대책 안 먹히는 물가, 상승 요인만 ‘우후죽순’


입력 2021.09.24 15:34 수정 2021.09.24 15:3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추석 전 안정화 대책에도 효과 ‘無’

라면·우유 값 상승에 전기료도 올라

재난지원금 등 풀리면서 위기 심화

전문가 “정부 정교한 대책 마련해야”

농축수산물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농축수산물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가 추석 전부터 물가 안정화 대책을 꾸준히 펼쳐왔음에도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내달부터는 우유 가격과 전기료 인상까지 예고돼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욱 효과적인 물가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0.72(2015=100)로 1965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보다는 0.4% 올랐다.


최진만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방산업 수요가 늘어나면서 화학제품, 제1차 금속 제품이 오르는 등 공산품을 중심으로 전체 생산자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생산자물가는 일반적으로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 하반기 물가 압력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소비자물가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가 높아진 분위기다. 지난 4월 이후 매달 정부 물가관리목표치인 2.0%를 훌쩍 뛰어넘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2.6% 늘어나 연중 최고치이자 2012년 4월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하반기부터 안정될 것이란 정부 예측과 달리 5개월째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이다.


정부 대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상황에 물가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라면 가격 인상에 이어 내달부터는 우유 값이 오를 예정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23일 다음 달 1일부터 우유 가격을 1ℓ 흰우유 기준 5.4% 올린다고 밝혔다. 서울우유 가격 인상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가격을 올리면서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 다른 업체들도 조만간 우유 값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유 값 인상은 치즈와 아이스크림, 빵 등 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실물 경기는 제자리를 맴돌고 물가만 오르는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추석명절을 맞아 주요 농산수산물 가격 및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자 충남 아산시 소재 온양온천시장을 방문, 장보기를 통해 단기 청소년쉼터에 보낼 추석 성수품과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추석명절을 맞아 주요 농산수산물 가격 및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자 충남 아산시 소재 온양온천시장을 방문, 장보기를 통해 단기 청소년쉼터에 보낼 추석 성수품과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기획재정부

명절을 앞두고 지급을 시작한 11조원 규모 재난지원금(상생국민지원금)과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이 시중에 풀리는 것도 물가 인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지원금 지급은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물가를 상승시키는 위험요인”이라며 “안 그래도 추석으로 인해 물가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물가를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도 오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3일 올해 10~12월분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원 인상해 0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전기요금은 최대 1050원 오르게 됐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남았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서는 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당분간 인상은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난해 7월 이후 묶인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은 언제든 오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국제 유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마냥 억누르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생산자물가가 10개월 연속 오르면서 빵과 과자류 등 먹거리는 물론 공산품 가격도 크게 뛰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먹거리 가격마저 계속 오르면 서민 경제 압박은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물가상승률은 9년 만에 2.0%를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가) 아직은 괜찮다는 식으로 위기 상황을 가릴 게 아니라 물가 관리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경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민생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만큼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며 “농·축·수산물 수급 관리와 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 개인 서비스 물가 동향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