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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에 고무된 정부…4분기 암초 수두룩


입력 2021.09.23 15:51 수정 2021.09.23 15:5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델타 변이 바이러스 세계 확산 계속

수출 중심 한국 경제 위기 올 수도

회복 힘든 내수·오르는 물가까지

위험 요소 많아 세심한 정책 필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일 발표한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표. ⓒ기획재정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일 발표한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표. ⓒ기획재정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구들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 이상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4분기 우리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많은 만큼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지난 21일 세계 주요국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4%로 예상했다. 이는 5월 전망치인 3.8%보다 0.2%p 늘어난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4.3%)과 우리 정부(4.2%) 전망치보다는 낮고 한국은행(4.0%)이나 스탠더드푸어스·무디스·피치 등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4.0%)와 같은 수준이다.


OECD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우리나라와 아르헨티나, 멕시코, 스페인 등 4개국 성장률 전망치만 상향 조정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과 전 세계, G20 등은 대부분 5월보다 낮췄다. 2020∼2021년 평균 성장률은 우리가 1.6%로 G20 국가들 가운데 중국(5.4%), 터키(5.1%)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G20 선진국 중에는 1위다.


22일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며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4.0%로 유지하기도 했다.


국제기구들이 경제성장률을 4% 이상 전망하자 정부는 반색했다. 기재부는 “IMF와 OECD 등 국제기구와 신용평가사 등 주요 기관 모두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4% 이상으로 전망했다”며 “한국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세,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 등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을 상향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나라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민 여러분의 협조와 적극적인 정책대응 등에 힘입어 코로나19 확산 초기 역성장을 최소화한 데 이어 금년에도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지속하며 당초보다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 확산…수출 중심 우리 경제 ‘타격’


이번 전망은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영향을 고려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물론 전 세계 다수국가의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것과 비교했을 때 의미가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남은 4분기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많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반기와 달리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하반기 악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OECD도 이번 발표에서 델타 변이 확산 등을 이유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델타 변이는 국내·외 구분 없이 확산 추세다. 미국은 델타 변이로 3분기 국내총생산 기준 경제성장률이 2분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영국, 인도,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도 비슷한 흐름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SNS를 통해 OECD가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이번 전망을 통해 우리나라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SNS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SNS를 통해 OECD가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이번 전망을 통해 우리나라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SNS

델타 변이 확산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늘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수개월 동안 세계 경제가 강력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는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9월 중으로 발표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 확산으로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성장률 전망치까지 낮아지면서 테이퍼링 계획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세계 경제 위축은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3일 발표한 ‘국내 100대 기업 연결재무제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분의 93.7%(46조4000억원)가 해외시장에서 발생했다. 국내 증가분은 6.3%(3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100대 기업의 수출 의존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주춤할 경우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무너지는 소상공인…내수 시장 ‘위험’


내수시장의 위기가 계속되는 점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코로나19 피해를 직접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 위기가 심각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폐업 등에 따른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는 4만839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 증가했다.


노란우산은 소기업과 소상공인 퇴직금 마련을 위해 중소기업중앙회가 많든 공제 제도다. 평소에는 가입자가 넣은 부금에 대해 연 복리 이자를 지급하고, 가입자가 폐업·고령·퇴임·사망했을 때 돌려준다. 이 때문에 노란우산 공제 지급 건수를 자영업자 폐업 지표로 많이 활용한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해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은 8만1897건(7283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공제금 지급 건수는 4만1257건으로 공제가 만들어진 2007년 이후 반기 기준 가장 많았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이 기록을 다시 훌쩍 넘긴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가 떠안은 빚은 약 66조원, 폐업 매장 수는 45만3000개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 동안 전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 수가 25명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도 걱정거리다. 우리나라 물가는 지난 4월부터 정부가 목표치로 내세운 2.0%를 계속 웃돌고 있다. 지난달에는 2.6% 오르며 연중 최고치이자 2012년 4월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하반기부터 안정될 것이란 정부 예측과 달리 5개월째 물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변이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우리나라의 내수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백신접종률을 높이고,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시장 위축이 경제성장률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홍 부총리는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분기까지의 경기 개선 흐름이 하반기에 그대로 이어지기 어려운 지금의 상황을 정부는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7월 들어 나타난 코로나19 4차 확산 및 강화된 방역 조치로 이동성 및 모임 제한에 따른 경제 파급 영향이 우려되는 데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버팀 한계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크게 늘어난 가계 대출도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월 “한국의 가계부채 절대규모와 증가율이 높은 수준”이라며 “부정적인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거나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한국 은행권의) 가계대출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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